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KT, 김영섭 發 '빅배스' 시작되나
KT 이사회가 김영섭 전 LG CNS 사장을 차기 최고경영자(CEO) 후보자로 선택한 건 '이권카르텔'로 지목받은 조직내부의 기존 질서와 관행에 휘둘리지 않고 과감한 혁신을 하라는 주문으로 해석된다. KT는 약 8개월 이상 경영 공백이 지속되면서 투자와 장기적 경영계획 수립에 차질을 빚어왔다.
'실용주의'와 '핵심인재'를 강조하는 김 전 사장의 스타일과, KT가 당면한 상황을 고려할 때 오는 9월 김 대표의 공식 업무 시작을 기점으로 경영과 인사·조직 전반에서 대대적인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외부 충격 선택한 KT
KT 이사회가 김 후보자를 선택한 건 기존 KT 사정을 잘 아는 인사를 통한 안정적 혁신보다는 외부출신의 과감한 개혁이 필요하다는데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 후보자 역시 위기의 조직에 구원투수로 나서 여러차례 성공시킨 경험이 있다.
김 후보자는 LG그룹 구조조정본부 상무와 2014년 LG유플러스 최고재무책임자(CFO), 2015년~2022년 LG CNS 사장을 역임했다. IMF 위기 이후 LG그룹 차원의 재무개선 전략을 수립했다. LG유플러스는 2013년까지 2G 네트워크만 운영하며 '만년꼴찌'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했다. 2013년 이상철 전 LG유플러스 부회장이 LTE를 상용화한 이후 안정적 투자를 이끌어내는데 주도적 역할을 한 것도 김 후보자다. LG CNS 역시 김 후보자 취임이후 영업이익이 5배 가까이 성장했다.
김 후보자는 여느 재무통들과 달리, 분명한 사업 방향을 설정하고 과감한 투자와 인사혁신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LG CNS 시절에는 취임하자 마자 “불필요한 형식은 과감히 버리고 실질적인 일에 더욱 집중하는 문화를 만들자”며 거문고 줄을 바꿔 맨다는 뜻의 '해현경장'(解弦更張)과 일을 할 때 실질에 힘써야 한다는 뜻의 '사요무실'(事要務實)을 경영 키워드로 제시했다. 이후 전면적 클라우드 전환을 천명하며 집중 투자, 성과를 이끌어 냈다.
결정적으로 KT 외부출신으로서 기존 조직과 인연이 없다는 점이 강점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사회는 차상균 서울대 특임교수(전 KT 이사), 박윤영 전 KT 사장을 놓고 고심했다. 하지만, 이사진 구성부터 KT와 재직경험이 있는 인물을 전면 배제하고, 오히려 SK출신으로 구성했다는 점을 볼때 대대적인 혁신을 위한 외부출신 CEO 영입은 이미 예고됐다는 평가다.
◇KT 내외부 '초긴장'
김 후보자가 강조하는 '실사구시(實事求是)' 가치를 볼때 KT 조직과 경영 관점에서 대대적인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팽배하다.
우선 김 후보자는 핵심인재 중심의 경영을 강조해 왔다. 그는 LG CNS 재임시절 “학벌, 족벌, 지연 없이 오로지 실력으로 서열을 정하고, 역량에 따라 임금의 시작 자체가 다른 체계를 만들었다”며 “연공서열보다 '고수'를 우대하는 인재 문화로 혁신했다”며 높은 자부심을 가져왔다. 실제 이같은 조직 문화는 LG CNS가 높은 실적을 달성하는 원동력이 됐다.
KT 내부에서도 기존 순혈주의를 타파하는 대대적인 인사개편이 예고된다. 특히 KT는 경영 공백기를 맞이해 상무급 이상 주요 임원은 9월 이후 새 CEO가 거취를 결정하도록 사실상 '백지신탁'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소 전무급 이상에서 이미 사표를 받아놓은 것과 다름없는 만큼 대대적인 물갈이가 예고된다.
KT 안팎에서는 김 후보자가 이상철 전 LG유플러스 부회장(전 KT·KTF 사장)과 가까운 인사를 중용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의 실사구시 면모를 볼 때 이같은 관측은 무의미하다는 반론도 있어 주목된다.
구조조정도 관심사다. 역대 외부 출신 KT CEO 중 이석채 전 회장, 황창규 전 회장 등은 수천명을 정리해고했다. KT는 매년 1000명 이상 자연퇴직이 발생하는 시점에서 김 후보자가 어떤 선택을 할지도 조직 내부 최대 관심사다.
◇'빅배스' 이후 장기적 DX 전략 제시할 듯
김 후보자는 재무통인만큼, 취임 직후에는 기존 비상 경영체제 하에서 발생한 부실을 털어내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자는 LG CNS 사장 시절에도 취임 직후 중요하고 급한 것부터 보고하라며 임직원을 독려했다. 이에 따라 통신·기업사업(B2B) 유통 등 과정에서 방만한 점이 없었는지 대대적 점검과 개선이 예상된다.
장기적인 방향에서 김 후보자의 KT 사업방향과 관련해서는 디지털전환(DX)을 강조해온 점을 고려할 때, 기존 KT가 추진하던 방향과 전반적 맥락에서는 일치한다. 김 후보자는 LG CNS 시절 클라우드로의 전면 전환과 스마트팩토리, 스마트시티 등 사업에 무게를 실었다. B2B 분야에서 성장 돌파구를 이어가기 위해 인공지능(AI)·클라우드 등을 접목한 본인만의 신사업 비전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 후보는 구글·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기업과 협력체계 구축에도 노력해온 만큼, KT에서도 관련 움직임이 강화될지 주목된다. 김 후보자가 주주총회에서 승인받을 경우, 내달 초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통신사업자연합회(GSMA) 모바일360이 글로벌 데뷔 무대가 될 전망이다.
대정부 관계도 관심사다. 이전 경영진이 정부 등 대외 커뮤니케이션 부족으로 곤란을 겪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통신비, 6G 혁신 인프라 구축 관점에서 정부정책과 공조가 강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KT 소식에 밝은 한 전직 임원은 “빅배스라고 표현할 정도의 대대적인 혁신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조직 내부에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귀뜸했다.
박지성 기자 jisu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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