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진료실적에 따른 인센티브제도, 합리적인가?
임금이란 사용자가 근로의 대가로 규칙적으로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금품을 말한다. 대다수 병원의 임금체계는 성과에 상관없이 근무한 연수에 따라 임금이 오르는 소위 연공서열형 임금체제이다. 이러한 임금구조는 의사들에게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보장하며 장기적인 충성심을 유도하는 장점이 있지만 개개인의 직무능력이나 업적, 병원의 성과와 상관없이 근속연수에 따라 자동으로 임금이 인상되기 때문에 같은 일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다르고, 시간이 갈수록 인건비부담이 가중되면서 장기적으로 병원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또한 뛰어난 업무성과를 내지만 연차가 낮다는 이유로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을 받는 젊은 의사들이 불만을 가지게 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하여 많은 병원들이 의사에 대하여 진료성과에 따라 임금에 차등을 두는 소위 인센티브 제도(성과급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인센티브 제도아래서는 진료를 하면 할수록 더 많은 보상을 더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열심히 일하게 되어 병원의 진료수익을 높일 수 있다. 비영리기관인 병원에서도 성과급제가 도입된 것은 현재의 건강보험 수가로는 병원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한다. 즉 의료기관 간에 경쟁이 심해지면서 비영리기관인 병원에서도 비용을 절감하거나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등 생산성과 경영효율성을 극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사에게 인센티브제도를 운용하는 것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첫째, 진료수익을 기준으로 하는 인센티브제도는 과잉진료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의료영역은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의사가 독점적인 지위를 이용해서 의료서비스의 종류와 양을 결정하기 때문에 이러한 인센티브제도아래서는 의사들이 필요하지 않은 검사나 치료를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수요를 인위로 조정하여 경제적인 이익을 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 우리나라는 각각의 의료행위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는 행위별 수가제를 채택하고 있는데 이러한 제도하에서는 환자의 방문횟수를 늘리거나 불필요한 의학적 검사나 서비스를 유도하는 방식을 통해 진료비상승을 유도할 수 있다.
둘째, 인센티브제도는 의사들간의 소득격차를 일으켜 의사간 팀워크와 협동형성을 막고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인센티브제도가 제로섬(zero-sum)이나 마이너스-섬(minus-sum)제도로 운영되는 경우 소수의 동기유발을 위해 다수가 희생되는 비극이 일어날 수도 있다.
셋째, 현재 대다수 병원의 진료성과급제도는 의사들의 처방이나 시술, 수술 등 각 의사의 진료 총매출액을 기반으로 성과급을 지급하고 있지만 병원의 질과 관련된 수치들은 측정하거나 개량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성과급 평가기준에 포함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성과급 평가기준은 의사들이 환자들의 생존율이나 완치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환자수나 검사, 시술 숫자에만 골몰하게 만들 수 있다.
넷째, 현재의 인센티브제도는 장기적이고 조직적인 차원의 성과보다는 개인별 성과에 집중하게 만들고, 위험하지만 도전적인 과제나 목표보다는 달성하기 쉬운 단기과제에 매달리게 한다. 특히 진료매출만을 가지고 성과급정도를 평가한다면 의사들은 눈앞의 재정적인 성과만을 추구하게 한다.
다섯째, 평가자는 인센티브의 평가기준을 통해 구성원들을 쉽게 통제할 수 있게 된다. 즉, 평가자인 병원경영진은 의사들에게 환자의 이익보다는 병원의 경제적인 이익을 우선하는 행동이나 태도를 보이게 만들거나, 자신에게 불만을 가진 세력을 제압하는 수단으로 이용할 수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의 의료급여수준이 비상식적으로 너무 낮게 책정되었다고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진의 임금이나 진료에 필요한 의료장비나 기구들은 꾸준히 오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병원은 의료의 질을 하락시키지 않으면서도 병원유지에 필요한 적절한 수익을 얻을 수 있을까? 과연 인센티브 제도만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다른 방법은 없을까? 앞으로 우리 사회가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박창범 교수 (heartp@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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