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만 '밀수' 류승완 감독 "김혜수X염정아, 기싸움 1도 없었다" [인터뷰]

아이즈 ize 김나라 기자 2023. 8. 6.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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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김나라 기자

/사진=(주)외유내강

역시 류승완은 '베테랑' 감독이었다. 올여름 영화 '밀수'로 극강의 차별화된 재미의 수중 액션을 선사, 또 한 번 여름 흥행 사냥에 성공했다.

류승완 감독은 1000만 흥행작 '베테랑'(2015), 모로코 100% 올로케이션 '모가디슈'(2021) 등 매 작품 완성도나 오락적인 재미 면에서 차원이 다른 볼거리를 선사, 한국 상업영화의 진일보에 앞장선 주인공이다. 한국 영화 특유의 'K-신파'에 기대지 않고 언제나 새로운 시도를 주저하지 않으며, 높아진 관객들의 수준을 충족시켜왔다.

이번 '밀수' 또한 수중 액션이라는 이제까지 본 적 없는 볼거리를 선사하며 영화적 체험의 '끝판왕'을 만끽하게 했다. '밀수'는 바다에 던져진 생필품을 건지며 생계를 이어가던 해녀 조춘자(김혜수)와 엄진숙(염정아) 앞에 일생일대의 큰 판이 벌어지면서 휘말리는 해양범죄활극. 1970년대 가상의 항구 마을 군천을 배경으로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향연과 지상, 수중을 오가며 짜릿한 액션이 펼쳐진다. 이에 '밀수'는 지난달 26일 개봉 이후 줄곧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 11일 만에 누적 관객 수 300만 명을 돌파했다. 쟁쟁한 신작들의 개봉에도 실시간 예매율 압도적 1위로, 막강한 티켓 파워를 여전히 과시하고 있다.

/사진=NEW

류승완 감독은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 '모가디슈'로 361만 명 동원이라는 값진 흥행을 일구고 2년 만에 컴백, 남다른 소감을 남겼다. 그는 "지금으로부터 2년 전, 그때는 오후 7시 이후에 티켓을 안 팔지 않았나. 그리고 좌석 간 뛰어앉기 시행, 또 극장에서 웃음이 나올 수 없던 분위기였다. 극장행 자체로 엄청난 용기를 필요로 하고 그랬다. '밀수'의 여름 개봉을 올 초에 결정을 했는데 '설마, 그때보다 나쁘겠어' 그랬다. 하지만 2년 전엔 그때의 긴장이 있고, 지금은 지금의 긴장이 있다. '베테랑' 때는 한국 영화계 호황기라 긴장이 없었느냐 묻는다면 당시에도 긴장이 있었다. 새 영화 공개할 때는 항상 긴장의 연속이다"고 변함없는 초심을 드러냈다.

류감독은 이어 '밀수'의 시작에 대해 들려줬다. 류승완 감독은 "처음 기획의 출발은 제작을 맡았던 '시동'(2019) 촬영차 군산에 갔을 때였다. 외유내강(류승완·강혜정 공동 대표) 조성민 부사장이 군산 지역 박물관에서 1970년대 해녀들이 밀수에 가담했다는 사료를 발견한 것이다. 저도 그 이전에 '미스테리아' 잡지를 통해 박재식 작가가 쓴 '부산 지역에서 벌어진 70년대 여성 밀수단' 이야기를 흥미롭게 읽었던 차였고 이 두 가지가 섞여 '밀수'의 영감을 얻은 거다. 사실 당시엔 연출할 생각은 아니었고 시나리오 개발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초기 각본을 보니 이건 정말 못 본 영화인 거다. 해녀 직업군 자체가 우리나라와 전 세계적으로 몇 군데가 안 되지 않나. 여성들이 바다를 배경으로 활극을 펼친다는 것, 어디서도 못 봤던 이야기이기에 새로운 시도일 것 같다는 생각에 뛰어들었다"고 제작 배경을 밝혔다.  

"저는 '재탕'을 가장 두려워한다"라며 신선한 '밀수' 탄생 비결을 엿보게 했다. 류승완 감독은 "영화를 할 때마다 비슷한 거 같지만 그 안에서도 끊임없이 색다른 시도를 해왔다. 재탕이 두렵기에, 항상 만들 때마다 새로운 걸 하는 거다. 또 '밀수'엔 그냥 여배우도 아니고 김혜수, 염정아가 뭉치지 않았나. 그래서 부담감보다는 흥분이 됐다. 여기에 조인성, 박정민, 김종수, 고민시 등이 큰 산맥의 코어를 든든하게 지탱하고 있다. 그렇기에 단순히 여성 서사를 한다 이런 생각은 없었다. '밀수'는 워맨스뿐만 아니라 신구의 조화, 남녀의 조화가 다채롭게 담겨있다"고 이유 있는 자신감을 보였다.

새롭게 도전한 수중 액션 연출에 대해선 "첫 번째는 남들이 안 한 거라 막연하게 시도한 거였다. 수중 액션으로 찾고 싶었던 건 중력 작용이 지상보다 덜한 움직임이기에 남성과 여성 대결 구도가 설득력을 가질 거라 봤다. 남자가 아무리 빠르다 해도 물속 상황은 다르니까, 현실적이면서 동시에 판타지를 선사할 수 있는 재미를 가져올 거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대본 이상의 멋진 장면이 나왔다. 수중 싱크로나이즈 팀 공이 굉장히 크다. 덕분에 극 말미 김혜수와 염정아가 크로스 하는 멋진 신이 탄생됐다. 수중 액션이 처음 하는 시도였기에 오히려 무모한 것도 있었지만 새로운 것들을 계속 찾을 수 있었다. 언제나 게을리하지 않고 색다른 걸 찾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3개월 동안 훈련에 매진, 고군분투한 출연진에게도 공을 돌렸다. 류승완 감독은 "사실 저도 '정말 내가 왜 이걸 한다고 했을까' 후회의 연속일 정도로 어려운 촬영이었다. 근데 물 공포증이 있는 김혜수, 염정아, 박경혜 등 수영을 1도 안 해본 사람들이 물속에서 말을 하고 액션을 하고. 이 배우들이 정말 헌신을 해주니까, 그 감동에 해낼 수 있었다"라고 감격스러워했다.

