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롱 속 신사임당이 돌아왔다···상반기 5만원권 환수율 역대 최고

5만원권 지폐를 세고 있는 모습. 경향DB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자취를 감췄던 5만권권 지폐가 장롱이나 금고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금리가 오르면서 돈을 숨겨놓기보다 예·적금으로 굴리는 것이 유리해진데다, 대면활동도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상반기 기준 5만원권 환수율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은행으로부터 받은 화폐 수급 동향 자료를 보면, 올해 상반기 5만원권 발행액은 약 10조원, 환수액은 7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발행액 대비 환수액의 비율을 뜻하는 환수율은 77.8%로, 2009년 6월 5만원권 발행이 시작된 이후 상반기 기준으로 가장 높은 환수율을 보였다. 통상 한국은행이 화폐를 발행하면, 화폐는 시중에서 유통되다가 예금이나 세금납부 등의 형태로 금융기관으로 입금된다. 금융기관은 일부를 시재금으로 보유하고 나머지는 한은에 입금하는데 이때 돌아온 금액이 환수액이다.

화폐 환수율이 높다는 것은 화폐가 시중에서 활발하게 유통되고 있다는 뜻이다. 5만원권 환수율은 2009년 발행 이후 꾸준히 상승해 2017∼2019년 50∼60%대에 이르렀다가,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2021년에는 10∼20%대까지 떨어졌다. 물리적 거리 두기 조치로 대면 거래가 줄어든 데다 경제 불확실성에 고액권을 미리 확보해두려는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 방역 규제 완화로 소비심리가 회복되고, 한은이 2021년 8월부터 1년 반에 걸쳐 기준금리를 3.00%포인트 올리면서 환수율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중 금리도 함께 뛰면서 현금을 보유하기보다 높은 금리를 주는 예·적금 등에 넣은 것으로 추정된다. 예금은행의 수신 잔액은 2021년 8월 말 2253조7000억원에서 지난 5월 2427조8000억원으로 늘었다.

고액권 환수율이 증가하는 현상은 통화 긴축을 이어간 다른 주요국에서도 유사하게 관측됐다.

미국 100달러권 환수율은 2020년 51.0%까지 하락했다가 2022년 81.3%로 올랐으며, 유로존 200유로권 역시 2020년 환수율이 46.5%로 낮아졌다가 지난해 104.8%까지 상승했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