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폭리에 성범죄 신고까지…잼버리 사태 일파만파
온열환자 속출에 위생·바가지, 성범죄 논란까지…국격 실추 우려
(시사저널=구민주 기자)
청소년들에게 희망을 전하고 또 하나의 '케이(K)' 신화를 만들고자 했던 '2023 새만큼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전 세계 걱정거리로 전락했다. 각종 논란으로 지난 1일 개막 후 불과 닷새 만에 국가 이미지가 크게 실추됐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조기 중단이라는 최악의 결말은 면했지만 '나라 망신'이라는 오명을 벗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5일 잼버리 현장 브리핑에 참석해 대회를 계속 진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정부는 폭염을 고려해 새만금을 떠나 다른 지역에서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도록 권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편의시설 불편에 대해선 "상당 부분 문제가 개선됐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대회 강행 결정에도 참가국들의 줄퇴소와 일정의 줄취소는 막지 못했다. 참가국들은 철수했고 'K-팝 콘서트' 등 주요 일정도 제 때 진행되지 못했다. 급기야 영내 성범죄 논란까지 벌어지는 등 안팎의 악재들이 잇따르고 있다.
강행 결정 후에도 조직위 독채 숙소·성범죄 논란 잇달아
전 세계 158개국에서 온 청소년 4만3000여명이 참여한 이번 잼버리는 대회 초반부터 탈진과 어지러움을 호소하는 온열질환자가 속출했다. 지난 1일 개막 이후 단 사흘 만에 온열질환자가 1000명을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참가자 가운데 코로나19 확진자도 늘어갔다. 대회 첫 사흘동안만 내국인 5명과 외국인 23명 등 28명이 확진되면서 비상이 걸렸다. 영외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던 부안 고사포 해수욕장에서는 해외 참가자 5명이 독성을 지닌 해파리에 쏘여 병원으로 긴급 이송되는 일도 발생했다. 예상보다 많은 환자에 의료진과 병상이 부족해 혼선을 빚기도 했다.
폭염과 코로나19 뿐 아니라 전반적인 운영‧관리상 문제점들도 쏟아졌다. 참가자들의 제보로 상한 달걀이 공급되는 등 식자재 위생 문제가 불거졌다. 식사로 제공되는 음식 자체가 부실하고 영내에 벌레가 들끓어 불편이 크다는 불만도 속출했다.
화장실·샤워장·편의점 등 시설이 4만여 명을 수용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데다, 화장실 위생도 청결하지 않아 사용이 꺼려진다는 민원도 제기됐다. 급기야 영내 매점에서 물품들을 시중 가격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팔아 'K-바가지'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총체적 부실과 각종 논란들로 국내에선 '나라 망신'이라는 비판이 쇄도했다. 해외에서도 자녀를 보낸 각국 학부모들의 항의가 자국 정부와 잼버리 공식 SNS 등에 쏟아졌다. 결국 최대 규모의 스카우트를 동반한 영국을 비롯해 미국 등 주요 참가국들이 잇따라 퇴영 의사를 밝혔다. 전체 참가자는 순식간에 약 15% 이상이 빠져나갔다. 이어지는 폭염으로 영내 프로그램도 대부분 중단됐다.
이런 와중에 5일 조직위원회 관계자들이 잼버리 야영장이 아닌 근처 해수욕장 독채 팬션을 통째로 빌려 묵어 온 사실까지 드러나 공분을 키웠다. 참가 청소년들이 찜통더위에 시달리는 동안 이들은 편한 숙소를 사용해 잼버리 정신을 해쳤다는 비판이다.
급기야 국내 스카우트 대원 80명이 '영내 성범죄가 발생했는데도 조치가 미흡했다'고 항의, 집단 퇴영을 선언하기도 했다.
김태연 전북연맹 스카우트 제900단 대장은 6일 "지난 2일 영지 내 여자 샤워실에 태국 남자 지도자가 들어와 발각됐다"며 "세계 잼버리 절차에 따라 진행하겠다고 해 기다렸는데, 결과는 '경고조치'로 끝났다"고 설명했다. 또한 해당 남성이 분리조치도 없이 여전히 영내 머물고 있다고도 폭로했다. 이에 대해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경미한 건으로 보고를 받았다"고 해명해 논란을 키우고 있다.
정부, "대책 다 있다" 자신하더니…후폭풍 상당할 듯
대회 전 미숙한 부분들을 채울 시간은 충분했다. 일찍이 현 상황을 우려한 경고음이 여러 차례 울렸지만 정부와 주최 측은 대비하지 못했다.
단적으로 지난해 잼버리 예비 행사인 '프레 잼버리'가 기반시설 등이 완비되지 않아 개최되지 못한 점을 꼽을 수 있다. 사전점검의 일환으로 열리는 이 행사에서 지금의 미비함이 대부분 드러났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도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행사에 대한 우려 섞인 질의에 "이미 대책을 다 마련했다"며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당시 제기됐던 우려는 고스란히 현실이 됐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도 한 발 늦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온열질환자가 대대적으로 발생한 이후에야 국비 지원‧냉동 탑차 제공 등을 지시했다. "빨리 대회를 끝내 달라"는 참가자들의 아우성을 달래기엔 이미 역부족이었다.
닷새 간 벌어진 일련의 사태를 지켜본 국내 네티즌들은 연일 정부와 주최 측의 무능에 대해 자조 섞인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이들은 "부끄러움은 왜 우리 몫인가" "현실판 오징어게임이다" "혐한 조장 대회냐" "국격이 우려된다" 등의 의견을 내놓으며 남은 기간 안전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오는 12일 잼버리 폐막 이후에도 파장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참가국들이 1인당 100만 원 넘는 참가비를 납부한 상태여서, 일정 중단과 관련한 향후 귀책사유 시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치권에선 잼버리 사태 책임론을 두고 여야 간 치열한 공방전을 벌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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