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폭염·해충 총체적 난국"…이재용·구광모, '부실 끝판왕' 잼버리 구할까
이재용 '동행' 비전 앞세운 삼성, 신입사원까지 파견…LG, 계열사 역량 총동원해 지원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전북 부안 새만금에서 치르는 '제25회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가 부실 운영으로 '재난 상황'이라는 비판이 쏟아지는 가운데 결국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해결사로 나섰다. 일부 후원 기업들은 상한 음식과 시중보다 높은 가격으로 상품을 판매해 질타를 받는 반면, 삼성과 LG는 문제 해결을 위해 앞장서 이번 행사가 잘 마무리 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에 나선 모습이다.
6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과 LG는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에서 폭염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는 데 보탬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책 마련에 나섰다.
특히 삼성은 지난 4일부터 잼버리 참가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염려해 계열사들까지 나서 연일 여러 방책을 내놓고 있다. 지난 4일에는 이온·비타민 음료 총 20만 개를, 5일에는 삼성병원 의료지원단 파견과 간이 화장실 및 전동 카트 지원 등에 나섰으며 이날은 임직원 150명까지 투입하고, 삼성전자 사업장 견학 프로그램을 가동키로 결정했다.
삼성 관계자는 "입사 후 연수를 받고 있는 신입사원 150여 명을 오는 7일부터 현장에 파견할 계획"이라며 "삼성 임직원들은 현장에서 쓰레기 분리수거 등 자원봉사자들의 환경미화 활동을 도울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업무를 먼저 배우기보다 사회와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세계 최고를 향한 길'이라는 삼성의 '동행' 비전을 먼저 체득시키기 위해 결정한 것"이라며 "삼성은 신입사원들이 입사 후 회사 생활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느끼고 실천할 수 있도록 기존부터 신입사원 입문 교육에 봉사활동 프로그램을 포함시켜 왔다"고 덧붙였다.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에 참가 중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삼성전자 '오픈 캠퍼스' 사업장 견학 프로그램은 ▲평택 또는 화성 반도체공장 ▲수원 삼성이노베이션 등에서 이뤄진다. 삼성전자는 뮤지엄(SIM) 견학 프로그램을 스카우트 학생들에게 제공해 글로벌 미래 인재들이 한국의 첨단IT 산업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번 프로그램에는 하루 550여 명의 스카우트 대원들이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서울병원 의사 5명, 간호사 4명, 지원인력 2명 등 총11명으로 구성된 의료지원단은 지난 5일 오후 현장에 도착해 즉시 진료 활동을 시작했으며 오는 12일까지 머물 예정이다.
또 삼성물산은 잼버리 운영 인력들이 현장 내에서 원활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산하 골프장을 통해 전동 카트 11대와 전기차 2대도 추가 지원했다. 앞서 지원한 ▲에어컨 장착 간이 화장실 7세트 ▲살수차 5대 ▲발전기 5대도 지난 5일 현장에 설치돼 곧바로 가동을 시작했다.
이처럼 삼성이 나서는 이유는 사회공헌 활동에 유달리 신경을 쏟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동행' 철학 덕분이다.
그동안 틈날 때마다 '함께 성장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내놓고 있는 이 회장은 지난 2019년 50주년을 맞아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세계 최고를 향한 길"이라며 동반 성장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또 부친인 고 이건희 회장 1주기 추도식 때도 "겸허한 마음으로 새로운 삼성을 만들기 위해, 이웃과 사회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함께 나아가자"고 말하며 삼성의 사회적 역할을 거듭 강조했다.
이의 일환으로 삼성이 지난 1995년부터 국내에서 발생한 대규모 재난·재해 극복을 위해 기부한 성금은 1천100억원에 달한다. 최근에는 집중호우 피해 극복을 위해 전국재해구호협회에 30억원의 성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구 회장 역시 LG 계열사를 동원해 잼버리가 마지막까지 잘 마무리 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탰다.
LG는 이날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조직위원회에 생수와 이온음료 총 20만 병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 넥쿨러 1만 개를 비롯해 휴대용 선풍기, 보조배터리 등도 지원했다. 이번 지원은 야외 활동이 많아 무더위에 노출될 수 있는 참가자들이 폭염에 대비하고 온열질환을 예방할 수 있도록 LG생활건강, LG유플러스 등 계열사들이 힘을 모았다.
이와 함께 LG는 냉동탑차 6대 투입을 지원하는 한편, LG유플러스는 대회 기간 동안 무료 충전스테이션을 상시 운영하고, 안정적인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5G 무선 와이파이 라우터, 유선 와이파이를 지원했다.
