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우트 강령은 '준비'인데 한국 정부는 준비되지 않았다"

2023. 8. 6.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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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생존 임무 돼" 잼버리 철수 영·미 학부모 성토…"화장실·식단도 문제"

[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스카우트의 강령은 '준비하라'인데 한국 정부는 준비돼 있지 않았습니다."

5일 영국 스카우트 대표단이 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야영지에서 조기 퇴영을 시작한 가운데 16살 아들이 잼버리에 참가한 한 영국 학부모는 영국 일간 <가디언>에 아들로부터 상황이 "난장판"이라고 전해 들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더위를 피할 그늘도 부족했고 화장실은 더러웠으며 많은 아이들이 벌레에 물렸다고도 했다. 이어 더위 탓이 많은 활동이 취소돼 "아들이 너무 지루해 땅을 파며 지냈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는 "무더위가 정부 탓이 아닌 건 안다. 하지만 폭염에 대비할 계획을 마련할 순 있었다"고 비판했다.

영국 북동부의 한 학부모 또한 16살 딸에게 "인생의 큰 경험"이 될 것으로 믿었던 잼버리가 "생존 임무"가 됐다고 영국 BBC 방송에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아이가 화장실과 샤워실이 "형편 없고 안전하지 않은 상태"이며 머리카락, 쓰레기 등으로 배수구도 막혀 있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상황이 너무 좋지 않다고 판단해 4일 딸을 영국행 비행기에 태우기도 했다. 많은 부모들은 아이들이 행사 참가를 위해 몇 년 간 준비했으며 수천 파운드를 모금하기까지 했다고 방송에 토로했다.

BBC는 영국 대표단의 일원이 철수 결정의 이유는 단지 폭염 탓이 아니라 시설과 음식 탓도 있었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화장실이 "건강 위험"을 초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고 아이들의 식단에 관한 요구도 충족되지 않아 주최 측에 며칠 간 개선을 요구했지만 결국 모든 아이들의 안전을 확보할 수 없다고 판단돼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6일 조기 퇴영을 시작한 미국 스카우트 대표단 소속으로 잼버리에 참가한 미 버지니아주 출신 17살 소년 코리의 엄마 크리스틴 세이어스도 6500달러(850만 원)를 들여 보낸 잼버리가 "악몽"이 됐다고 <로이터> 통신에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아들은 그 돈이 얼마나 큰 돈인지, 아이의 참가를 위해 가족이 얼마나 희생했는지 잘 알고 있다. 우리는 그 돈으로 많은 것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1200명 규모의 미국 대표단은 평택 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에 머물 예정이지만 4400명에 이르는 영국 대표단의 경우 서울 이동 뒤에도 적절한 숙소가 바로 배정되지 않아 부모들은 계속해서 마음을 졸였다. <가디언>에 상황을 전한 영국 학부모는 방이 부족해 아이가 서울 호텔 행사장 바닥에서 지내고 있다며 확실히 방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연락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BBC는 숙소가 부족해 250명가량의 참가자들이 서울의 한 호텔 연회장에서 지내고 있으며 방이 배정된 경우에도 한 방에 5명이 수용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BBC는 영국과 미국의 경우 수천 명의 참가자들을 빠른 시일 내에 이동시킬 자금과 자원이 충분하지만 다수의 나라엔 그럴 여력이 없다고 덧붙였다. 영국, 미국, 싱가포르는 조기 퇴영을 결정했지만 독일, 스웨덴 대표단 등은 잔류를 결정했다. 지난 1일 개막한 새만금 잼버리엔 세계 158개국 4만3000명이 참가했다.

철수가 아쉽다는 반응도 없지 않았다. 두 자녀를 잼버리에 보낸 아버지 피터 날드렛은 BBC에 "우리 아이들은 화장실 상황이 조금 암울하지만 감당이 가능한 수준이라고 했다"며 영국 참가자 철수에 "좌절했고 화가 났다"고 말했다. 15살 딸이 잼버리에 잠가한 섀넌 스와퍼도 방송에 아이들이 조기 철수 소식에 "망연자실했다"고 방송에 전했다.

방송은 새만금에 남기로 한 스페인, 벨기에, 프랑스 참가자들이 "상황이 나아졌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16살 스페인 참가자 블랑카는 방송에 함께 참가한 자매가 첫 날 온열 질환으로 병원에 실려갔지만 회복됐다며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 찬물과 선풍기, 그늘 쉼터가 제공됐다"고 말했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에 참가한 영국 스카우트 대표단이 6일 전북 부안군 야영장에서 철수를 위해 짐을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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