김혜수와 염정아를 필두로 환상적인 팀워크가 빛난 '밀수'. 류승완 감독은 "놀라는 장면이 아주아주 많았다. 이 영화를 왜 재밌게 찍었나 생각을 해보면, 현장에서 기싸움이 1도 없었다. 경쟁 구도가 단 1도 없었다는 거다. 그게 정말 편했다. 물론, 현장에서 최소한의 긴장감은 있다. 배우들 입장에서 어쩔 수 없이 생기는 경쟁 구도. 심지어는 카메라도 경쟁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근데 이 영화는 정말 신기하게도 이 수많은 사람이 이렇게까지 호흡이 잘 맞고를 떠나서, 모든 배우의 인품이 좋았고 그래서 가능했다. 김혜수와 염정아가 잘 이끌어주니까 덕분에 서로를 독려하는 현장 분위기가 조성되고, 연출하는 입장에서 정말 편하게 할 수 있었다. 다들 제 디렉션을 잘 따랐다고 그러는데 정말 겸손한 사람들이다. 자기들이 다 해놓은 거면서(웃음). 제 지시대로 했다면 현장에서 깜짝깜짝 놀라는 일이 없어야 하는데 '밀수'는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한 번에 오케이 된 신도 진짜 많다"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두 여배우, 역대급 캐스팅에 대해 류승완 감독은 "버디물을 볼 때 조화가 중요하지 않나. 친구 관계의 두 사람을 생각했을 때 본능적으로 김혜수와 염정아가 딱 떠올랐다. 두 배우의 워낙 오랜 팬이기도 하고, 의외로 이들이 동시에 나온 작품이 없었다. 마치 영화 '히트'(1996)에서 알 파치노와 로버트 드 니로가 등장할 때 '이 둘의 만남이 처음이라고? 왜 아직까지 안 했던 거지?'라고 느꼈던 것처럼 신선했고 '그럼 내가 해야지' 싶었다"라고 깊은 신뢰감을 표했다. 

이어 그는 "역시나 김혜수, 염정아 두 배우의 조화가 정말 잘 맞았다. 김혜수가 '불'이라면 염정아는 '물' 같았다. 팔팔 끓는 용광로 같은 뜨거움과 차가운 쿨톤. 사실 춘자의 그래프가 왔다 갔다 하는데 이건 진숙이 계속 쿨톤을 유지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둘의 조화가 좋았기에 장도리(박정민)도 막 갈 수 있었고. 또 두 분의 태도를 말씀 안 할 수가 없다. 이래서 사람들이 김혜수, 염정아 하는구나 싶었다. 이분들은 심지어 본인들 촬영이 끝나도 퇴근을 안 했다. 염정아는 '감독님, 우리 집에 갔으면 좋겠죠?' 이러고, 김혜수는 뒷정리하는 스태프들을 보며 '저렇게들 열심히 하신다'라며 눈물을 훔치고(웃음). 늘 우리 팀은 다르다고 그러셨다. 김혜수는 전 스태프에게 신발 선물을 돌리기도 했다. 염정아는 해녀들의 리더 진숙처럼 현장에서 완전히 대장이었다. 다들 그렇게 잘 챙기니까, 후배들은 단순히 선배들이 시켜서가 아니라 잘 따랐다. 촬영장이 김혜수와 염정아의 주부가요교실 같은 느낌이었다"고 미담을 전했다.

이처럼 모두가 하나가 되어 '찐' 우정과 믿음을 주고받으며 완성한 '밀수'이기에 더욱 특별한 작품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류승완 감독은 "숙소에서 김혜수, 염정아가 시연하는 걸 제가 노트북에 옮겨 쓰며 같이 만들었다. 두 배우가 정말 진심이라, 제가 설득이 됐다. 그래서 이 현장이 특이한 것이 촬영 마지막 날 '이 영화 안 끝났으면 좋겠다' 싶었다. 그런 적이 처음이었다. 저는 현장이 항상 힘든 사람이다. 숙소에 돌아가고 나면 '왜 이렇게 밖에 못했을까' 내가 놓친 게 뭔지 고민하고 괴롭고 수면장애에 시달리곤 했다. 근데 '밀수'는 정말 모든 게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행복했다. 내가 관객들보다 즐거우면 안 되는데 싶을 정도로. 아주 오랜 생활을 함께한 동료 스태프들과 팀워크를 잘 이끌어준 배우들 공이 크다"고 감사한 마음을 거듭 강조했다.

끝으로 류승완 감독은 "제가 현장에서 노력하는 건 '내가 실수할 수 있다. 내가 틀린 선택을 할 수 있도 있기 때문에 언제나 준비를 잘하자'라는 연출의 기본적인 태도를 항상 잃지 않으려는 거다. 또 현장에서 반응을 잘 해주는 것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모든 노력한 것들에 대해서 박수를 꼭 치려고 하는 편이다. 제 현장에서 준비해야 할 것도 많고 노동 강도가 세다. 그 자리에서 보상받을 수 있게끔 상황에 걸맞은 반응을 하자라는 거다"라고 베테랑 연출자다운 미덕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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