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살아파트' 다 시공사 잘못? 억울한 건설사들, "설계 오류인데···"
설계 잘못 구분 않고 전체 일괄 명단 공개로 '곤혹'
민간아파트 전수조사도 시공사 부담으로 돌려
책임소재 불명확해 건설사 이미지 훼손도
정부가 다음달 말까지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민간아파트를 전수조사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비용 부담 등 시공사에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이번 사태의 시발점이 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발주 아파트의 철근 누락 사태는 15개 단지 중 3개 단지만이 시공 오류로 확인됐다.
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무량판 구조 민간 아파트 전수조사를 앞두고 국토교통부와 대한주택건설협회, 안전진단협회 등 관련 협회들은 관련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아직 안전진단 범위나 방식에 대해 확정되진 않았으나 정부가 9월 말까지 조사를 마무리할 방침일 만큼 빠른 시일 내 조사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LH는 발주한 아파트 중 15곳이 철근을 누락했다고 발표했다. 이 가운데 △남양주별내 A25 △음성금석 A2 △양산사송 A2 등 세 곳만이 시공 오류로 밝혀졌다. △파주운정 A34 △충남도청이전 신도시 RH11△수서역세권 A3 △수원당수 A3 △오산세교2 A6 △양주회천 A15 △광주선운2 A2 △양산사송 A8 △파주운정3 A23 △인천가정2 A1 등은 처음부터 설계상에 철근이 빠져 있었다. 이외에 △공주월송 △아산탕정2는 공사 단계에서 철근이 빠졌지만 하자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이다.
정부의 발표 방식에 대한 불만도 나온다. 책임소재를 명확하게 가려 발표 때부터 설계와 시공 등 순차적으로 원인을 파악해 발표해야 하는데 시공사 명단을 공개하면서 마치 모든 건설사들이 부실 시공을 한 것처럼 호도됐다는 의견이다. 15곳 중 10 곳이 설계 단계의 오류로 철근이 빠졌음에도 국토부는 이를 가려내지 않고 전체 설계, 시공, 감리회사의 명단을 공개함으로써 시공사들이 곤혹스러워 하고 있는 것이다. 해당 시공사 관계자는 “10곳의 현장은 시공사가 설계대로 시공했지만 철근을 빼먹은 파렴치한 건설사로 취급받고 있다”며 “관련 회사들의 명단을 동시에 발표하다 보니 한 번에 공개하면서 언급된 모든 건설사의 이미지 실추와 입주민의 혼선이 가중되어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해 있다”고 토로했다. 한 대형 건설사의 관계자는 "최근 시공 중인 사업장 일부에서 감리가 잘 이뤄지고 있는지 점검해달라는 요청이 와서 설명회를 했다"며 "부실 시공에 대한 책임소재를 명확하게 구분해야 하는데 정부는 이번 사태가 마치 건설업계 전반적인 문제인 것처럼 몰아가면서 시장 불신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이번 부실 아파트 시공사 명단이 공개된 이후 관련 건설사의 주가는 일제히 떨어졌다. 시공능력평가 30위 밖의 중견·중소 건설사의 경우 타격이 더 크다. 당장 주가가 떨어진 것은 물론 추후 발주나 분양 기피로 이어져 신규 사업 수주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무량판을 도입한 민간 아파트의 검사 비용도 일단 건설사들이 책임지라는 점도 부담이다. 국토부는 지난 3일 브리핑을 통해 안전진단 절차를 수행하는 비용을 시공사에서 부담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형사의 경우 비용 자체가 크게 부담될 수준은 아니지만 일단 검사와 필요히 보강 비용을 모두 건설사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에 대해 볼멘소리가 나온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공사가 사업 주체가 아닌데 왜 감리비를 시공사가 부담하는지 의문"이라며 "특히 중소형 건설사들은 지금도 자금 압박이 심한데 추후 구상권 청구와 비용 분담에 대해서도 법적 공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하 주차장만 조사한 LH와 달리 주거동 전체를 들여다보겠다는 국토부의 입장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또다른 건설업계의 관계자는 "이미 살고 있는 집을 샘플로 내주기도 어렵고 점검하려면 피복(벽 부분 훼손)이 불가피해 원상복구 비용과 거주지 마련 비용 등 문제가 커진다"며 "시공사들은 설계대로 시공만 했을 뿐인데 이번 LH 카르텔 사태의 희생양이 돼버린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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