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하반기 뮤지컬 대작들이 몰려온다
《오페라의 유령》 《시카고》 《모차르트!》 《그날들》 《멤피스》 등 주목
(시사저널=조용신 뮤지컬 평론가)
2020년부터 시작된 혹독한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으로 찬바람이 불었던 뮤지컬 업계가 지난해부터 완연한 회복세를 넘어 전례 없는 호황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전국의 공연 매출을 집계하는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 통계를 인용해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최근 발표한 '2022년 결산 공연시장 동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뮤지컬은 이미 지난 한 해 동안 738만 명이 관람했고 전체 공연 시장의 76%를 차지하는 425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19 이전에 가장 많은 매출을 기록했던 2018년의 3673억원보다 16% 높은 수치며, 팬데믹 첫해인 2020년의 1435억원에 비하면 무려 296%나 폭등한 것이다.
팬데믹 이후 전례 없는 호황 누리는 뮤지컬 시장
올 상반기에도 이러한 성장 추세는 계속 이어졌다. 상반기에만 약 22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통상적으로 뮤지컬 최성수기가 몰려 있는 하반기까지 합하면 올해 매출 5000억원 돌파는 무난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1월30일부터 공연장, 영화관, 실내체육시설 등에서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돼 관객들은 좀 더 쾌적한 환경에서 공연을 관람하게 됐다. 그동안 억눌린 공연 관람 소비가 팽창하는 이른바 '보복소비' 분위기도 지속되고 있는 중이다.
지난 1년 사이에 이태원 참사, 폭우 피해 등 우리 사회에 각종 사건·사고가 많았지만 매출에는 큰 영향이 없는 분위기다. 다시 풀린 해외여행에도 수요가 몰리면서 항공권을 비롯해 대부분의 문화·관광 라이프에 필요한 비용이 두 자릿수로 올랐지만 상대적으로 뮤지컬 티켓 가격 인상률은 한 자릿수 이하라는 통계도 있다.
올 하반기 흥행을 견인할 뮤지컬 우량주들을 살펴보면 라이선스 초연과 재연, 창작뮤지컬 등 다양한 작품이 대기하고 있다. 몇몇 작품은 이미 개막해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중이다. 현재 공연 중인 대작으로는 13년 만에 한국어 라이선스 공연을 진행하고 있는 영원한 스테디셀러 《오페라의 유령》을 첫손에 꼽을 수 있다. 상반기 부산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최근 서울 공연을 시작했다. 조승우를 비롯해 최재림, 전동석, 김주택 등 각양각색의 실력 있는 '유령'들이 흥행을 견인하고 있다.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11월17일까지 공연 예정이다.
서울에서 8월6일까지 오리지널 내한 공연을 진행 중인 《시카고》는 서울에 이어 부산과 대구 공연이 예정돼 있다. 부산 드림씨어터(8월11~20일)와 대구 계명아트센터(8월25일~9월3일)에서 각각 열린다. 대표적인 라이선스 흥행작 중 하나인 《모차르트!》도 지난 6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개막해 8월22일까지 공연이 이어진다. 대극장 창작뮤지컬의 대표작 중 하나인 《그날들》 10주년 공연도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9월3일까지 진행된다.
해외 라이선스 재공연이 대부분인 가운데 초연 공연도 있다. 2010년 미국 토니어워즈 작품상 수상작인 브로드웨이 뮤지컬 《멤피스》가 얼마 전 국내 라이선스 초연 공연을 시작했다. 내용은 1950년대 미국 흑인음악의 성지 멤피스를 배경으로 흑인음악을 사랑하는 한 백인 DJ의 이야기를 담았다. 충무아트센터에서 10월22일까지 공연할 예정이다.
《레 미제라블》 《레베카》 《벤허》 등도 기대작
중형 규모 극장에서는 《프리다》 재연 공연이 돋보인다. 멕시코의 초현실주의 화가 프리다 칼로 드 리베라(1907~1954)의 예술 인생을 담은 창작뮤지컬이다. 지난해 초연 배우 김소향, 전수미, 리사와 함께 이번에 새롭게 합류한 김히어라는 최근 드라마 《더 글로리》 등에서 큰 활약을 했기에 더욱 화제를 모으고 있다. 코엑스 신한카드 아티움에서 10월15일까지 공연이 예정돼 있다.
공연을 앞두고 있는 뮤지컬 대작 중에는 8년 만에 돌아오는 《레 미제라블》을 먼저 꼽을 수 있다. 19세기 프랑스 시민의 비참한 삶과 프랑스 혁명의 태동기를 그린 프랑스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동명 대하소설이 원작이다. 2013년 초연, 2015년 재연으로 총 60만 명의 관객을 모았고 이번에 세 번째 시즌이다. 이 작품은 《오페라의 유령》처럼 부산에서 먼저 공연한다. 10월에 부산 드림씨어터 개막 후 11월에 서울로 입성할 예정이다. 그리고 내년 3월 대구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주인공 장발장 역에는 민우혁과 최재림이 캐스팅됐다. 자베르 경감 역에는 김우형과 카이가 출연한다.
