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신용 깎였다는데 … 똘똘한 서학개미엔 '점프' 기회
'미국 국가신용등급 강등으로 서머랠리(Summer Rally) 기대는 꺾이고 금융시장의 혼란 양상이 재연될 것인가.'
세계 3대 신용평가사 피치(Fitch)가 미국 신용등급을 최고 등급 AAA에서 AA+로 한 단계 강등했다. 2011년 8월 초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미국 신용등급을 같은 수준(AAA→AA+)으로 내린 뒤 정확히 12년 만이다. 당시 상승 기조를 유지했던 전 세계 증시에 퍼진 위험자산 회피심리에 미국 S&P500과 국내 코스피가 이후 2개월 동안 각각 12%, 17% 하락했다. 전 세계 금융시장을 강타한 빅이벤트가 주식, 채권 등 금융자산에 어떤 영향을 줄지 국내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의 조언을 들어봤다.
국내 전문가 상당수는 미 신용등급 강등 이슈가 금융시장에 단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는 있으나 2011년과 같은 큰 혼란을 야기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증시가 강한 랠리를 이어왔고 미국 10년 국채금리가 4%를 넘나들면서 금융시장의 긴장감이 다소 높아지고 있는 시기에 미국 신용등급 하향 조정 이벤트가 발생했다는 점은 단기적으로 금융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도 "결론적으로 악영향은 일단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이 금융시장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당시와 거시경제 상황이 크게 다르다는 점이 꼽힌다. 김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융위기 이후 회복세를 보였던 2011년은 유로존 재정위기로 재차 글로벌 경기 하강 압력이 높았던 시기"라며 "현재는 코로나19 발발 이후 강했던 경기 회복세가 약화되고 있지만 주요국 선행지수가 바닥을 다지고 있는 등 경기 회복 모멘텀이 개선될 수 있는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전 세계 중앙은행 역할을 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위기 시 통화정책 완화를 통해 소방수로 나설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2011년 연준 기준금리는 제로(0)였고 양적완화정책(QE)이 진행 중이어서 경기가 어려워져도 내밀 수 있는 부양책이 없었다"며 "현재 연준은 기준금리 5.5%, 양적긴축정책(QT)을 실행하고 있어 실제 경기가 침체로 진입하면 과거와 달리 통화정책을 통한 부양책 활용 여지가 충분히 있다"고 설명했다.
신용등급 강등 당사국인 미국의 경기와 기업 실적이 나쁘지 않은 데다 신용등급 강등이 두 번째 사례라 글로벌 경기가 일종의 학습효과를 통해 내성이 생겼다는 의견도 있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2011년 미국 신용등급 강등에 대한 시장의 충격이 컸던 것은 국가 재정에 대한 공포감을 키운 첫 사례이며 경기와 기업 실적의 하강기에 발생했기 때문인데 지금과 차이점이 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이슈를 통해 투자전략을 재점검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 연구원은 "2011년 10~12월 지수 회복 국면에서 기존 지수 상승 견인 주도주가 아닌 2011년 9월까지 주가 수익률이 가장 부진했던 업종 중심으로 회복했다"며 "업종 선택 시 재무건전성과 수익성이라는 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KB증권은 미국 증시는 성장주 중심의 얕은 조정을 예상하며 경기 민감주 비중을 늘리고 경기 방어주 비중을 줄이는 기존 전략이 유효하다고 평가했다. 국내 주식은 원자재 가격의 완만한 상승과 함께 관련 주식이 강세를 보일 수 있고 수급이 쏠린 2차전지 등 일부 업종 대신 반도체나 태양광·로봇 등 정책 관련주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채권은 신용등급 강등 이슈 자체로 금리가 상승할 수 있으나 역설적으로 미국 국채의 안전자산 지위가 부각되며 금리가 크게 오르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이 많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2011년 당시 주가 급락에도 안전자산 선호로 미국 국채금리는 오히려 하락하는 등 신용등급 강등 영향이 본격적으로 미칠 수 있는 국채 발행과 유통에서 충격이 크게 나타나지 않았다"며 "국가 신용등급 강등에도 미국이 가지는 기축통화국으로서 지위가 크게 훼손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금융 시스템에 대한 리스크로 확산되지 않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미국 국채의 안전자산 지위는 유지될 것으로 보이고 신용등급 강등에 따른 금리 상승 압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환율도 단기적으로는 변동성이 있을 수 있으나 연쇄 작용이 발생하지 않으면 중장기적으로 달러는 약세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박수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현재 외환시장은 통화정책 불확실성과 미국의 상대적 경기 우위 두 가지로 움직인다"며 "미국 부채한도 관련 우려는 이미 해소된 재료이기에 신용등급 영향력은 제한적이라 생각하며 8월에 달러 강세, 원화 약세가 전망된다"고 말했다.
[강봉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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