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쇄살인범 체포 이끈 실종자 엄마...끝은 비극적 존속살인 [특파원 24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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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시 중심부 맨해튼에서 동쪽으로 차를 타고 1시간쯤 가면 나오는 길쭉한 모양의 섬 '롱아일랜드'.
대서양 연안 롱아일랜드 서포크카운티 오크비치 인근에서 다급한 911 신고전화가 걸려온 것은 2010년 5월 1일 이른 아침이었다.
서포크카운티 수사 당국은 지난해 1월 새롭게 팀을 꾸려 길고비치 살인 사건을 재조사하기 시작했다.
CNN은 5일 "딸을 찾기 위한 엄마의 요청이 결국 길고비치 연쇄살인 용의자를 체포하게 했다"며 '의도하지 않은 영웅'이라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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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 실종 섀넌 수색 중 다른 시신 발견
딸 섀넌 경찰 재수사 촉구 엄마도 존속살해
미국 뉴욕시 중심부 맨해튼에서 동쪽으로 차를 타고 1시간쯤 가면 나오는 길쭉한 모양의 섬 '롱아일랜드'. 대서양 연안 롱아일랜드 서포크카운티 오크비치 인근에서 다급한 911 신고전화가 걸려온 것은 2010년 5월 1일 이른 아침이었다.
당시 23세 성매매 노동자였던 섀넌 길버트는 “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며 다급하게 비명을 질렀다. 자신을 불렀던 손님 집에서 맨발로 뛰쳐나온 그는 이웃 주민 2명과 마주치기도 했다. 전화를 받았던 911 요원이 도움을 주겠다고 하는데도 이를 거절한 섀넌은 통화 직후 사라졌다.
섀넌을 찾기 위해 경찰은 인근 해변을 수색했고 6개월여 뒤인 2010년 12월부터 잇따라 유해가 발견됐다. 롱아일랜드 해변에서 찾은 시신만 처음엔 10구에 달했고 나중에는 16구까지 늘어났다. 희생자는 대부분 살해돼 사체가 손상된 상태였다. 신원 확인 결과 일부는 성매매 여성이었다. 이른바 ‘길고비치(Gilgo Beach) 연쇄 살인 사건’의 시작이다.
서포크카운티 수사 당국은 지난해 1월 새롭게 팀을 꾸려 길고비치 살인 사건을 재조사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지난달 13일(현지시간) 해변에서 차로 25분 떨어진 바닷가에 살면서 뉴욕 맨해튼 사무실로 출퇴근하던 건축 컨설턴트 렉스 휴어만(59)을 체포했다.
미 CNN방송과 AP통신 등에 따르면 수사팀은 희생자 중 1명이 사라진 현장에서 목격된 픽업 트럭 차량 등록 기록에서 휴어만을 용의자로 추정했다. 희생자 중 일부가 그의 집 근처에서 사라졌고 그들의 마지막 휴대전화 통신 기록도 그를 범인으로 가리켰다.
이어 지난 1월 휴어만을 미행하던 감시팀이 그가 먹다 버린 피자 조각을 확보했고, 여기서 검출한 그의 유전자정보(DNA)가 사체를 감쌌던 삼베 천 등에서 나온 남성 머리카락과 일치한다는 점이 확인됐다. 휴어만이 성매매를 위해 선불폰을 사용했고, 길고비치 살인 관련 검색을 한 흔적도 나왔다. 결국 그는 여성 3명 살인 혐의로 기소됐고 다른 1건의 용의자로 추가 수사도 받고 있다.
하지만 섀넌의 경우는 달랐다. 섀넌의 시신은 실종 1년여 뒤 인근에서 발견됐지만 검시한 경찰은 살인 대신 익사로 결론을 내렸다. 그의 어머니 마리 길버트가 2011년부터 여러 차례 기자회견을 갖고 경찰 수사가 잘못됐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길버트가의 비극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섀넌을 좋아했던 여동생 새라가 섀넌 실종 후 정신이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급기야 2016년 7월 새라가 마리를 집으로 초대한 뒤 부엌칼로 227차례나 찌르는 등 잔혹하게 살해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새라에겐 징역 25년이 선고됐다.
CNN은 5일 “딸을 찾기 위한 엄마의 요청이 결국 길고비치 연쇄살인 용의자를 체포하게 했다”며 ‘의도하지 않은 영웅’이라고 표현했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orn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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