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 했는데...” ‘흉기난동범 오인’ 검문 시도에 중학생 부상
경찰이 10대 중학생을 흉기소지 의심자·이상 행동자로 오인해 불심검문을 시도하자 해당 학생이 놀라 달아나다 넘어져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5일 오후 10시쯤 경기 의정부시 금오동의 천변에서 검은색 후드티를 입은 남자가 흉기를 들고 뛰어다닌다는 112신고가 접수됐다. 경찰은 즉시 인근 지구대 인력과 형사 당직 등 전 직원을 동원해 폐쇄회로(CC)TV 등을 토대로 해당 남성 추적에 나섰다.
사복을 입은 형사들은 비슷한 인상착의를 한 중학생 A군(16)을 발견해 다가가 불심검문을 시도했다. 그러자 A군은 곧장 뒤돌아 뛰어 달아나다 넘어져 붙잡혔다. A군에게서 흉기는 발견되지 않았으나 경찰은 정확한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파출소로 연행했다. A군은 넘어져 붙잡히는 과정에서 머리, 등, 팔, 다리에 상처를 입었다. 이를 목격한 일부 시민들은 ‘의정부시 금오동 흉기난동범’이라는 사진과 영상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기도 했다.
A군의 아버지 B씨는 6일 오전 온라인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경찰의 무리한 진압이었다고 주장했다. B씨는 “아들은 집 근처에서 달리기를 하고 있었는데 경찰이 강압적으로 아들을 제압했다”며 “(경찰은) 자신들의 소속과 신분도 고지하지 않았고, 미란다 원칙 같은 건 통보도 없었다고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무고한 피해자들이 없도록 사전에 검거하는 것은 최우선이지만 자칫 무자비하고 강압적인 검거로 미성년자까지 피해자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니 무섭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통화에서 “엄정 대응 과정에서 학생이 다친 부분에 대해선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정확한 사실관계는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A군에게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지 않은 데 대해선 “미란다 원칙은 임의동행하거나 피의자를 체포할 때 하는 것이고, 이번 상황은 불심검문 과정에서 바로 도주해서 요건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앞서 경찰청은 일선 시·도청에 거동 수상자에 대한 검문강화를 지시하며 “그동안 검문검색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반 시민들의 반발이 있을 수 있다. 검문 시에는 증표를 보여주면서 소속, 성명을 밝히고, 검문 이유(무엇때문에 검문하는지)를 고지하면서 협조를 구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강제할 수 없으므로 소지품은 본인에게 개피하도록 요구해야 한다”고도 했다.
사건이 알려지자 ‘범죄자 검거도 중요하지만 무고한 시민이 피해를 보는 일도 없어야 한다’는 반응이 나왔다. 한 누리꾼은 “사복 경찰이 갑자기 다가오면 오히려 시민 입장에서 위협적으로 느끼지 않겠냐”고 했다.
경찰 내부에서도 볼멘소리가 나온다. 경찰청은 이번 특별치안활동 기간 중 검문 활동과 관련해 우수 사례를 취합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한 지역 경찰관은 “별칙 조항도 없고, 상대가 신분증을 안 보여주면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도 없는데 실적을 강조하면 결국 무리한 수색으로 이어지지 않겠냐”고 했다. 다른 경찰관은 “과한 지시가 이어져 내부 분위기가 좋지 않다”며 “일선 서장들한테 거점 지역을 직접 점검하라는 지시도 있는데 무슨 실효성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이홍근 기자 redroo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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