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영이 빨리 나아서 상대했으면” 기다렸던 ‘문김 대전’, 김도영은 팀을 이야기했다
[스포티비뉴스=광주, 김태우 기자] 문동주(20‧한화)는 시즌 두 번째 선발 등판이었던 4월 12일 광주 KIA전에서 6이닝 3피안타 2볼넷 6탈삼진 2실점 호투를 선보이며 자신의 잠재력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호투도 호투지만, 1회 박찬호를 상대로 시속 160.1㎞의 강속구를 던지며 KBO리그에서 ‘꿈의 160㎞’ 벽을 돌파한 첫 국내 투수로 기록되며 어마어마한 화제를 모았다. 그것도 고향팀이라고 할 수 있는 KIA를 상대로, 또 자신의 유년을 보낸 광주에서 기록한 것이라 나름의 의미가 더 컸다. 문동주는 지난해 13경기에 나갔지만 KIA를 상대한 적은 없었다.
그러나 팬들의 기대를 모았던 하나의 매치업은 성사되지 않았다. 바로 동갑내기 선수인 김도영(20‧KIA)과 맞대결이었다. 김도영의 부상 때문이었다. 팀의 주전 3루수로 시즌을 시작한 김도영은 4월 2일 인천 SSG전에서 주루 도중 왼발을 다쳐 수술대에 오른 상황이었다. KBO를 대표하는, 앞으로 리그를 이끌어나갈 걸출한 재능들의 빅뱅은 훗날을 기약해야 했다.
당시 문동주는 “도영이가 아파서 승부를 못하게 됐다”며 동기의 부상을 안타까워하는 한편 “빨리 도영이가 나아서 도영이랑 (경기를) 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쾌유를 기원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맞대결이 성사되기 직전이다. 문동주는 6일 광주 KIA전에 선발로 나가고, 김도영도 선발 라인업에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두 선수는 6일 2~3타석 정도 맞대결을 벌일 것으로 예상돼 팬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KBO를 대표하는 재능들의 맞대결이기도 하지만, 지명 당시의 ‘스토리’가 화제성을 더한다. 고교 시절 동성고 김도영은 5툴을 모두 갖춘 ‘제2의 이종범’으로, 진흥고 문동주는 시속 150㎞ 이상의 강속구를 던질 수 있는 강력한 어깨로 큰 관심을 모았다. 지역 연고 1차 지명권을 가진 KIA가 최소 2~3년을 고민했던 이유다. 어떤 선수를 지명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았고 나름의 당위성이 있었다.
KIA도 문동주의 재능을 높게 평가하고 있었지만, 당시 팀 사정과 향후 야수진 전력 구상을 고려할 때 문동주보다는 김도영이 더 필요하다고 여겼다. 그렇게 김도영이 KIA 유니폼을 입었고, 문동주는 전국 단위 1차 지명권 첫 번째 순번을 가지고 있었던 한화의 품에 안겼다. 문동주가 계약금 5억 원, 김도영이 4억 원을 받았다. 그리고 두 선수는 기대대로 팀의 현재이자 미래로 안착하며 복덩이가 됐다.
올해 본격적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돌고 있는 문동주는 5일까지 시즌 18경기에서 93이닝을 던지며 6승7패 평균자책점 3.48의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빠른 공은 물론 계속해서 성장하는 경기 운영 능력이나 완급 조절까지 보여주면서 이제는 국내 선발 에이스로 떠올랐다. 아시안게임 대표팀 명단에도 당당하게 승선했다.
김도영 또한 부상 여파를 딛고 일어섰다. 28경기에서 타율 0.331에 2홈런, 9도루를 기록 중이다. 무엇보다 2루타 이상의 장타를 잘 만들어내며 OPS(출루율+장타율) 0.863이라는 좋은 스타트를 끊었다. 장타를 칠 수 있는 능력, 폭발적인 주력 등 KIA가 왜 어려운 선택 끝에 김도영을 선택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팬들의 관심이 쏟아지는 가운데 사령탑들도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야구 흥행을 위해 아주 좋은 매치”라고 웃으면서 “김도영이 안타를 치고, 문동주가 승리투수가 됐으면 좋겠다. 그럼 둘은 비기는 것 아닌가”고 했다. 김종국 KIA 감독은 평정심을 주문했다. 김 감독은 “흥미로운데 신경을 쓰지 않고 상대 투수 중 한 명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심적으로 더 동요되는 선수가 안 좋지 않을까”라고 예상했다.
이 폭발적 흥행의 매치업 당사자 중 하나인 김도영도 최대한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면서도 옛 추억을 떠올렸다. 같은 지역의 고등학교를 나왔지만 생각보다 많은 맞대결이 벌어지지 않았다고 했다. 김도영은 “연습경기 때는 몇 번 상대한 적이 있는데, 정식경기 때는 주말리그 한 경기에서 상대한 것이 유일하다”고 예전을 되새기면서 “정식경기 때는 (안타를) 쳤었는데 연습경기 때는 많이 당했다”고 했다.
결국 개인의 결과보다는 팀의 결과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김도영이다. 김도영은 “서로 바쁘다보니 연락을 자주 주고받지는 못한다"면서 "내 성적과 관계없이 팀이 이겼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아마 문동주의 심정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문동주로서도 이날 상대해야 할 KIA 강타선의 한 선수일 뿐이다. 어차피 앞으로 수없이 맞부딪혀야 할 선수들이다. 누가 팀 승리와 함께 웃을 수 있을지, 엄청난 스포트라이트가 6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로 쏟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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