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0일 박광온, ‘부드러운 카리스마’ 호평···국민신뢰 회복은 시험대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취임 100일간 계파를 아우르며 갈등을 조율하는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보여줬다는 호평을 받았다. 의원총회에서 자유로운 토론을 장려하고, 소속 의원들의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을 받아내는 등 당내 민주주의와 도덕성 회복에 이바지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다만 이재명 대표 등 야당 의원들을 겨냥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한 상황에서 국민 신뢰를 회복할 원내 전략을 어떻게 세울지를 두고는 여전히 시험대에 올랐다.
박 원내대표는 이 대표 사법 리스크,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수사, 김남국 의원 가상자산 투자 논란 등으로 당의 위기가 커진 상황에서 6일 취임 100일을 맞았다. 그는 취임 후 당의 가장 큰 당면 과제인 도덕성 회복을 위해 공을 들여왔다. 지난 5월14일 쇄신 의원총회에서 국회의원 가상자산 자진 신고를 약속하는 결의문을 끌어냈다. 지난달 18일 의원총회에서 김은경 혁신위원회가 요구한 소속 의원 전원의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을 추인했다. 김은경 혁신위원장의 노인 폄하 발언 논란이 커지자 지난 2일 “민주당은 특정 세대에 상처 주는 언행을 삼갈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한 호남 의원은 “박 원내대표가 당내 여러 문제에 대한 소방수 역할을 하는 등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의원총회에서 토론 문화를 장려했다는 것도 성과로 꼽힌다. 박 원내대표가 당선된 후 처음 열린 쇄신 의원총회에서는 의원 30여명이 도덕성 회복 방안을 두고 다양한 토론을 벌였다. 한 초선 의원은 “그동안 (당 단합을 해친다는 이유로) 당내 토론 분위기가 억눌려 있었는데 쇄신 의총을 계기로 다양한 의견이 분출될 환경이 조성됐다”고 말했다.
대여 관계에서는 정책정당으로서 면모를 부각해왔다. 박 원내대표는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함께 ‘수해 대책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수해 관련 법안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켰다. 정부·여당에 맞벌이 학부모를 위한 주4일제, 에너지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 등을 촉구했다. 때로는 여당과 대립각도 세웠다. 윤석열 대통령 처가 특혜 의혹을 규명할 서울~양평 고속도로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방송법 개정안 본회의 직회부를 추진했다.
비명계로 분류되는 박 원내대표는 당내에서는 이 대표와 큰 잡음 없이 투톱 체제를 유지해왔다. 한 초선 의원은 “비명계 원내대표로서 자기 색깔을 덜 드러내면서 이 대표와 조화를 추구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의 온화한 리더십은 동전의 양면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다른 초선 의원은 “당내 리스크, 설화로 국민이 실망하는 상황에 대해 원내대표로서 당 지도부에 강력하게 지적해줬으면 한다”고 촉구했다.
박 원내대표는 내년 총선을 8개월여 앞두고 소속 의원 체포동의안 표결 등을 두고 시험대에 설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 앞에는 검찰의 이 대표 수사,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원회의 김남국 의원 제명 권고,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에 연루된 윤관석 무소속 의원의 구속 등 악재가 놓여있다. 민주당은 특히 이 대표에 대한 2차 체포동의안이 정기국회 중에 제출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검찰이 정기국회 시작 후 구속영장을 제출하면 국회는 이 대표 체포동의안에 대한 찬반 표결을 해야 한다.
민주당이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을 두고 윤관석·이성만 의원의 ‘꼼수 탈당’ 논란을 되풀이하면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돈봉투 수사 대상이 다른 의원들로 확대될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고 “검찰이 분명한 근거를 제시할 때 당이 국민 눈높이에 맞는 명확한 입장을 갖고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신주영 기자 j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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