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란 칸 파키스탄 전 총리 또 체포···총선 출마 불가능
임란 칸 파키스탄 전 총리(71)가 또다시 체포되며 재집권 구상에 발목이 잡혔다.
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이슬라마바드 법원은 칸 전 총리의 자산은닉 혐의에 관한 궐석재판을 열어 징역 3년과 벌금을 선고했다. 칸 전 총리는 재임 시절 롤렉스 시계 등 국가 선물을 약 63만5000달러(약 8억3000만원)어치 불법 판매하고 수익금을 은닉한 혐의를 받았다. 법원은 체포영장을 발부했고, 경찰은 칸 전 총리를 라호르에 있는 그의 자택에서 체포했다고 밝혔다.
임란 칸 전 총리는 유명 크리켓 선수 출신으로, 군부의 암묵적 지지 하에 2018년 총선에서 승리해 총리직에 올랐다. 그러나 이후 군부와의 관계가 악화된데다 지난해 4월 경제 파탄 등으로 비판받은 끝에 의회의 불신임 투표로 총리직에서 밀려났다. 이후 그에게 부패 등 약 150개 혐의가 제기됐다. 그는 지난 5월에도 한차례 체포된 데 이어 이날 퇴임 후 두번째 체포되는 불명예를 맞았다.
이번 체포는 칸 전 총리에게 큰 정치적 타격이 될 전망이다. 그는 총리직 퇴진 후 올해 11월쯤 치러질 예정인 총선에서 재기를 노렸으나, 이번에 유죄가 선고되며 향후 5년 동안 어떠한 선거에도 출마할 수 없게 됐다.
첫번째 체포 전후론 칸 전 총리의 지지자들이 전국에서 항의 시위를 벌였다. 칸 전 총리 자신도 체포를 거부하며 장외 투쟁을 이어나갔다. 이번에도 그는 사전 녹화 동영상에서 “여러분이 이걸 들을 때쯤이면 나는 체포됐을 것이다. 조용히 있지 말라. 나는 여러분과 국가, 여러분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분투하고 있다”며 지지자들에게 시위를 촉구했다. 칸 전 총리가 속한 파키스탄정의운동당(PTI) 또한 그가 공정한 재판을 받지 못했다며 “우리는 법적으로, 정치적으로 싸워야 한다. 그의 자유를 위해 투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번엔 아직 지난번과 같은 항의 시위가 일어나지 않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다만 그의 투옥으로 총선을 앞둔 파키스탄의 정치적 불안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파키스탄 의회는 오는 9일 해산될 예정이다. 헌법에 따르면 총선은 오는 11월초까지 실시돼야 한다. 하지만 파키스탄 정부는 인구조사와 새 선거구 획정 등에 4개월 이상이 소요돼 선거가 연기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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