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독재자 무가베 떠나도…대선 앞둔 짐바브웨의 여전한 혼란상
무가베 이어 정권 잡은 음낭가과 대통령
정적 제거·잔인한 고문 등 폭정 여전
아프리카 짐바브웨에서 대선을 앞두고 야당 지지자가 집권 여당 세력의 습격을 받아 사망하는 사건이 5일(현지시간) 발생했다. 전 세계 사상 최악의 독재자로 군림했던 로버트 무가베 전 대통령이 사망한 지 4년이 흘렀지만, 짐바브웨는 정권의 폭정과 부정부패, 극심한 분열로 좀처럼 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이날 짐바브웨 수도 하라레 서쪽에서 유력 야당 ‘변화를 위한 시민연합당(CCC)’ 집회에 참석했던 한 시민이 여당 자누-PF 지지자로 의심되는 무리에게 공격을 받아 숨졌다고 보도했다. 짐바브웨는 오는 23일 대선과 총선을 앞두고 있으며, 자누-PF 소속 에머슨 음낭가과 현 대통령과 넬슨 차미사 CCC 대표가 치열한 접전을 펼치고 있다.
짐바브웨 경찰은 용의자 2명을 체포했다고 발표했지만, 피해자의 소속 정당과 정치 성향을 밝히지 않은 채 “공공 폭력 사건으로 한 사람이 죽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엔 정체불명의 남성이 CCC 상징인 노란색 옷을 입은 지지자들에게 돌을 던지고, 한 남성이 바닥에 쓰러진 모습이 담긴 영상이 게재됐다.
CCC는 “노란색 옷을 입은 행위는 범죄가 아니다”라며 “어떤 사람도 정치로 인해 죽어선 안 된다. 이는 민주주의에 큰 오점”이라고 반발했다.
짐바브웨에선 대선이 다가올수록 이 같은 폭력 사태가 잦아지고 있다. 음낭가과 대통령과 차미사 대표는 2018년 이미 한 차례 맞대결을 펼친 바 있다. 당시 음낭가과 대통령은 50.8%, 차미사 대표는 44.3%의 득표율을 기록했는데, 차미사 대표는 정부와 여당이 조직적인 부정 선거를 자행했다며 반정부 시위를 주도했다. 경찰은 이를 무력으로 진압했고 이 과정에서 6명이 숨졌다.
두 사람의 ‘리턴 매치’에 양측 지지자들은 날카로운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특히 인권단체들은 자경단을 자처하는 집권 여당 지지 세력의 테러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휴먼라이츠워치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음낭가과 대통령 지지자들이 각종 위협과 괴롭힘, 폭력 행위로 야당 집회를 방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차미사 대표는 1980년 짐바브웨 독립 이후 자누-PF가 43년간 장악해온 독점 권력을 깰 유력한 인물로 꼽힌다. 짐바브웨는 1980년부터 1987년까지 총리로, 1987년부터 2017년까지 대통령으로 재임하며 반정부 인사들을 무자비하게 탄압한 무가베 전 대통령 치하에서 신음했다. 무가베 전 대통령은 2009년 워싱턴포스트(WP)가 선정한 세계 최악의 현직 독재자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악명이 자자했다.
음낭가과 대통령은 2017년 쿠데타를 일으켜 같은 정당이었던 무가베 전 대통령을 축출하고 2018년 대선을 통해 집권했다. 하지만 정적 제거와 잔인한 고문 행태는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디언은 “2000년 이후 폭력과 부정으로 선거가 얼룩져왔다”며 “남부 아프리카 국가들이 짐바브웨의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차미사 대표는 지난 4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음낭가과 대통령은 짐바브웨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며 “법과 제도를 무너뜨리는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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