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식작전' 주지훈 "두 명의 김성훈 믿고 모든 것 내던졌다"[인터뷰]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배우 주지훈이 하정우와 호흡을 이룬 영화 '비공식작전'으로 여름 극장가 흥행 대전에 동참했다.
지난 2일 관객에 첫선을 보인 영화 '비공식작전'(김성훈 감독)은 실종된 동료를 구하기 위해 레바논으로 떠난 외교관 '민준'(하정우)과 현지 택시기사 '판수'(주지훈)의 버디 액션 영화다. 최초의 한국 외교관 납치 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어 '피랍'이라는 소재와 '21개월 뒤 생환'이라는 결과 두 가지 요소만 실제 사건에서 가져왔고 이외의 인물이나 스토리는 영화적 상상력으로 채우며 다른 실화 소재 영화와는 색다른 전개와 구성으로 웰메이드 버디 액션물로 탄생됐다.
주지훈이 '비공식작전'에서 연기한 김판수는 1987년 기독교 세력과 이슬람 세력의 갈등으로 내전의 장이 되어 혼란스러웠던 레바논의 베이루트에서 혈혈단신으로 살아가고 있는 유일한 한국인 택시 운전사다. 사기꾼 기질이 농후하지만 외교관 민준이 낯선 이국에서 실종된 오재석 서기관을 구출하는데 도움을 주는 인물이다.
2006년 MBC 드라마 '궁'(황인뢰 연출, 안은아 극본)에서 이신 역을 맡아 모델에서 배우로 화려한 데뷔식을 치른 후 주지훈은 KBS 2TV 드라마 '마왕'(박찬홍 연출, 김지우 극본/2007), SBS 드라마 '다섯 손가락'(최영훈 연출, 김순옥 극본/2012), 넷플릭스 시리즈 '킹덤'(김성훈 연출, 김은희 극본/2019), SBS 드라마 '하이에나'(장태유, 김루리/2020), tvN 드라마 '지리산'(이응복 연출, 김은희 극본/2021) 등에서 주연을 맡아 변화무쌍한 캐릭터들을 선보여왔다.
영화로는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민규동 감독/2008), '나는 왕이로소이다'(장규성 감독/2012), '좋은 친구들'(이도윤 감독/2014), '아수라'(김성수 감독/2016), '신과함께-죄와 벌'(김용화 감독/2017), '신과함께-인과 연'(김용화 감독/2018), '공작'(윤종빈 감독/2018), '암수살인'(김태균 감독/2018), '젠틀맨'(김경원 감독/2022) 등을 통해 왕관의 무게에 짓눌린 왕세자부터 왕과 노비를 오가는 1인 2역, 소름 돋는 연쇄살인마, 매력 넘치는 마성의 변호사, 국립공원 신입 레인저까지 극과 극을 오가며 한계 없는 연기력을 입증시켰다.
주지훈의 캐스팅은 '비공식작전'이 '피랍'이라는 제목의 프로젝트로 한창 진행중이던 2018년 당시 넷플릭스 시리즈 '킹덤'의 싱가폴 프리미어 시사 현장에서 이미 진행됐다. 김성훈 감독은 '킹덤'의 시사회 직후 그에게 캐스팅 의사를 전했고 주지훈은 두 말 없이 곧 바로 캐스팅을 수락하며 대장정의 프로젝트에 합류했다.
"김성훈 감독님과 '킹덤'을 함께 했고, 하정우 형과는 '신과함께' 시리즈를 함께 했었죠. 보통 배우들이 새로운 촬영 앞에서 어쩔 수 없는 불안함이나 상대방과 스타일이 달라서 겪는 스트레스들이 있거든요. 그런데 이미 두 분과는 잘 맞는다는 확인을 했었죠. 함께 개인적인 여행을 다니기도 하며 몇 년을 지내온 사이였어요. 이번 작품을 함께 하며 낯 간지럽지만 두 분께 감사하다는 말을 많이 했어요. 제 개인적으로 욕심낸 장면이 있을 수 있는데 정우 형이 저에게 어떤 액션을 주고 또 저의 리액션을 받아주는 과정에서 무의식적으로 주고받는 정과 합이 너무 좋았어요. 감독님 또한 저희를 완전히 신뢰하시고 의심하지 않는데서 오는 울컥함이 있었죠. 전우애가 너무 좋았던 현장이었죠. 감독 김성훈과 배우 김성훈(하정우 본명), 두 명의 김성훈을 믿으니 제 자신을 다 던질 수 있었죠."
