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신과 안정` 어느쪽 힘줄까
B2B 사업·통신 본업 등에 초점
AI·데이터 등 디지털전환도 박차
김영섭 전 LG CNS 사장(64)이 KT를 이끌어갈 단독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지난 4일 확정되면서 지난해부터 이어진 KT CEO 수난사가 일단락됐다. 새 CEO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극심한 내·외부 갈등을 빚었던 KT는 외부 출신 새 CEO를 중심으로 새 성장동력을 확보해 재도약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는 이달 말 열릴 주주총회에서 참여 주식 60% 이상의 찬성을 받으면 대표이사로 공식 취임한다.
김 후보자는 경북사대부고,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LG상사(현 LX인터내셔널)의 전신인 럭키금성상사를 거쳐 LG CNS에서 근무했다. 이후 2014년 LG유플러스 CFO(최고재무책임자)로 재직하다 2015년 LG CNS에서 CEO로 선임됐다. LG CNS 취임 당시 DX(디지털전환) 사업에 힘입은 클라우드와 물류 부문의 호실적에 힘입어 처음으로 연 매출 4조원을 돌파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최우선 과제는 내부 안정화 = KT 수장으로서 김 후보자의 첫 과제는 내부 안정화다. KT는 그간 외부 리스크로 인한 각종 논란으로 CEO 선정에 어려움을 겪고 분열 양상을 빚어왔다. 구현모 전 대표에 이어 윤경림 KT 사장이 차례로 차기 CEO 후보로 선정됐지만, 여권의 강한 압박 속에 스스로 물러났다. 사외이사도 1명만 남고 사퇴하면서 내부 혼란이 증폭됐고,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사장)이 반년 가까이 직무대행을 맡으며 비상경영체제를 이어왔다. 일감 몰아주기 의혹과 관련해 전·현직 KT 고위 인사들에 대한 검찰 수사도 진행중이다.
이 과정에서 정기 인사와 조직개편 등 주요 결정이 미뤄졌고 임직원들의 사기도 떨어질 대로 떨어졌다. 정권의 불신과 내부 분열 등 내·외부적 위기 상황에서 임직원 5만8000여명에 달하는 KT를 대상으로 김 후보자가 보여줄 쇄신·혁신 방향에 관심이 집중된다.
◇'인재 중시' 경영철학, DX 청사진 주목 = 김 후보자는 IT(정보기술) 기업의 핵심 자산인 핵심 기술 인재를 중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LG CNS 직원 대상 '기술역량 레벨' 평가 제도를 도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를 바탕으로 KT에서도 임원 인사, 조직개편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KT 외부 출신 인사인 만큼 큰 폭의 인사개편이 이뤄질 가능성도 높다. KT 외부 출신인 이석채, 황창규 전 회장은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한 바 있다.
AI(인공지능)·클라우드 등 미래 먹거리 확보도 챙겨야 할 과제다. KT가 경영공백 상태에 있는 동안 경쟁사들은 챗GPT로 가속화된 AI 대전환에 맞춰 'AI 컴퍼니', '플랫폼 기업'을 내세우며 AI, 로봇, UAM(도심항공교통) 등 비통신 사업에 박차를 가해왔다.
◇B2B 사업 키우고 효율성 초점 둘 듯 = 김 후보자는 SI(시스템통합) 기업 LG CNS를 이끈 만큼 IT 전문성과 식견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된다. 계열사를 지원하는 역할에 머물렀던 SI 기업들이 최근 DX 흐름의 중심에 나서고 있는 만큼 김 후보자가 선보일 KT의 새 비전과 구체적인 방향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LG CNS에서도 DX를 강조한 만큼 B2B(기업간거래) 사업을 키울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 후보자는 LG CNS에서 클라우드, 스마트팩토리 등 DX 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해 가시적 실적으로 연결시킨 바 있다.
특히 김 후보자는 '재무통'인 만큼 효율성을 강조하는 경영 전략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KT는 올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2.4% 감소하며 정체 상황에 빠져있다. 한학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김 후보자는 LG CNS 사장 취임 당시 '해현경장(解弦更張)'과 '사요무실(事要務實)'이라는 사자성어를 경영 키워드로 압축해 제시한 바 있다. 해현경장은 '거문고의 줄을 바꾸어 맨다'는 뜻으로 느슨해진 것을 긴장하도록 다시 고치는 것을, 사요무실은 '일을 할 때 실질에 힘쓰는 것'을 뜻한다. KT에서도 경영 내실화에 힘을 쏟을 전망이다.
◇"통신 본업 경쟁력 강화해야" 주문 = 통신 본업의 경쟁력 확보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주문도 있다. KT는 통신 기업의 '맏형'인 만큼 인프라 구축, 네트워크 운영 고도화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주가부양 또한 과제다. KT 주가는 지난해 8월 9년 만에 시가총액 10조원을 돌파했지만, 장기간의 경영 공백 영향으로 지난 3월 2만원대로 떨어진 데 이어 현재 3만원 초반대를 기록하고 있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KT 내부 조직 분위기 쇄신이 선결 과제로 보인다"면서 "통신 업계도 AI, 데이터 등 디지털전환에 박차를 가하는 만큼 (김 후보의) 전 산업 디지털화 지원 경험들이 KT의 새 비전에 담기면 내·외부적으로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KT CEO 후보자 중 한 명이었던 차상균 서울대 교수는 이례적으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KT 이사회에 제출했던 직무계획서와 발표 자료를 공개하기도 했다. AI로 신산업을 펼치겠다는 구상이다. 차 교수는 "KT 최장 사외이사를 지낸 도의적 책임과 애정을 가지고 위기에 처한 KT를 대한민국 혁신성장을 이끄는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하기 위한 고민을 몇 달 동안 했다"고 말했다. 김나인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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