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대나무낚싯대 명맥 ‘죽죽(竹竹)’ 이어지길 [밀착취재]

이제원 2023. 8. 6.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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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가 절정인 한여름 낮 경기 안성시 보개면 가율리 농가에 자리 잡은 '용운공방'은 찜질방 같은 열기로 가득하다.

이곳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전통대나무낚싯대를 제작하는 송용운(60) 장인의 비닐하우스 작업장이다.

스승에게서 배우며 우리 전통을 지키는 대나무낚싯대 제작에 열성을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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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일 계승자 송용운 장인
무더위가 절정인 한여름 낮 경기 안성시 보개면 가율리 농가에 자리 잡은 ‘용운공방’은 찜질방 같은 열기로 가득하다. 이곳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전통대나무낚싯대를 제작하는 송용운(60) 장인의 비닐하우스 작업장이다. 비닐하우스에 검은 천을 둘러 뜨거운 해는 피했지만 에어컨과 선풍기가 없어 몇 분만 있어도 얼굴엔 땀이 뒤범벅된다.
송용운 장인이 작업실인 용운공방 앞에서 완성된 전통대나무낚싯대의 휨새를 최종 확인하고 있다.
대나무 톱밥이 날리는 작업실에 들어서자 송 장인이 대나무를 화로에 구워 바르게 펴는 교정 작업을 하고 있다. “대나무낚싯대를 배우고 싶어 공방을 찾는 사람들 대부분이 반복되는 이 작업이 힘들어 견디지 못하고 포기하기 일쑤입니다. 대나무는 곧은 듯 보이지만 약간씩 휘어져 있고 화로에 구워 펴도 휘는 성질이 있어 다음 날이 되면 원상태로 돌아오기 때문에 7∼8차례 반복해 세밀하게 작업해야 합니다.”
서울에서 태어난 송 장인은 어릴 때부터 아버지와 함께 대나무낚시를 즐겼다. “집이 서울 중랑구였는데 아버지가 만든 대나무낚싯대를 들고 석촌호수, 한강 광나루에서 자주 낚시를 했습니다. 그 시간이 너무 재미있고 좋았죠.”
대나무 선별 송용운 전통대나무낚싯대 장인이 3년을 건조한 대나무 더미에서 낚싯대를 만들기에 적당한 대나무를 선별하고 있다.
칼로 다듬기 선별된 대나무의 눈과 가지 등을 칼로 매끈하게 깎아 다듬고 있다.
화롯불에 달군 대나무를 곧게 펴는 교정 작업을 한 후 송용운 장인이 검사하고 있다.
어린 시절 추억인 낚시는 어른이 되어 자연스럽게 취미가 됐다. 이 일을 업으로 하기 전엔 서울에서 잡화, 농산물 등을 수출하는 무역을 했다. 직업상 외국에 자주 나가 출장지에서도 시간이 되면 물고기잡이를 즐겼다. “언젠가 일본 출장에서 낚시를 좋아하는 바이어가 일본 전통대나무낚싯대를 자랑하듯 보여 주며 한국에도 있냐고 얕보며 물어 화가 났습니다.” 전통대나무낚싯대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된 일이었다. 당시 국내에서는 전남 순천에서 방기섭씨(작고)가 혼자 전통 방식으로 대나무낚싯대를 만들고 있었다. 대나무가 구해지면 직접 만든 대나무낚싯대를 들고 순천에 내려가 보여 주고 조언을 받았다. 스승에게서 배우며 우리 전통을 지키는 대나무낚싯대 제작에 열성을 다했다.
수작업만으로 이루어지는 제작 과정은 손이 많이 가는 반복 작업의 연속이어서 인내심이 필요하다. 제작은 입동 후 2∼3년생 대나무를 벌채하며 시작된다. 대나무를 바람이 잘 통하는 실내에서 3년간 건조한 뒤 적당한 것을 골라 재단, 교정, 연결부 보강, 손잡이 제작에 이어 칠 작업을 마쳐야 비로소 하나가 완성된다. 대나무낚싯대가 탄생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한 달 정도고, 오로지 주문 제작만 하고 있다.
작업 공구들 전통대나무낚싯대를 만드는 데 반드시 필요한 여러 종류의 공구.
초릿대 손질 전통대나무낚싯대에서 가장 얇아 민감한 앞부분인 초릿대를 정교하게 깎고 있다.
전통 뜰채 제작 주목 가지를 자연 그대로 이용해 전통 뜰채를 만들고 있다.
연결 부분 보강 송용운 전통대나무낚싯대 장인이 견사로 꼼꼼하게 감아 낚싯대 연결 부분을 보강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송 장인은 요즘 고민이 많다. 주문이 일정하지 않은 대나무낚싯대 제작만으로는 경제적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간혹 목공 체험 수업을 하고 도마, 필통 같은 것도 만들지만 역부족이다.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가장으로서 가족에게 늘 미안한 마음이다. 2019년 안성맞춤 명장으로 지정됐어도 지원은 미미하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열성으로 배우겠다는 전수자도 없어 전통이 끊어지면 어쩌나 걱정이 크다.
“문헌엔 조선 영조 임금이 낚시를 사랑했다는 기록이 있고, 풍속화에도 대나무 낚시 장면이 자주 등장하듯이 대나무낚싯대는 우리가 계승, 보존해야 할 전통문화입니다. 그런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전통문화 정책을 보면 지원이나 육성은 매우 부족합니다. 우리 전통을 이어야 한다는 의무감과 보람으로 이 일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전통이 잘 전승되어 유지되는 게 그 나라의 진정한 참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곧게 펴는 교정작업 송용운 전통대나무낚싯대 장인이 3년 건조한 대나무를 화로에 구워서 똑바로 펴는 교정 작업을 하고 있다. 대나무가 휘는 성질이 있어 7∼8회 반복해 세밀하게 작업한다.
9절 전통 대나무낚싯대 세밀하고 복잡한 여러 작업을 통해 완성된 9절 전통대나무낚싯대.
송용운 전통대나무낚싯대 장인이 비닐하우스로 만든 작업실인 용운공방 앞에서 낚싯대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찜통더위가 계속되는 용운공방 작업실에서 초릿대에 명주실을 꼼꼼히 감아 가는 장인의 작업복이 축축한 땀으로 젖어 간다.

안성=글·사진 이제원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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