1940년 알프레드 히치콕 영화를 원작으로 하는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의 독특한 뮤지컬 《레베카》도 10주년 공연을 펼친다. 주인공 댄버스 부인 역에 초연부터 출연했던 옥주현, 신영숙과 함께 리사, 장은아가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8월19일~11월19일까지 열린다.
대극장 창작뮤지컬 중에서는 1930년대 경성을 배경으로 한 《일 테노레》를 주목할 만하다. 한국 최초의 오페라 제작의 꿈을 품은 '이선'과 독립운동가 '진연', 그리고 진연을 짝사랑하는 '수한'이 우리 민족의 어려운 시기에 예술의 꿈을 놓지 않았던 청춘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12월 초연 예정이다.
창작뮤지컬 《벤허》도 돌아온다. 2017년 초연, 2019년 재연을 거쳐 3년 만에 세 번째 시즌이다. 초연에서 주인공 유다 벤허 역을 맡았던 박은태를 비롯해 신성록, 규현 등 인기 있는 배우들이 등장한다. 《벤허》를 제작하는 EMK뮤지컬컴퍼니의 또 다른 창작 작품으로는 동명의 일본 명작 만화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가 LG아트센터 서울 LG시그니처홀에서 오는 12월 개막 예정작 목록에 올라있다.
소극장 중에서는 스타배우 박보검이 첫 뮤지컬 도전으로 선택한 《렛미플라이》 재공연이 큰 기대를 모으는 중이다. 1969년 인류의 최초 달 탐사를 소재로 타임슬립을 경험하게 되는 할아버지 남원의 이야기를 담은 유쾌하면서도 감동적인 작품이다. 대학로 예스24스테이지 1관에서 9월26일~12월10일까지 진행된다.
K팝·K드라마 이어 K뮤지컬 해외 진출도 준비
해외 소비자들에게 K팝과 K드라마의 인기가 거센 가운데 해외 라이선스 시장이 절대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한국 뮤지컬 시장에서 만들어진 창작 작품이 해외로 역수출되는 K뮤지컬 시대도 서서히 예열을 통해 도전의 기회를 다듬고 있는 중이다.
먼저 한국 창작진의 대본과 음악을 수출하고 현지에서 각색과 연출가가 참여하는 스몰 라이선스 방식으로 가까운 일본 공연을 진행하는 사례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현재 《엑스칼리버》가 110년 전통의 일본 다카라즈카 가극단의 레퍼토리로 7월23일~8월5일까지 일본 도시마 구립 예술문화극장에서 공연한다. 지난 6월에는 국공립단체 서울예술단의 뮤지컬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이 도쿄의 히비야 시어터 크리에 극장에 스몰 라이선스 방식으로 수출돼 성황리에 공연을 가졌다. 또한 비슷한 시기에 중형 뮤지컬인 《더 데빌》도 일본 각색 버전으로 만든 투어 버전 공연을 도쿄와 오사카에서 가졌는데 일본 배우들뿐만 아니라 한국 배우들이 함께 더블캐스팅돼 일본어로 공연을 하기도 했다.
준비 중인 작품들도 있다. 폴란드 여성 과학자의 생애를 다룬 뮤지컬 《마리 퀴리》는 폴란드 현지에서 한국 공연 상영회와 콘서트가 좋은 평가를 받아 유럽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예술경영지원센터는 2016년부터 중화권 중심의 'K뮤지컬로드쇼'를 영미권으로 확장하고, 2021년부터 'K뮤지컬국제마켓'에서 선보인 쇼케이스 우수작을 선발해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열리는 'K뮤지컬 로드쇼'에 진출시키고 있다. 올해는 홍컴퍼니의 《라흐헤스트》가 10월 뉴욕에서 작품 홍보의 기회를 얻었다.
그런가 하면 대형 제작사들은 한국 시장을 뛰어넘는 해외 직접 투자와 제작 그리고 배급망까지 진출하고 있다. CJ ENM은 그동안 브로드웨이에서 《킹키부츠》 《물랑루즈》 《MJ》 등 많은 토니상 수상 작품의 투자 단계부터 참여하면서 글로벌 프로듀싱 컴퍼니로 귀중한 크레딧을 쌓아왔다. CJ는 블록버스터 영화를 각색한 뮤지컬 《백 투더 퓨처》 런던 초연에도 투자했다. 오디컴퍼니는 미국의 문호 F 스콧 피츠제럴드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위대한 개츠비》에 제작자로 참여해 올가을 미국 초연을 앞두고 있다. 게다가 브로드웨이 주연급 베테랑 배우가 대거 캐스팅돼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소극장부터 중극장, 대극장에 이르는 올 하반기 잘 차려진 뮤지컬의 성찬에서 어떤 작품들이 큰 사랑을 받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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