30대 기업, 재생에너지 비중 겨우 10%···수출기업만 ‘발등에 불’
지난해 매출액 상위 30대 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이 약 10%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배터리와 반도체를 제외한 업종의 대다수 기업은 재생에너지 비중이 1%에도 못 미쳤다.
폭우와 폭염 등 기상 이변이 빈번해지면서 세계적으로 ‘RE100’(재생에너지 100%)에 대한 요구가 점차 높아지고 있어서 기업 경쟁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경향신문이 6일 기업들이 공시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토대로 지난해 매출액 상위 30대 기업 중 재생에너지 사용량을 공개한 19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 이들의 소비전력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은 평균 10.6%로 집계됐다. 재생에너지 사용량을 공개하지 않은 기업이 탄소중립 전환에 상대적으로 늦은 건설·조선사인 점을 고려하면, 이들 기업까지 포함할 경우 재생에너지 비중은 더 낮을 것으로 보인다.
수출 비중이 높아서 ‘발등에 불’이 떨어진 배터리·반도체 기업의 재생에너지 전환 속도가 가장 빨랐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전체 소비전력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이 56%에 달해 30대 기업 중 유일하게 50%를 웃돌았다.
삼성전자(30.7%)와 SK하이닉스(29.6%)도 재생에너지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20년에 미국과 유럽, 중국 공장에서 재생에너지로 100% 전환한 삼성전자는 지난해는 베트남·인도·브라질 공장도 재생에너지로 전력을 모두 충당하고 있다. SK하이닉스도 지난해 해외 사업장만 RE100을 달성했다.
반면, 현대차·기아는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이 5% 내외에 그쳤다. KT·LG유플러스 등 통신사와 GS리테일과 롯데쇼핑 등 유통사 같은 내수업종의 재생에너지 사용량은 1%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미미한 수준이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기업을 중심으로 재생에너지 확대에 대한 요구가 본격화되면서 수출 비중이 높을수록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구글이나 테슬라 등 주요 기업들이 납품업체에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본격화할 경우 타 업종에도 이런 요구가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특히, 현대차와 기아의 경우에는 전기차 비중이 늘어날수록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에 대한 요구가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손쉬운 해외에 공장을 보유하지 않는 기업들은 재생에너지 전환 속도가 더딜 것으로 보고 있다. 임재민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은 “국내는 재생에너지 공급량 자체가 부족해 기업들이 RE100 이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가 태양광 발전 규제를 강화하면서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전환 속도는 더 늦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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