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옥죄기에 … 美 공급망 수혜주 '반·방'에 투자 기회"
하반기로 접어들며 2차전지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고 코스피가 최고치를 기록한 후에도 증시가 출렁이는 등 변동성이 큰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고점에 도달했다는 전망이 나옴에도 당분간 금리 인하 없이 지금의 고금리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국내 증권 전문가들은 이 같은 시기에 업종 간 편차가 커질 수 있어 종목 선택에 주의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하반기에는 중국의 영향을 받는 종목보단 미국이 추진하는 공급망 재편 정책의 수혜를 받는 반도체, 방산, 조선 등의 업종에 주목하라는 조언이 나온다. '챗GPT'로 촉발된 인공지능(AI) 혁명은 생성형 AI를 직접 개발하는 기업뿐 아니라 AI 혁명의 낙수효과를 받는 반도체에까지 온기를 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정부의 제조업 지출 확대에 따른 낙수효과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2차전지를 포함한 신재생에너지 산업에 지원금을 제공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중국 견제를 위한 미국, 일본, 한국, 대만 4개국 간 반도체 동맹 '칩4' 등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이 같은 공급망 재편에 대한 수혜 기대감을 톡톡히 누린 2차전지 외에도 반도체, 조선, 방산 등이 공급망 재편의 수혜주로 꼽힌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책임연구위원은 "내수나 중국 수출 관련주보다 미국 수출 관련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며 "공급망 재편 때문에 한국에서 미국으로의 수출이 증가했으며, 향후 수출 비중 면에서 미국 비중이 중국을 역전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반도체뿐 아니라 조선이나 방산도 결국 미국, 유럽 등 자유주의 진영과 중국, 러시아 등 권위주의 진영의 갈등과 연관이 있으니 공급망 재편 차원에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반도체 분야에서는 '챗GPT'발 AI 혁명의 수혜주에 주목하라는 조언이 나온다. AI를 학습시키고 서비스로 제공하기 위해서는 데이터센터에 더 많은 컴퓨팅 파워를 가동해야 한다. 이미 데이터센터의 핵심인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생산하는 엔비디아가 많은 주목을 받았지만, 낙수효과는 메모리 반도체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이 가운데 기술적 우위로 시장을 독점하거나 물량 부족(쇼티지)을 겪는 기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AI 시대 고성능 메모리로 주목받는 고대역폭 메모리(HBM·High Bandwidth Memory)는 한국 기업들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특히 챗GPT 같은 생성형 AI는 방대한 정보를 빠른 시간 안에 처리해야 해 HBM이 필수다.
이형수 HSL파트너스 대표는 "현재 엔비디아의 GPU를 주문하면 40주를 기다려야 할 정도라 AI 반도체의 대장 격인 엔비디아 주가가 쉽사리 꺼지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 HBM 시장은 SK하이닉스가 50%, 삼성전자가 40% 등 전 세계 90%를 한국이 차지하고 있어 AI 혁명의 '낙수효과'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물론 실제로 초거대 AI 모델을 내놓는 네이버도 주목할 만한 기업으로 꼽힌다. 이 대표는 "현재 미국 빅테크를 제외하고 AI 경쟁에서 참여할 수 있는 업체는 거의 없는데, 비영어권에서 유일하게 가능한 회사가 네이버"라고 말했다.
변동성이 커진 장세에서 리스크를 줄이려면 로봇과 우주항공 등 정부 정책의 수혜를 받는 기업에 주목하라는 조언도 나오고 있다.
로봇은 첨단 분야 6대 핵심 산업 중 아직 산업전략이 발표되지 않았다. 자율주행로봇의 실외 주행을 가능케 하는 지능형 로봇법 개정안은 지난 4월 통과돼 오는 1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그동안 한국은 로봇의 보도 통행과 공원 출입 금지 등 규제로 사업화에 어려움이 있었다. 개정안은 로봇의 실외 이동을 허용하기 위한 조항을 두고 있어, 향후 배송, 순찰, 방역, 안내, 청소 등 다양한 분야에서 로봇 활용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주항공 분야도 정책 수혜가 예상된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12대 국가전략기술 중 하나로 우주항공을 선정했다. 또 연내 우주항공청을 설립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강대석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아직 임기 전반부인 정부에서 발표가 머지않은 정책들, 글로벌 트렌드 때문에라도 철회되기 어려운 분야와 관련된 테마는 수익률에 긍정적인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로봇, 우주항공은 2~3개월가량 휴식기를 갖다가 최근 조금씩 반등하기 시작했으며,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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