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김정은, 사흘간 군수공장 시찰…러시아 무기 수출 본격화 전망

유새슬 기자 2023. 8. 6.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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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포·순항미사일·무인기 엔진 등 생산 공장 시찰
공정의 현대화·대량화 강조…소총 발사 장면 첫 공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3~5일 현지 군수공장을 시찰한 자리에서 소총을 시험사격하고 있다. 2023.8.6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주요 군수공장을 둘러보고 ‘국방경제사업’과 무기 현대화를 강조했다. 러시아에 무기 수출 규모를 노골적으로 확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북한의 공식매체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지난 3~5일 초대형 대구경 방사포탄과 전략순항미사일, 무인공격기 엔진 등을 생산하는 공장을 현지 시찰했다고 6일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공장경영사업에서 제기되는 문제들과 새로운 탄종을 계렬(계열) 생산하기 위한 능력조성사업 등 국방경제사업의 중요방향”을 제시했다. 국방경제사업이라는 표현은 처음 등장했는데 북한의 대러 무기 수출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무기 수출을 통해 북한의 외화 획득이나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달 ‘전승절’(한국전쟁 정전협정 체결일) 기념식 계기로 방북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과 함께 ‘무장장비전시회-2023’를 돌아봤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쓸 포탄 등 군사 무기를 러시아에 수출하고 러시아의 군사 기술을 제공받는 등 북·러 군사 협력이 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번 공장 시찰은 이에 대한 후속 조치 차원으로 이해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김 위원장이 쇼이구 국방장관에게 신무기를 소개할 때 무기들의 생산능력 등에 대한 질문과 답변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무기의 정확성을 담보하면서 대규모 생산 능력을 갖추는 것이 무기 수출이나 러시아와의 안보 협력에 필수라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이 이번 보도에서 무기 생산 공정의 자동화, 현대화, 대량화를 강조한 것과도 맥락이 같다.

북한과 러시아의 무기 거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위반이자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미국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문제다. 최근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러시아로부터 빼앗은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산 무기를 사용하는 모습이 외신 보도로 공개되기도 했다. 이날 김 위원장의 현지지도 일정 중 가장 먼저 소개된 것도 초대형 대구경 방사포탄 생산 공장 방문이었다. 포탄은 북한이 러시아에 수출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표적인 무기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3~5일 사흘에 걸쳐 방사포탄 생산공장 등 군수공장을 집중 시찰하고 전쟁 준비를 위한 무기 현대화를 강조했다. 2023.8.6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 위원장이 전략순항미사일과 무인공격기 발동기(엔진) 생산공장을 현지 지도했다는 점에서는 두 무기체계의 대량 생산 가능성이 제기된다. 통신은 “무기체계구성에서 핵심요소로 되는 발동기의 성능과 믿음성을 부단히 제고하고 생산능력을 급격히 확대해나가기 위한 방도적 문제들을 구체적으로 가르쳐줬다”며 “발동기 생산에서의 속도와 질과 량(양)을 다 같이 철저히 보장할 데 대하여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이번에 보도된 사진 중에서는 지난달 열병식에서 처음 공개한 전략무인정찰기 ‘샛별-4형’과 공격형무인기 ‘샛별-9형’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무인기 엔진이 등장했다. 샛별-4형과 샛별-9형은 각각 미군 무인기 RQ-4 글로벌호크와 MQ-9 리퍼의 외형을 그대로 베꼈다. 무인기의 성능에는 의구심이 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에 쓰인다면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김 위원장이 실제로 소총을 발사하는 장면 역시 처음 보도됐다. 소총은 러시아가 필요로 하는 재래식 무기 중 하나다. 김 위원장이 발사한 저격소총은 AK 계열 소총을 개조한 것으로 보이고 돌격소총은 미국의 FN 스카(SCAR)를 따라 만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의 군수 공장 시찰이 대남·대미 경고 차원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오는 21~24일 한·미 군사연습과 연계돼 시행하는 ‘을지 자유의 방패(UFS·을지프리덤실드)’가 예정돼있다. 북한이 여기에 맞대응할 전력을 갖췄다는 점을 과시했다는 분석이다.

김 위원장이 “새로운 계열의 저격무기”의 생산 실태를 파악했다는 점도 이목을 끈다. 새 저격무기 언급은 북한 보도에서 처음으로 등장했다. 김 위원장이 “변화된 전쟁양상에 맞게 인민군대 전선부대들과 유사시 적후에서 무장투쟁을 하게 될 부대들이 휴대할 저격무기를 현대화하는 것은 전쟁 준비에서 가장 중차대하고 시급한 문제”라고 말했다.

현장 시찰에는 박정천 전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오랜만에 등장했다. 올해 초 해임된 이후 공식 석상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왔다.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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