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베트남서 욕먹는 '바비', 中선 3000만달러 흥행시동…왜?
'9단선'과 원자폭탄 피해 희화화 논란 등에 휩싸인 할리우드 영화 '바비'가 중국에서 준수한 흥행성적을 올리면서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중국-베트남 간 영토분쟁의 상징 격인 9단선을 명시, 중국 내 애국주의를 자극했다는 해석과 함께 성장하고 있는 중국 내 페미니즘이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나온다.
6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현지매체 등에 따르면 그레타 거윅 감독 작품 할리우드영화 바비가 글로벌 매출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 돌파를 눈앞에 뒀다.
북미는 물론 유럽 등 전세계서 고르게 흥행하는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중국이다. 바비는 중국에서 지난달 21일 개봉했는데 개봉 첫 주 중국 현지 집계 1억3000만위안(약 245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한 데 이어, 이달 5일 기준으로 미국 집계 3010만달러(4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3010만달러는 세계 최대 영화시장 중 하나인 중국의 전체 시장 규모를 감안하면 아직 초대박이라고 보긴 어렵다. 그럼에도 현지서는 선전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전에 개봉했던 할리우드 대작 블랙팬서가 이보다 작은 매출 300억원선에 그치는 등 최근 미국 대작의 중국 내 성적표가 신통찮았기 때문이다.
바비는 미국과 중국 외 지역에선 이미 숱하게 논란을 뿌리고 있다. 일본에선 '역린' 격인 원자폭탄 피해를 건드렸다. 바비의 홍보 포스터 중에는 주인공이 미니스커트를 입고 영화 '오펜하이머'의 주인공 오펜하이머의 어깨에 앉아있는 장면을 담은 게 있는데, 오펜하이머는 일본에 투하된 원폭 개발을 총괄한 물리학자다.
바비의 트위터 계정은 한 술 더 떠 이 사진을 올리며 "잊지못할 여름이 될 거야"(It`s going to be a summer to remember)라는 설명을 달았다. 히로시마 원폭 추도일은 한여름인 8월 6일(오늘)이다.
바비는 또 주인공 바비의 남자친구인 켄의 헤어스타일을 버섯구름 모양으로 합성한 모습의 포스터도 공개했다. 역시 원폭 희화화 논란에 불을 붙인 요소다. 일본 여론은 곧바로 분개했다. '바비+오펜하이머'를 뜻하는 밈인 '바벤하이머'를 반대한다는 뜻의 '노바벤하이머' 해시태그가 온라인에 퍼지는 등 영화 보이콧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베트남에선 바비가 아예 상영이 금지됐다. 중국이 남중국해 영유권을 주장할 때 근거로 사용하는 이른바 '9단선'이 영화에 포함됐다는 게 이유다. 주인공 바비가 바비랜드를 떠나 현실세계로 가는 과정에서 배경으로 보이는 지도에 구단선이 선명하게 그려져 있다. 중국과 영토분쟁을 벌이고 있는 베트남은 곧바로 영화 상영 금지 조치를 내렸다.
중국 영화시장은 2021년 정점을 찍었지만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으로 크게 꺾였다. 2022년 영화 티켓 판매가 전년 대비 84% 줄었다는 통계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시아지역에서 연이은 논란에 휩싸인 바비가 중국에서 선전하면서 현지에서도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중국에서만 3000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리며 전편(2500억원)의 아성을 깬 아바타2가 호출되며 이와 비교해 상당한 성공을 거둘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인들이 바비에 손을 내미는 이유는 뭘까. 현지서는 아바타2가 지난해 12월 개봉 당시 애국주의적 작품들에 밀려 초반 흥행에 속도를 내지 못했다는 점과 비견한다. 9단선 등 중국인들의 애국주의에 소구할 수 있는 장치를 배치하며 중국인들의 거부감을 줄였다. 할리우드 대작에 대한 중국 소비자들의 심리적 견제를 해소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가능성이 있다.
중국 내에서 확산중인 페미니즘이 영향을 줬다는 해석도 있다. 지난달 말 FT(파이낸셜타임스)보도에 따르면 FT와 인터뷰 한 한 중국 여성은 "(영화를 통해) 여성들에게도 세상을 바꿀 힘이 있다는걸 느꼈다"고 말했다. 이 여성을 포함해 복수 여성 관객이 바비를 여러차례 관람하는 이른바 'N차관람'하고 있다고도 했다. 같은 보도에서 잉 주 홍콩침례대 교수는 "바비가 중국 정부가 문제삼지 않을 만한 수준의 과격하지 않은 적당한 수준의 페미니즘을 다루면서 중국 내 인기몰이가 가능했다"고 진단했다.
한편 바비의 성공으로 할리우드의 친중국화가 앞으로도 이어질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 영화자본이 중국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는 의미다. 중국은 2021년부터 북미를 넘어 세계 최대 영화시장이 됐다. 2021년 기준 박스오피스 수입이 61억달러(약 8조원)다. 같은 해 북미 수입은 45억달러였다.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cheer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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