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 챙기겠다고 조직까지 띄운 野… “대안은 없고 여전히 정부 탓” 지적도
민생채움단 세우고 연일 현장行
“대통령실 개입” “도지사 처벌” 공세만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원내지도부 차원의 ‘민생채움단’을 구성했다. AI 데이터 경제와 기후변화, 교권 침해 문제와 수해 및 폭염 피해 등 민생과 직결되는 각종 사회 현안을 직접 챙겨 ‘대안 정당’으로 인정받겠다는 취지다.
실제 성과를 내 대(對)국민 보고서도 선보이겠다고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작 현장에 필요한 실질적인 대안 제시보다는 여전히 정부·여당의 책임을 지적하는 공세에 치우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 민생채움단 단장인 박광온 원내대표는 지난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의 온열질환자 속출 사태를 지적하면서, 대통령실이 무리하게 개영식 진행을 요구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예측 가능한 피해였다는 일부 외신 보도를 인용하며 이번 사태와 관련해 정부 측 책임 소재를 확실히 가려야 한다고도 했다.
박 원내대표는 “소방당국의 행사중단 요청에도 개영식 행사가 계속 진행된 것은 꼭 짚고 넘어가야 한다”며 “당시 윤석열 대통령 부부도 참석했기 때문에 대통령실이 관여했다는 일부 주장도 있다. 대회집행위원회는 대통령실 요구가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이 부분에 대해 명확한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은 휴가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잼버리 참가자들에 냉방 대형버스와 얼음물을 공급할 냉장·냉동 탑차 준비를 지시하고, 한덕수 국무총리도 긴급 국무회의를 소집해 대회 지원차 60억 원 규모의 예비비를 의결한 날이다. 이에 국민의힘은 “지금 당장은 책임론을 논할 시기가 아니다. 현장의 문제점을 신속하게 보완해 각국 청소년들이 안전하게 귀국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일축했다.
서울-양평 고속도로의 ‘백지화’ 문제에 대해선 기존 ‘고속도로 특혜 의혹 진상규명 TF’가 내놨던 수준의 의혹 제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재 민주당은 박 원내대표를 포함한 소속 의원 전원 명의로 양평 고속도로 관련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그러면서도 이날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아파트 부실공사 현장에 방문해서는 “LH 사태는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국정조사로 해결 될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민주당은 전날인 3일에도 고속도로 문제를 다뤘지만, TF 전체회의에선 정부 여당을 비판하는 발언만 쏟아졌다. 박 원내대표는 “정부가 특혜 의혹을 충분하게 설명하거나 잘못된 부분에 대해 바로잡겠다는 최소한의 기본적 자세도 전혀 안 보인다”며 “기획재정부와 협의 없이 종점을 변경하는 것은 명백한 법 위반”이라고 말했다. 그 외 위원들도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사퇴와 국정조사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말을 반복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 자체를 ‘가짜뉴스’이자 ‘정쟁화’로 규정하고 있어 국정조사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희박하다. 민주당 관계자는 “야당으로서 지금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국정조사 요구라도 하는 것이지, 여당이 정말 받을 거라 생각해서 꺼낸 게 아니다”라고 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의 결단만으로도 가능하긴 하지만, 관례상 역대 국정조사는 여야 합의로 추진해왔다.
수해 대응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은 지난 2일 수십명의 사상자를 낸 청주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침수사고 희생자 빈소와 유가족을 방문해 여당 소속 충북도지사 책임론만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도 “충북지사는 중대재해처벌법 처벌 대상” “국무총리와 김영환 충북지사가 국민을 못 지킨 관재(官災)” “충북지사 문책” 등 정치적 발언이 대부분이었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 등 주요 악재를 해결하지 못한 상황에서 민생채움단 활동으로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시도는 나쁘지 않다”면서도 “그러나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정부·여당 탓만 하며 여론을 조성하려고 하면 오히려 중도층이 멀어지는 역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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