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제국주의·반페미니즘 ‘백래시’···세계 학자들이 연구한 ‘오징어 게임’
2020년 넷플릭스 인기 장르는 도메스틱 누아르(Domestic Noir)와 여성 서사다. 도메스틱 누아르인 <퀸스 갬빗> <래치드> <검은 욕망>과 여성 서사인 <에밀리, 파리에 가다> <더 크라운>이 10위에 들었다.
2021년 TV 드라마 세계 흥행 1위는 <오징어 게임>, 2위는 <종이의 집>(스페인), 3위는 <뤼팽>(프랑스)이다. ‘정의로운 복수극 혹은 괴도 장르’, ‘거대 권력에 맞서는 가부장 남성 히어로 서사’다.
권명아(동아대 한국어문학과 교수)는 <몸들의 유니버스 너머>(산지니)에 실은 논문 ‘<오징어 게임> 어펙트, 마주침의 윤리와 연결성의 에톨로지’에서 넷플릭스 인기 드라마 순위 변화 의미를 살핀다. <오징어 게임>의 세계적 흥행 등 “그 시대 많은 사람의 판단, 취향, 감각의 집적물”인 지배적 장르의 교체가 “페미니즘에서 반페미니즘으로 기울어지는 초국가적 백래시”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본다.
도메스틱 누아르는 2010년대 이후 페미니즘 관점에서 가정 범죄를 다룬 범죄 장르 소설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권명아는 넷플릭스의 도메스틱 누아르를 “가스라이팅에 대한 비판과 가스라이팅 서사를 여성 주체화 서사로 전유한 문화적 흐름”이자 “미투 시대의 문화적 상관물”이라고 해석한다.
도메스틱 누아르는 “불안정하지만 결국 통제된 환경에 저항해서 승리하는 여성과 이성적이고 안정된 겉모습 뒤로 폭력과 잔인함을 감춘 믿을 수 없는 남자들에 관한 이야기”다.
반면 “<오징어 게임>은 취약하고 불안정한 중년의 남성이 믿을 수 없는 여자들로 가득한 세계에서, 통제된 환경에 저항해 나름 승리를 쟁취하는 서사”다. 권명아는 이 오래되고 시대착오적인 가부장적인 서사가 미투 운동과 여성 임파워링 시대를 거치면서 백래시의 부상에 올라탄 것이라고 본다. “‘믿을 수 없는 여자들’과 ‘억울한 남자’라는 정체성 편성을 통해서 생산되는 이른바 페미니즘 백래시 시대 한국 사회의 젠더 정치와 긴밀한 연결성을 구축하고 있다”고 했다.
예를 들어, 한미녀는 ‘아이를 알리바이로 삼는 엄마’, ‘성추행이라고 거짓말하는 여자’, ‘자신의 몸을 술책으로 삼는 여자’, ‘성을 거래하는 여자’로 그려진다. 권명아는 “믿을 만한 가부장으로 거듭나는 중년 남성 가부장 신화를 강화하면서 여성은 신뢰 자본을 획득하는 플레이어에서조차 배제하고 있다”고 말한다.
권명아는 <오징어 게임>에 관한 담론 생성과 수용도 분석한다. “<오징어 게임>의 ‘의미’는 원작 드라마의 내적 특성이나 마케팅 전략에 의해서만이 아니라 텍스트 생산과 수용에 관여하는 다양한 행위 주체들의 마주침과 마주침에서 촉발되는 의미, 감각, 반응, 정서에 의해 ‘점점 더 자라난다.’” <오징어 게임>을 성차별적 텍스트로 분석하거나 한국 자본주의의 디스토피아에 대한 메타포로 해석하는 것 등을 두고 한 말이다. 언론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다양한 해석과 분석을 담은 텍스트가 나온다.
학술 영역 생산도 늘어난다. <오징어 게임>을 주 분석 대상으로 삼거나, 그 대상 중 하나로 삼은 국내 논문과 리뷰는 6일 디비피아 기준 84건이다. 주제별로 보면, 신문방송학 9건, 인문학일반·예술체육학일반·문학이 각 7건, 종교학/신학 4건, 법학·디자인 각 3건 등이다. 주로 학술저널(55건)과 전문잡지(16건)에 실렸다. 학위 논문은 10건이다.
한류 콘텐츠 성장과 유통 측면에서 들여다본 게 많다. 출연 배우 얼굴을 미학적으로 고찰하거나 <오징어 게임>과 괴테 <파우스트> 간 연관성을 분석한 글도 나왔다. 욕설이나 비속어 번역 양상을 조사 분석 글도 있다.
<오징어 게임>에 대한 연구 분석은 해외에서도 이뤄진다. 허만섭(강릉원주대 교양학부 교수)는 지난 4월 논문 ‘넷플릭스 킬러콘텐츠 <오징어 게임>의 해외 연구 동향: 체계적 문헌 고찰’을 냈다.
허만섭은 <오징어 게임>이 넷플릭스에 공개된 2021년 9월부터 2023년 2월까지 학술 포털사이트인 ‘Google Scholar(구글 학술)’에서 드라마 영문 제목 ‘Squid Game’으로 검색한 결과인 1070편 중 기사, 온라인 게시물 등을 제외한 해외 논문 148편을 분석했다.
허만섭은 해외 논문의 주된 해석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신자유주의 자본주의 체제가 사회적 불평등을 초래하는 세계적이고 보편적인 현상에 의해 한국에서도 비정규직이 증가하고 개인채무가 급증하는 토속성이 나타나고 이로 인해 절박해진 주요 인물들이 거대한 게임 세트장 안에서 상금을 위해 목숨을 걸고 데스 게임을 벌여 독특한 볼거리를 만든다.”
학술 담론 내용을 세부적으로 보면 사회(29.1%), 영상 콘텐츠(17.6%), 디지털 미디어(14.2%), 한류(12.2%), 게임(6.8%), 제국주의(6.1%), 언어(6.1%), 윤리·종교(4.8%), 교육(3.4%) 영역 순이다.
사회 영역은 모두 43편이다. 허만섭은 “신자유주의, 자본주의, 계급, 양극화, 불평등, 헤게모니, 마르크시즘 측면에서 어두운 현실이 이 시리즈의 디스토피아에 어떻게 투영되었는지 다뤘다”고 했다. 이 영역 키워드는 폭력, 홉스 이론, 사회적 다윈주의, 빚의 경제학, 주인-노예 관계, 범죄 규범, 홀로코스트, 감시, 젠더, 다문화, 탈북자 등이다.
해외 연구자들은 ‘우리는 인간에 베팅한다. 너희는 게임의 말이다’라는 상류층 게임 관전자의 대사나 중산층이 비정규직 빈곤층으로 내려앉는 뉴언더독(new underdog) 현상에 주목했다고 한다. 이 시리즈를 “‘외국인 노동자를 하층 계급으로 편입하고 세계에 문화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한국의 하위 제국주의’를 를 드러낸다”고 주장한 논문도 나왔다.
김종목 기자 j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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