판수는 한국인이 모두 철수한 레바논에 혼자 남아 택시기사로 활약하는 인물로 아랍어에도 능통하고 미로 같은 길을 헤쳐 나갈 정도로 운전 실력도 뛰어나다. 월남전에도 참전했고 사우디에서도 지내 봤으나 여러 번 사기를 당해 레바논까지 흘러왔다고 주장하는 캐릭터. 민준에게 목숨과도 같은 돈 가방을 탈취해 엄청난 위기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주지훈은 체중을 12kg이상 증량하는가 하면 유창한 불어와 아랍어 연기를 펼치며 판수를 완성해갔다. 특히 극초반 사기꾼 기질이 다분한 판수를 통해 유머와 위트를 담당하다가 엔딩부에 이르러 페이소스 짙은 강력한 한방을 선사하는 그의 연기를 보고 있자면 '일일우일신'이라는 한자성어가 그대로 떠오른다. 매번 연기에서의 새로운 도약을 선보이는 주지훈을 바라보는 기쁨은 꽤 크다.
"배우가 12kg 증량한 걸 대단한 것처럼 이야기할 부분은 아닌 것 같아요. 별로 어렵지 않았어요. 다만 한국인은 물론이고 동양인조차 눈뜨고 찾아볼 수 없는 레바논에서 홀로 먹고 사는 친구라면 무시당하거나 꿀리지 않으려고 큰 덩치를 원했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몸을 불렸죠. 호객 행위까지 하며 택시 운전을 하는 인물이라면 당연히 눈에 띄는 복장을 입고 당당하게 행동하리라 생각했고요. 아랍어 연기에는 왕도가 없었어요. 눈 뜨고 있는 순간에는 무조건 외울 수밖에요. 아랍어 첫 촬영일에 패닉이 왔어요. 앉은 자세로 밤새 대사를 외워갔는데 동선대로 움직이면서 대사를 하려니 머릿속이 하얘진 거예요. 감독님께 잠시 시간을 달라고 말씀드리고 20분 동안 동선대로 다시 연습한 후 촬영한 기억이 납니다."(웃음)
주지훈은 '신과 함께-죄와 벌'에서 하얀 삵 역을 열연하며 비련미 넘치는 연기를 선보이는가 하면 '킹덤'에서 왕세자 이창 역을 통해 왕관의 무게를 느끼는 자의 고뇌를 표현했고, 영화 '암수살인'에서 뻔뻔함과 서늘함이 공존하는 사이코패스 역을 통해 남우주연상을 휩쓸며 출중한 연기력을 인정받아 왔다. 특히 '비공식작전'에서의 판수 역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가볍고 껄렁껄렁한 인물 같지만 오재석 서기관을 구출하는 민준과 그를 돕는 판수가 서로를 의심하는 단계에서 점점 서로를 향한 구원의 손길을 내미는 휴머니티를 표현하는 과정에서 영화의 주제 의식이 전달된다.
"사실 완성된 영화를 두 번 봤어요. 보통 노래방에서 자신의 노래를 들으면 이상하잖아요. 벌써 작품을 30편 가까이 했는데 처음 봤을 때는 이상하더라고요. 디프레스가 왔어요. 생각도 아주 많아졌죠. 그러다 두 번째 볼 때 깨달았어요. 보통 배우가 한 캐릭터를 해석하고 연기할 때 한 인물의 앞뒤 서사를 다 넣잖아요. 예전에는 제가 연기한 부분이 편집되면 '좀 더 넣어주시지'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더 잘랐어야 하나'하는 생각이 들어요. 예전 같으면 제 캐릭터만 몰두해서 연기했을 텐데 지금은 민준이 처한 상황과 영화의 스토리라인, 관객이 이 장면을 바라볼 때의 입장이 모두 보이는 거죠. 영화를 두 번째 봤을 때 감독님이 어떤 계획을 가지고 지시를 하셨는지 다 보였어요. 그제야 자유롭고 껄렁해 보이기만 하던 판수에게서 어떤 페이소스를 끌어내고 싶어하셨는지 보이더라고요."
이날 인터뷰 현장에서 주지훈은 여러 차례 자리에서 일어나 극중 연기를 몸소 펼쳐 보였다. 특히 하정우와 사전에 미리 주고받은 약속 없이 직관과 감으로 호흡했으나 버디 케미의 정석으로 탄생한 몇몇 장면에 대해 설명할 때는 흥에 겨운 듯 추임새를 펼쳐 보였다.
"사실 배우들의 연기에 옳고 그른 건 없어요. 사람마다 집중하고 해석하는 게 다 다르죠. 정우 형과는 결이 잘 맞아요. 사전 리허설도 드라이하게 하는 편이죠. 사전에 '이 컷에서는 너가 어떻게 하고 내가 어떻게 하자'라는 논의를 하지도 않죠. 서로 워낙 신뢰하다 보니 상대방의 행동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요. 극 초반 민준과 판수가 도로에 택시를 세워두고 옥신각신하는 장면이 있잖아요. 그 때 민준이 '아저씨, 나 여기 총 맞았어' 할 때 표정을 보세요. 당시 '저걸 저렇게 표현한다고?'하며 감탄했었어요. 둘이 호흡이 기막히게 좋았던 어느 날 촬영을 마치고 둘이 밥을 먹는데 정우 형이 '지훈아, 내가 너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그런 표현을 어떻게 했냐, 기가 막히더라'며 칭찬을 해주더라고요. 이런 게 배우를 하는 즐거움 아닐까요."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msj@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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