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 개입’ 경고 시한 다가오는 니제르에 감도는 긴장
니제르 쿠데타 세력을 향해 군사개입을 경고한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의 최후통첩 시한이 6일(현지시간)로 만료되면서 니제르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니제르 군부가 러시아 민간군사기업(PMC) 바그너그룹에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들과 ECOWAS의 개입이 현실화할 경우 인명 피해 및 정세 혼란이 더욱 극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알자지라에 따르면, 니제르 내부에선 군부가 지난달 26일 일으킨 쿠데타를 둘러싼 여론이 여전히 분열된 상태로 불안과 저항이 공존하고 있다. 수도 니아메에서는 쿠데타를 일으킨 압두라흐마네 티아니 대통령 경호실장을 환영하며 프랑스 등 서방을 규탄하는 시위가 연일 열렸다. 시위에 세차례 참석한 한 시민은 “군사정권이 국민과 소통하며 니제르를 더 나아지게 할 것이라는 희망이 있다. 우리는 (이전의) 지도자들에게 지쳤다”고 말했다.
반면 임박한 군사 대립 가능성을 우려하는 분위기도 있다. 이날은 ECOWAS가 니제르 군부에 “일주일 내로 헌정을 복구하라. 그렇지 않으면 군사적 개입을 감수하라”고 통보한 시한의 마지막 날이다. 시한 만료가 다가오자 ECOWAS는 무력 행사에 나설 의향이 있음을 재차 강조했다. ECOWAS는 국방장관 회담을 거친 끝에 지난 4일 “필요한 자원, 군대를 보낼 시점과 방법 등 개입에 필요한 모든 요소의 검토를 마쳤다”고 밝혔다. 이어 “외교가 작동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러한 메시지가 군부에 명확히 전달되길 원한다”고 경고했다.
프랑스 또한 “쿠데타 시도를 물리치기 위한 ECOWAS의 노력을 굳건하고 단호하게 지지한다”는 성명을 내는 등 ECOWAS의 군사적 개입에 명시적인 지지를 보내고 나섰다.
니제르 군부는 외부의 군사 개입에 물러서지 않고 맞서겠다고 일찌감치 경고했다. 앞서 니제르 쿠데타 세력은 서방 연합군의 개입으로 카다피 정권이 축출됐던 리비아 사례를 언급하며 “리비아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고 강경 대응을 시사했다. ECOWAS 대표단과의 면담도 거부했다. 이미 쿠데타 정권이 들어선 주변국 부르키나파소와 말리 또한 외부 세력이 개입할 경우 니제르 군부를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전운이 고조되는 분위기에 니제르 제2의 도시 마라디에 사는 한 청년(26)은 이번 쿠데타를 지지하지 않지만 ECOWAS의 군사적 개입 또한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ECOWAS가 니제르를 침공하면 인명 피해가 뒤따를 것이고 우리나라는 불안정해진다. 사태 해결을 위해 외교적 방법을 시도해봐야 한다”고 했다.
시한이 다가오며 압박이 커지자 니제르 군부는 바그너그룹에 손을 내밀었다. AP통신은 쿠데타 주도 그룹에 속한 살리푸 모디 장군이 옆나라 말리에서 최근 바그너그룹과 만나 지원을 요청했다고 5일 전했다. 바그너그룹은 말리에서 이슬람 무장단체를 진압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바그너그룹은 니제르 군부의 요청을 검토하고 있다고 AP는 전했다.
ECOWAS와 바그너그룹이 무력으로 개입할 경우 니제르 사태는 국제적인 분쟁으로 번진다. 캐머런 허드슨 국제전략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군사 개입은) 재앙이 될 잠재력이 있다. 통제불가능한 폭력이 일어날 가능성이 아주 크다”고 밝혔다. 세네갈 안보연구소의 올루월 오제왈레 연구원 또한 “전쟁은 제로섬 게임이다. 어느 쪽이 이기든 인도주의적 피해가 뒤따른다”고 말했다.
다만 ECOWAS가 실제로 개입을 단행하기까진 여러 과제가 남아 있다. 우선 ECOWAS의 15개 회원국 모두가 만장일치로 의견을 모아야하고 각국 의회의 비준을 거쳐야 한다. 이 때문에 오제왈레 연구원은 ECOWAS가 제시한 기한이 연장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서아프리카의 군사력이 니제르에 쏠리면 그 공백을 틈타 아프리카의 극단주의 무장세력이 더욱 기승을 부릴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ECOWAS 회원국은 아니지만 니제르와 남쪽으로 국경을 접한 알제리는 “(ECOWAS의) 군사 개입은 사헬 지대 전체에 불을 붙일 수 있다. 니제르에 대한 어떠한 군사 개입에도 반대한다”고 밝혔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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