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탈 없는 대신 인기도 없더라”…가상인간, 벌써 시들해진거야? [방영덕의 디테일]
가상인간은 광고모델, 쇼호스트, 관광안내원, 큐레이터, 은행원, 아나운서 등의 역할을 해냈고 실제 인간을 대체하는 것 아니냐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받았습니다.
가상인간 사업이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메타버스(가상세계)와 함께 신사업 동력으로 주목을 받은 게 사실입니다만 여전히 의문입니다. ‘과연 가상인간이 인간을 대체할 수 있을까?’라고요.
최근 가상인간 사업의 소위 ‘오픈빨’이 끝나면서 그 열풍에 대한 회의론마저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재 글로벌 시장에 선보인 가상인간의 수는 수천명 수준으로 추정됩니다. 국내에 소개된 가상인간만 150명을 넘는 것으로 파악되고요.
예컨대 네이버웹툰 계열사인 로커스엑스에서 개발한 국내 가상인간 모델 1호 ‘로지’, 카카오게임즈의 손자회사 온마인드가 개발한 ‘수아’, LG전자가 지난 2021년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 ‘CES 2021′에서 처음 선보인 ‘김래아’ 가 있습니다.
가상인간으로는 국내 첫 인터넷 강의 강사를 지향한 이스트소프트의 ‘백하나’, 롯데홈쇼핑이 인간 쇼호스트 대신 내세운 가상인간 쇼호스트 ‘루시’, 한국관광공사의 가상인간 ‘여리지’ 등도 빼놓을 수 없죠.
하지만 현재까지 왕성하게 활동하는 가상인간을 꼽으라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됩니다.
가상인간 모델이 흥했던 것은 사실 디지털소비에 친숙한 소비자들 사이 ‘처음’이란 호기심 영향이 컸습니다. 비대면 소비가 주를 이뤘던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특수성이 한몫을 했고요.
기업 입장에선 사생활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까지 추락하는 연예인 모델과 달리 구설에 오를 일이 없고, 시공간 제약없이 맡은 일을 척척 해내는 가상인간 모델이 꽤 매력적이긴 합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비대면 콘텐츠로만 소통이 가능한 가상인간이다보니 그 팬심을 얻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국내 한 대기업 관계자는 “전세계를 무대로 활동이 가능하고, 뒤탈이 없는 대신 인기도 없더라”라며 “가상인간에 대한 몰입도 한계가 명확한 상황에서 단단한 팬덤을 쌓는 일이 아직까지는 어려운 일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일례로 로지의 경우 초창기에는 3D툴을 이용해 얼굴을 만들고 대역 모델의 몸에 이를 합성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딥페이크’ 방식으로 제작되고 있는데요. 즉 AI가 대상 얼굴을 미리 학습하고 얼굴을 알아서 합성해주는 딥페이크 방식으로 비용 부담은 줄이면서 더 빠르게 이미지와 영상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이때 가상인간의 얼굴은 실존하는 이미지가 아닙니다. 따라서 AI의 학습을 위해선 가상의 얼굴을 수백장, 수천장을 만들어야 합니다.
또 다채로운 표정을 학습시키기 위해 가상의 뼈와 관절을 만들어 움직임을 제어, 표현하는 ‘리깅’ 기술로 움직임을 학습시켜야 합니다. 끊임없는 기술적 개선 노력이야말로 자세히 보지 않으면 실제 사람과 구분하기가 힘든 가상인간의 성공 요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롯데홈쇼핑의 루시 역시 가상인간임에도 라이브 커머스 방송을 진행할 정도로 화려한 언변을 구사할 수 있는 것은 정교한 기술력이 뒷받침 됐기 때문입니다.
루시를 만든 기업 포바이포는 루시의 라이브 방송을 위해 ‘페이스 스왑(face swap)’이란 기술을 적용했습니다. 이 기술은 보정 작업 없이 초당 36프레임 이상의 완벽한 영상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을 말합니다.
덕분에 루시는 지난달 26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진행된 삼성전자 ‘갤럭시 언팩’ 행사에 VIP로 초청 받아 참석하기까지 했습니다. 삼성전자가 사상 최초로 국내에서 진행한 언팩 행사에서 루시는 가상인간으로 참석, 신제품을 체험해 주목을 받았죠.
전세계적으로 가상인간 시장이 커지면서 관련 스타트업들이 주목을 받으며, 수백억원의 뭉칫돈이 몰렸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많은 금융투자사들이 가상인간 사업에 대해 우려를 제기합니다. 명확한 수익모델이 없는 상황에서 끊임없는 기술 개발 및 도입 비용은 기업에 부담일 수밖에 없어섭니다.
더욱이 초창기에 비해 많은 기업들이 우후죽순 가상인간 사업에 뛰어들어 경쟁은 더 치열해졌고요. 수익 확보는 더더욱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가상인간을 둘러싼 사회적 합의 역시 필요합니다. 법과 윤리가 기술 개발 속도를 미처 따라 가지 못할 때 발생하는 문제들을 막기 위해섭니다.
일례로 이미 고인이 된 유명인이나 가족을 가상인간으로 만드는 사업은 초기 블루오션이라는 기대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죽은 사람의 동의 없이 가상인간 제작을 해도 되는지 법과 윤리 등의 문제에 부딪혀 사업이 크게 활성화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가상인간에 대한 성희롱이나 욕설 등에 대한 기준 역시 따로 없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합니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가상인간은 성희롱이나 딥페이크를 활용한 디지털 성범죄의 표적이 되기 쉽지만 (가상인간을) 보호할 수 있는 마땅한 법이 없다”며 “결국 가상인간을 어떻게 취급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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