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오정세 '악귀' 염해상 통해 깨달은 점

황소영 기자 2023. 8. 6.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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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세, 프레인TPC 제공
배우 오정세(46)가 김은희 작가와 재회, SBS 금토극 '악귀' 염해상 역으로 성공적인 연기 변신을 펼쳤다. 오랜 시간 악귀를 쫓는 인물의 서사를 완성도 높은 연기로 견고하게 쌓아 올려 시청자들의 몰입을 이끌었다. 건조한 말투부터 깊은 감정 연기까지 무엇하나 빼놓지 않았다. 오정세였기에 가능한 연기였다. '악귀' 이후 '믿고 보는 배우'의 타이틀이 더욱 견고해진 느낌이다.

오정세는 "'악귀'란 작품과 해상이란 인물을 처음 만났을 때 갑갑함 같은 것들이 있었는데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작품, 인물이란 생각이 들어 하고 싶었다. (해상이와 처음 만났을 때) 나도 비슷한 정서였던 것 같다. 해상이는 악귀를 잡아야 하는 목표가 있었지만 방법은 모르는 느낌이었다. 목적만 가진 인물이라 안갯속 있는 느낌이었는데, 나 역시 이런 인물을 처음부터 끝까지 표현하고 싶기는 하나 안갯속 있는 그런 비슷한 정서를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조금씩 촬영해 나가며 해상이란 인물을 만난 것 같다. 해상을 만나면서 배운 점도 있고 성장한 부분도 있었다"라고 회상했다.

귀신을 보는 민속학 교수 염해상. 오정세가 텍스트로 봤을 때 실제로 이런 사람을 만난다면 불편하고 재미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김은희 작가의 글을 믿었고 치열하게 연기했다.

오정세는 "해상이가 선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와 기억함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란 키워드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악귀를 잡으러 가는 인물인데 중간에 다른 사건에 빠지는 해상을 보면서 '왜 이쪽으로 가지?'란 물음표가 있었는데 이것에 대한 답이 됐던 것 같다. 악귀를 잡으러 가지만 곁가지를 스쳐 지나가지 않는 인물이 해상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선한 생각, 선한 행동, 선한 사람들이 모여 아름다운 세상을 만든다고 생각하는데 크고 작던 그런 행동을 시작하는 사람이 해상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 같다. 연장선에서 누군가가 아픈 죽음을 맞았을 때 그들을 기억하고 추모하고 기리는 것을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가 해상의 중심 정서였다"라고 설명했다.

기존 오정세가 가진 유쾌함과 코믹함을 떠올렸다면 '악귀'에선 사뭇 다른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진지하게 자신에게 맡겨진 소임을 다하는 염해상의 모습으로 12회 내내 촘촘하게 채웠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오정세는 "내가 쌓아온 이미지와의 싸움일 수도 있었는데 '어떻게 해야지?' 그런 생각보다 해상을 어떻게 만나야 할까, 어떤 마음으로 만나야 할까, 어떻게 살아왔을까, 어떤 정서로 자라났을까 등 해상이를 만나러 가는 과정이 내겐 더 중요했던 것 같다. 전작 '지리산'에서 김은희 작가님과 연을 맺었는데 좋은 환경, 좋은 역할에 먼저 손 내밀어줘 고맙고 해상이란 거대한 숙제와 마주했지만 김은희 작가님의 잘 써준 서사 덕분에 잘 끝낼 수 있던 것이다. 언어나 화법도 일상적으로 가지고 오려고 하다가 결국엔 작가님이 써준 대로 하게 됐다. 말투, 호흡, 행동 모두가 편해지는 시기가 오더라. 결국엔 김은희 작가님께 졌다"라고 말해 웃음을 터뜨렸다.

'악귀'를 통해 기억함의 가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았다는 그는 예전엔 그 마음을 멀리서 전했다면 요즘은 좀 더 진해져 가까이서, 그 장소에 가서 전하려고 하는 마음 자세로 바뀐 것 같다며 지금까지 최근 소화한 작품 중 자신에게 가장 많은 변화를 이끈 작품으로 꼽았다.
오정세, 프레인TPC 제공
오정세, 프레인TPC 제공

그러면서 함께 호흡을 맞췄던 김태리, 홍경에 대해 "극 중 산영이가 있고 악귀 산영이 있지 않나. 이걸 어떻게 표현할까 궁금하기도 하고 기대도 하고 그랬다. 보통의 배우들은 장르의 특성상, 매체의 특성상 되게 선했다가 악했다가를 확 표현하려는 접근법으로 소화하는데 김태리는 크지 않은 변화에 큰 결과물을 주는 표현법을 쓰더라. 산영이었는데 언제 변했는지 모르겠지만 악귀였을 때 오는 충격이 생각보다 컸다. 그런 표현 방법이 신선해서 좋았고 상대 배우를 더 몰입하게 해 준 것 같다. 그리고 셋이서 치열하게 연기했다. 극 안에서 인물의 적당함, 타협이 없었다. 시작 자체가 건강하니까 건강한 예민함, 건강한 치밀함이었는데 너무 좋았다"라고 애정을 표했다.

오정세는 김은희 작가와 이번이 두 번째 작업이었지만 지금까지 작품 필모그래피를 보면 작업했던 이들과 반복해서 작업하는 게 흔하다.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임상춘 작가 신작 '폭싹 속았수다'에도 함께하고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 조용 작가 신작 'Mr. 플랑크톤'으로 또 만난다.

그 이유에 대해 묻자 오정세는 "만만해서 그런가.(웃음) 나 역시 좋은 감정으로 참여하고 있다. 최근 들어 한 작품 한 작품 할 때마다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것들이 많았던 것 같다. 그전에 저 사람과 쌓아왔고 의미가 있었다면 다음 작품에도 가치 있는 작품일 수 있지 않을까에 대한 기대감을 주는 것 같다. '동백꽃 필 무렵'도 내게 너무 기분 좋은 작품, 큰 선물을 줬던 작품이라 다음 작품이 뭐가 됐든 꼭 함께하고 싶었다. 감사하게도 기회를 줬다. 크레디트에 내 이름을 올리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는 것 같다"라고 답했다.

배우란 직업에 대한 만족도는 2년 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였다.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88%"라고 언급했다. "느낌상으로 항상 88%인 것 같다. 고마운 마음, 감사한 마음, 즐거운 마음이 훨씬 더 큰데 아쉬운 것들이 12% 남아있는 느낌이다. 항상 비슷한 것 같다. 12%는 영원히 안 채워지지 않을까 싶다"라며 앞으로도 크든 작든 선한 영향력을 지닌 그런 마음을 가지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자 배우 오정세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황소영 엔터뉴스팀 기자 hwang.soyou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사진=프레인TP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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