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던 공공지원 민간임대, 건설사가 발길 돌리는 이유
건설사, 시행사 등 민간 사업자가 정부 주택도시기금의 지원을 받아 공급하는 ‘공공지원 민간임대’ 추진 실적이 올 상반기 들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사업은 저렴한 금리(2~2.8%)에 공사비를 조달할 수 있고, 임대 완료 후 분양가도 사업자가 정할 수 있어 일감 확보가 어려운 중견 건설사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공사비가 급등하면서 수익을 내기 어려워지자 기업들이 발길을 돌리고 있다. 이 때문에 서민들이 싼 임대주택을 이용할 기회도 그만큼 줄게 됐다.
6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올 상반기 말 기준 주택도시기금의 공공지원 민간임대 출자 잔액은 4조5635억원으로 지난해 연말(4조4945억원)보다 690억원(1.5%) 늘었다. 2021년 말 3조8276억원에서 작년 상반기 4조2611억원으로 4335억원 늘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공공지원 민간임대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2019년 이후 반기 증가액이 1000억원을 밑돈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런 속도라면 평소 3000억~6000억원 수준이던 연간 증가액도 올해는 1000억원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이렇게 공공지원 민간임대 추진 실적이 부진한 주요 원인으로 공사비 상승분을 반영할 수 없는 시스템이 꼽힌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공사비가 급등하면서 사업자들의 부담이 늘어나자 HUG는 작년 9월 내규 개정을 통해 신규 공모 사업장에 한해 사업 제안 이후 공사비 상승분을 반영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연간 공사비가 5% 넘게 올랐을 때에 한해 변동분의 절반 이내로만 증액할 수 있도록 해 여전히 기업들의 부담이 큰 상황이다. 올해 2월부터 하자보수를 마쳐야 공사비 잔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규정이 바뀐 것도 사업자들이 참여를 망설이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공공지원 민간임대는 최장 10년간 거주할 수 있고 임대료도 주변 시세의 75~90%로 제한되는 데다 외관이나 내장재도 일반 분양 아파트와 동일해 무주택 수요자들의 선호도가 높다. 수도권 인기 지역에선 입주자 모집에 수십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사례도 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공공지원 민간임대는 전세 사기나 역전세 위험도 없다”며 “보다 활발하게 공급이 이뤄질 수 있도록 사업자 부담을 낮춰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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