또 LG는 참가자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그늘막(MQ텐트) 300동을 추가 제공한다. 샴푸, 린스 등 여행용 생활용품 세트, 비누, 세제, 모기기피제 등 위생용품 5만 개도 지원한다.
여기에 LG는 푸드트럭을 활용한 빙수 제공 등의 추가 지원 방안과 가전과 로봇, 디스플레이, 전장 제품과 배터리 등 LG 미래기술과 핵심 주력제품이 있는 전시장인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 내 이노베이션갤러리 견학, LG전자 창원·구미 사업장의 스마트팩토리 견학 및 경기도 광주시에 위치한 생태수목원인 화담숲의 자연 생태 체험 등 관광 및 체험 프로그램 지원 등을 추가로 검토하고 있다.
LG 관계자는 "세계 잼버리 참가자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정을 마칠 수 있도록 추가적인 지원도 적극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삼성, LG가 직접 나서게 된 이유는 부실 운영에 폭염으로 고통 받고 있는 잼버리 참가자들의 참상이 알려지며 전 세계적으로 우려가 높아지고 있어서다.
오는 12일까지 진행되는 세계스카우트 잼버리는 최고기온 35도가 넘는 폭염이 연일 지속되면서 온열환자가 지금까지 100명 이상 발생해 비상이 걸렸다. 또 현장에서 각종 문제가 발생하면서 참가자 부모들의 원성이 들끓고 외신 보도까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탓에 일부 참가국들은 철수를 결정했다. 가장 많은 4천500여 명의 청소년을 파견한 영국은 전날 행사장 철수를 통보한 바 있다. 미국은 성인 자원봉사자 등을 포함해 총 1천200여 명을 파견하기로 돼 있었으나 철수를 결정했고, 싱가포르 대표단도 전날 퇴영을 확정했다.
이번 잼버리는 개막 초기부터 폭염에 따른 온열질환자 속출과 시설 미비, 비위생적인 화장실과 탈의실, 해충, 부실한 식사, 조직위의 안일한 운영 등이 지속해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나라 망신"이라고 비판했지만, 조직위는 비판 보도가 나온 뒤에도 '스카우트 정신'을 강조하며 대회 일정을 강행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이는 일부 기업들의 안일한 대응도 한 몫 했다. 이 행사에서 편의점 운영을 맡은 GS리테일은 바가지 가격 논란에 휩싸였는데, 6곳의 임시 편의점을 통해 초반에 제품 가격을 시중보다 9~15%가량 비싸게 받아 뭇매를 맞았다. 식용 얼음의 경우 일반 매장 대비 약 15% 비싼 5천원에 판매됐다. 다만 잼버리 참가자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바가지가 심하다'는 글을 올리자 지난 4일부터 모든 상품 가격을 시중 수준으로 부랴부랴 내렸다.
잼버리 식음료 공급 업체인 아워홈도 '곰팡이 달걀' 사태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이달 2일 참가자들이 수령한 1만9천 개 달걀 중 7개에서 곰팡이가 발견됐다. 해당 제품은 모두 회수된 상태로 식약처는 유통 또는 보관 과정에서 발생한 충격으로 곰팡이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아워홈은 잼버리가 지역에서 열리는 대규모 축제인 만큼 현지 공급 업체를 적극 활용해달라는 조직위 요청에 따라 기존 거래처가 아닌 현지 달걀 공급업체와 납품 계약을 맺었으나, 이번 일로 다시 기존 거래처로 공급업체를 변경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좋은 취지로 참여했지만 잼버리의 부실 운영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며 오히려 역풍만 맞는 곳들이 많은 상황"이라며 "대회를 후원한 기업들이 몇 달 전부터 열심히 준비해 왔지만, 분위기가 이상하게 흘러가면서 당황스러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부실 운영 지적과 계속된 참가국 이탈로 정부가 공 들이던 이 행사도 사실상 파행을 맞게 됐다. 대회 조직위원회가 잼버리 개막 당시 기대했던 6천억원 상당의 경제효과는 물론, 국격 실추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정부와 조직위는 추후 벌어질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스카우트 학생들이 잠시라도 쉴 수 있는 냉방 대형버스와 찬 생수를 공급할 수 있는 냉장냉동 탑차를 무제한 공급하라"며 "학생들에게 공급되는 식사의 질과 양을 즉시 개선하고 현장의 문제점들을 모든 부처가 총력을 다해 즉각 해결하라"고 지시했다.
재계 관계자는 "잼버리 조직위가 부실 운영으로 우왕좌왕 하는 동안 결국 삼성, LG를 중심으로 한 국내 대기업들이 수습에 나선 모습"이라며 "경기 불황 속에서도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이 속히 행사를 정상화 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힘을 모은 듯 하다"고 밝혔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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