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이명박·문재인, ‘국가신용도’ 오를 때마다 꼭 한 말 있었다 [대통령의 연설]

문재용 기자(moon.jaeyong@mk.co.kr) 2023. 8. 6. 11:4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 피치가 지난 1일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트리플A(AAA)에서 AA+로 강등했습니다.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이 내려간 것은 지난 2011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인데요. 주식·채권 시장 등에 끼친 영향은 당시보다 제한적이지만, 강등 원인으로 지목된 재정건전성에 대한 논란은 각지에서 확산될 것으로 보입니다.

대선을 앞둔 미국은 물론 한국 역시 재정건전성이 이른 시일내 화두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국가신용도는 국가채무 총량, 그 중에서도 외화부채에 특히 민감하게 움직이는 경향이 있는데요. 한국도 국가채무와 외화부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죠. 얼마 남지 않은 정부의 예산안 발표와 이어지는 국회의 예산심의과정에서 재정논란이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대통령의 연설 이번회차에서는 국가신용도를 언급한 연설기록들을 되짚어보려 합니다.

국가신용도는 여타 복잡한 경제지표와 달리 다수 국민들에게 경제상황을 직관적으로 전달할 수 있습니다. 덕분에 역대 대통령의 연설에서도 경제성과를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자주 활용됐는데요. 시대에 따라 한국의 국가신용도가 상승·선방하는 요인이 달라지는 것도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미국 신용등급 하락에 의한 긴급경제상황점검회의 3(2011)
IMF 극복 김대중 “월드컵 개최·신용등급 상향으로 우리 경제 큰 힘”
한국 국채에 대한 신용등급이 처음으로 부여된 것은 1986년입니다. 무디스사가 A2등급을 부여한 것인데요. 이후 피치, S&P 등에서도 한국에 국가신용등급을 부여한 후 1990년대 중반까지는 국가신용도가 계속 상승하게 됩니다. 이런 추세를 언급한 대통령 연설이 없는 것을 보면 당시까지만해도 국가신용도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네요.

국가신용도가 전국민의 뇌리에 각인되기 시작한 것은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를 맞이하면서부터입니다. 1997년 10~12월새 한국의 신용등급은 8~9단계씩 떨어지며 B~B+ 수준까지 추락했습니다.

대통령 연설문에 국가신용도가 처음 언급된 것은 IMF 경제위기가 어느정도 해소된 후 신용등급이 회복되기 시작한 1999년도부터입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9년 ‘한국자유총연맹 한마음대회 연설’에서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은 앞다투어 우리의 국가신용등급을 상향조정 했습니다. 아직 샴페인을 터뜨릴 때는 아니지만, 지난 1년의 성과를 돌이켜 보면 얼마나 자랑스럽고 가슴벅찬 우리 국민의 저력입니까”라고 밝혔습니다.

김 전 대통령의 임기 후반에 이르러서는 월드컵과 함께 한국의 높아진 위상을 드러내는 데 국가신용도가 활용되기도 합니다. 김 전 대통령은 2002년 5월 ‘월드컵공원 개원 기념식 연설’에서 “이번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치르게 되면 우리의 국가 이미지가 크게 올라갑니다”라며 “국가신용등급의 상향 등으로 자신감을 얻고 있는 우리 경제에 더욱 큰 힘이 되는 것입니다”라고 했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우등생 韓…이명박 “글로벌 위기중 신용도 오른 것 한국뿐”
국가신용도가 다시 한번 집중적으로 다뤄지기 시작한 것은 2010년 이후인데요. 독자 여러분께서도 예상하신 것처럼 글로벌 금융위기가 세계경제를 강타했던 게 원인이죠.

다만 IMF 외환위기 당시 한국이 ‘낙제생’이었던 것과 달리 글로벌 금융위기 국면에서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우등생’ 취급을 받았던 것을 국가신용도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10년 5월 제41차 라디오·인터넷 연설‘을 통해 “신용평가사 중 가장 보수적인 곳으로 손꼽히는 무디스는 글로벌 경제위기속에서도 한국경제가 ’예외적인 반등‘을 보이고, 정부의 금융, 재정 정책이 신속하고 적절하게 이루어졌다는 점을 높이 평가해,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을 1997년 외환위기 이전 등급으로 상향 조정했습니다”라고 전했습니다.

이듬해에는 피치 역시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한단계 올리는데요. 이 전 대통령은 ’제78차 라디오·인터넷 연설‘을 통해 “글로벌 재정위기가 본격화된 지난 8월 이래 피치사가 A등급 이상 국가의 신용등급이나 등급전망을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강조합니다.

2012년 8~9월중에 무디스와 S&P가 재차 한국의 신용등급을 상향시키자 이 전 대통령은 ’노인의 날 축하 메시지‘를 통해 “대한민국 국가신용등급이 선진국 일본을 뛰어넘은 것은 우리 국민의 놀라운 힘이자 정말 자랑스러운 일”이라 말했습니다.

文 “109개국 신용도 하락하는데 한국은 유지…K-방역 성과”
한국의 국가신용도가 현재 수준(무디스 Aa2, S&P AA, 피치 AA-)에 도달한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 임기중입니다. IMF 위기 이전을 넘어 역대 최고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유럽 국가들이 재정위기에 빠지며 재정건전성이 신용등급 산정에서 중요히 다뤄지기 시작했는데, 한국의 재정상황이 세계 최고수준이었던 덕분이죠. 한국 신용도의 발목을 잡던 북한 관련 지정학적 위험이 낮아졌다고 평가된 것도 긍정적으로 작용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위기를 겪었던 문재인 전 대통령 임기중에도 한국이 우등생 취급을 받았는데요. 문 전 대통령은 “S&P, 무디스, 피치 등 3대 평가사가 올해 들어 국가신용등급이나 전망을 하향 조정한 나라가 109개국이나 됩니다”라며 반면 한국에 대해서는 3개 신평사가 “신용등급을 한결같이 안정적으로 전망하며 우리 경제에 대해 높은 신뢰를 보내고 있습니다”라고 전했습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