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온 초전도체 발견했다는 그 곳, 성지순례될까?…‘퀀텀에너지연구소’에 가봤습니다 [인턴기자의 세상보기]

김지호 2023. 8. 6.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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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과학계가 한국을 주목하고 있다. 그 주인공은 퀀텀에너지연구소가 상온·상압 초전도체라고 소개한 ‘LK-99’. 상온·상압 초전도체는 과학계 꿈의 물질이다. 초전도체는 전기저항이 0이다. 전력 손실이 없다는 뜻으로 자기부상열차와 핵융합 등에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LK-99는 이석배 퀀텀에너지연구소 대표를 포함한 이 회사 연구진이 만들어낸 물질로 ‘이석배, 김지훈이 1999년도에 발견했다’는 뜻을 담고 있다.

지난달 22일 이들은 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 ‘아카이브’에 ‘첫 상온·상압 초전도체’란 제목의 논문을 올렸다. 저자는 이 대표와 김지훈 박사, 오근호 한양대 명예교수, 김현탁 미국 윌리엄앤드메리대 교수 등이다. 소식이 전해지자 LK-99가 연구된 퀀텀에너지연구소가 어떤 곳일지 궁금해졌다. 영화 ‘맨 인 블랙’이나 ‘킹스맨’처럼 평범해 보이는 건물 지하에 있는 연구소가 무척 흥미로웠다. 퀀텀에너지연구소는 서울시 송파구 가락동과 고려대학교 R&D센터에 각각 있다. 고려대에 있는 연구소가 제2실험실이다. 지난 3일 관계자를 만날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품고 질문을 준비해 연구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고려대학교 R&D센터에 있는 퀀텀에너지연구소 제2실험실에 붙어 있는 문패. ‘플래티넘 에이징 연구센터’라고 적혀 있다. 김지호 인턴기자
◆퀀텀에너지연구소 제2실험실

고려대학교 R&D센터에 있는 제2실험실을 먼저 방문했다. 피부가 익을 것처럼 햇볕이 뜨거운 오후 2시 안암역에 도착했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 병원 입구에서 우측 길을 쭉 따라가면 실험실로 가는 길이 나온다. 도로는 오르막과 내리막이 연달아 있어 도보보다는 차를 타고 이동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약 20분을 걸어 고려대학교 R&D센터에 도착했다. 센터는 6층으로 이뤄져 있고, 간단한 간식과 음료를 구입할 수 있는 매점도 있었다. 1층에 들어서자 연구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여유롭게 거닐고 있었다. 퀀텀에너지연구소 제2실험실은 5층 544호다. 4층에 내려 고려대학교 KIST융합대학원 소속 K² 기술연구소 관계자에게 권영완 연구교수의 소재와 실험실 출입 가능 여부에 대해 문의했다. 권씨는 “권영완 교수는 지금 자리에 없다”며 “초전도체 관련 질문에 답변할 수 있는 실무진도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아쉬운 마음에 5층으로 올라가 실험실을 찾아갔다. 제2실험실로 알려진 544호에는 ‘플래티넘 에이징 연구센터’라는 명칭이 붙어있었다. 복도 맨 안쪽에 있는 실험실 문은 닫혀 있으며 내부 조명도 꺼져있었다. 작은 창틈 사이로는 실험에 쓰였을 시설과 장비가 보였다. 초전도체에 대해 취재하지 못해 안타까웠다. 그러나 또 다른 희망을 품고 센터를 나와 다음 장소인 퀀텀에너지연구소로 향했다.
서울시 송파구 가락동의 한적한 거리에 위치한 퀀텀에너지연구소. 같은 건물에 입점한 카페 사장은 “여태 평범한 사무실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김지호 인턴기자
◆평범한 건물 아래 비밀 연구소?

퀀텀에너지연구소는 서울시 송파구 가락동 한적한 거리에 있다. 평범한 건물 1층에는 인테리어 사업장과 개인이 운영하는 카페가 있다. 연구소는 건물 지하에 있었다. 연구소 문 앞에는 분리수거함과 배달 온 생수와 탄산수 등이 놓여 있었다. 문을 두드렸지만, 연구소에서 아무런 대답도 들을 수 없었다. 희미하게 기계음만 들려올 뿐이었다.

취재를 위해 1층에 있는 카페로 들어갔다. 카페에는 노트북을 하나씩 테이블에 올려놓고는 심각한 표정을 짓는 사람이 많았다. 연구소를 취재하기 위해 온 기자 같았다. 그들은 열심히 노트북 자판을 두들기거나 통화를 위해 자리를 비우고, 가끔은 연구소 앞을 서성였다. 자연스럽게 음료를 시키고 자리에 앉았다. 

한참 노트북을 바라보다 30분 뒤에 연구소를 다시 찾아갔다. 여전히 문은 굳게 닫혀있었고, 아무런 인기척도 들을 수 없었다. 다시 카페로 돌아오자 자리를 지키던 손님들은 대부분 돌아가고 없었다. 
연구소 앞에 있는 어린이공원. 어린이들이 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해맑게 뛰어놀고 있었다. 김지호 인턴기자
또 시간이 흐른 뒤 연구실을 가봤지만 똑같은 상태였다. 그래도 평범하다 못해 열악해 보이기까지 하는 연구실에서 세계를 뒤흔들 위대한 발견이 나올 수도 있다는 사실에 설레었다. 돌아갈 채비를 하고 연구소 건물을 빠져나왔다. 연구소 앞에는 안산골 어린이공원이 있었다. 놀이터에선 미래에 위대한 발견을 할지도 모르는 어린이들이 무더위도 잊은 채 해맑게 놀고 있었다.

김지호 인턴기자 kimja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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