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듯 닮은 ‘양자역학’과 ‘동양철학’, 그 속의 ‘나’[화제의 책]
동양에서는 오래전부터 우주의 각 요소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연결돼 있다는 상관론적 사유를 지향했다. 하지만 근대 이후 이러한 사유는 오랫동안 서구에 의해 비과학적이라고 매도당했다. 과학을 바탕으로 힘을 키운 서양 국가들이 세계 물질문명의 중심에 서고, 동양의 나라들을 지배하면서 그들의 시선은 옳은 듯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인류의 역사를 보면 인류 문명의 중심은 동양이었다. 산업혁명 이전까지 문화와 철학은 물론 산업과 과학에서도 동양은 서양보다 한 발짝 앞서 있었다. 게다가 동양보다 우월하다고 여겨온, 물질적 과학을 앞세운 서양식 사유는 오늘날 인류를 위기에 빠뜨리고 있다.
환경 파괴가 대표적 사례다. 지구라는 삶의 터에서 인간과 함께한 자연을 인간만의 이익을 위해 이용하고 물질적 편리를 위해 거리낌없이 파괴하는 행위는 인간의 우월성을 전제로 한 일원론적 사유가 만들어낸 비극이다. 이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그동안 비과학적이며 논리적이지 않다고 매도당해 왔던 동양 사상이 재조명되고 있다. 양자역학과 같은 최신 과학이론에서도 상관론적 사유가 타당함을 입증하는 성과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양자역학은 원자와 분자 등 미시적인 물질세계를 설명하는 현대 물리학의 기본 이론이다. 컴퓨터의 주요 부품인 반도체를 비롯해 현대 산업을 주도하는 많은 기술의 이론적 바탕이 됐다. 특히 과학기술 분야뿐 아니라 문학과 예술 그리고 철학에까지 영향을 끼쳐 ‘20세기 과학사에 빼놓을 수 없는 이론’으로 꼽힌다.
‘양자역학과 동양철학 그리고 나’(김환규 지음 / 좋은땅)는 이처럼 최근의 과학이론인 양자역학과 주역·장자와 같은 동양사상의 연관성을 고찰하고, 이를 토대로 현대사회와 나 자신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를 조망하는 책이다. 화학공학과 경영학과 출신으로 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는 저자는 닐스 보어가 주역에서 영감을 얻어 상보성의 원리를 고안하게 됐다는 얘기를 듣고 양자역학과 동양사상의 관계성에 주목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저자에 따르면 양자역학과 동양사상은 접근법이나 학문체계가 다를 뿐 공통분모가 많다. 기본적으로 우주 탄생과 존재 및 운동법칙에 대한 설명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 등이 그것이다. 이에 따라 이 책에서는 닐스 보어, 하이젠베르크, 막스 보른 등 과학자들의 이론과 여기에 상응하는 장자·주역 등의 동양사상을 비교 분석한다. 주역의 육효(六爻)와 ‘양자 얽힘의 원리’, 장자의 제물론과 닐스 보어의 ‘상보성’ 개념, 같은 사주의 쌍둥이라도 개체마다 독립적이고 불규칙적으로 작용하는 ‘기’와 막스 보른의 ‘확률밀도’ 등 생각보다 많은 공통점이 있다는 사실이 사람들을 놀라게 할 만하다.
“오직 인간만이 신으로부터 선택을 받았으며 유일무이하게 우월하다는 생각에 젖어 있어 후손에게 빌려 쓰고 있는 이 지구를 마음껏 훼철(毁撤)하고 있다. 인간은 결코 홀로일 수 없기에 그 대상인 세상 만물의 양의(兩儀) 원리인 상대성, 상보성, 일원성의 대대법적(待對法的) 원리를 깨달아 배타적·이기적 생각을 버려야 한다.”
저자의 이러한 주장처럼 ‘양자역학과 동양철학 그리고 나’에 등장하는 수많은 책과 이론들은 하나로 귀결된다. ‘너’와 ‘나’가 타자(他者)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인간은 서로 독립된 별개의 개체가 아니라 촘촘한 그물망으로 연결돼 있는 그물코 같은 존재다. 이를 제대로 이해해야 세계 각지의 분쟁도, 날로 심각해지는 환경 파괴도 보다 범우주적인 시선에서 직시하고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이것이 저자가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얘기의 핵심이다.
엄민용 기자 margeu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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