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가면 보통 몇 칸의 화장지를 쓸까
대변은 7.8칸 소변은 5.2칸…'바깥걸이'가 대세
[생활의 발견]은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소재들을 다룹니다. 먹고 입고 거주하는 모든 것이 포함됩니다. 우리 곁에 늘 있지만 우리가 잘 몰랐던 사실들에 대해 그 뒷이야기들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보려 합니다. [생활의 발견]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여러분들은 어느새 인싸가 돼 있으실 겁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편집자]
전 종종 변기가 막혀 고생을 합니다. 아마도 배관이 작은 데다 한 번에 휴지를 많이 넣는 습관 때문인 듯 합니다. 심한 경우 뚫는 데 한참 애를 먹기도 합니다. 이따금씩 사투를 벌이곤 하죠. 내려가지 않는 답답함과 막막함이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이럴 때면 휴지통을 만들까, 물에 잘 녹는 휴지로 바꿀까 등 별의별 생각이 들죠.
막힌 변기를 바라보다 문득 화장실 휴지에 대한 관심이 생겼습니다. 정말 휴지 때문에 막히는 걸까, 사람들은 큰일(?)을 치룰 때 휴지를 얼마나 쓸까, 화장지는 앞으로 거는 게 맞을까 뒤로 거는 게 맞을까 등의 의문 말입니다. 그래서 금주 생활의발견 주제는 화장실 휴지에 대한 고찰입니다. 크리넥스로 유명한 유한킴벌리를 통해 직접 알아봤는데요. 조금은 '더티(?)'하더라도 잘 읽어보시면 재밌는 사실이 많을 겁니다.
사실 두루마리 화장지는 물에 100% 녹습니다. 단순히 휴지 때문에 변기가 막히는 경우는 없다는 게 업계의 정설입니다. 화장실용 화장지를 구성하는 것은 펄프인데요. 건조 상태에서는 수소 결합 상태로 일정한 강도를 가집니다. 하지만 물을 만나게 되면 분자와 분자 사이 이 결합이 끊어지며 물에 풀리게 됩니다. 현재 여러 제조사를 막론하고 대부분 화장지는 물에 넣었을 때 20초 이내 풀리는 성질을 갖고 있습니다.
그럼 휴지로 변기가 막히는 경우는 뭘까요. 보통 이 경우는 배관이 굽어지는 부분 휴지가 꽉 차 물에 충분히 접촉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유한킴벌리 관계자는 "배관, 정화조를 거치는 과정에서도 물리적 힘에 의해 물풀림이 가속화된다"면서도 "단 한번에 많은 양을 처리하면 막힐 우려가 있어 이는 피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렇다면 내가 휴지를 많이 쓰고 있는지도 궁금하실 겁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큰일을 볼 때 휴지를 얼마나 쓰는지도 알아봤습니다. 유한킴벌리 크리넥스가 지난 2021년 25~49세 주부 9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화장실에서 볼일을 본 후 한 번에 활용하는 화장지 칸수는 약 7.8칸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8년 전인 보다 4칸이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소변은 약 5.2칸 정도로 조사됐습니다.
이는 고품질 화장지의 대중화 덕입니다. 흡수력, 닦음성 등이 높아지면서 적은 면적으로도 만족스러운 결과를 낼 수 있게 된 거죠. 물티슈와 비데 등의 발달도 영향을 미쳤다고 합니다. 유한킴벌리 관계자는 "화장지로 1차 처리를 하고 이후 화장실용 물티슈, 비데, 샤워 등으로 깔끔하게 마무리 하려는 경향을 들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사람마다 용변을 볼 때 화장지 사용 스타일이 다른 것도 알고 계신가요. '끊어씀', '접어씀', '풀어씀' 등 주로 세 가지 스타일로 압축됩니다. 크리넥스에 따르면 '필요한 만큼 끊어서 접어서 사용한다' (61%), '필요한 만큼 접으면서 푼 후 끊어서 사용한다' (22%), '필요한 양만큼 손에 감은후 끊어서 사용한다' (14%) 순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외에도 '필요한 만큼 끊어서 뭉쳐서 사용한다' (3%)는 개성파도 존재했습니다.
사람마다 화장실 화장지를 걸어 두는 방식도 다릅니다. 저마다 나름 근거가 있는데요. 바깥쪽으로 거는 이들은 화장지 표면이 오염원과 접촉하지 않도록 벽에 닿지 않아야 된다고 말합니다. 반대로 안쪽으로 화장지를 걸어 두는 이들은 화장지를 물기와 멀리하기 위해서라고 하죠. 이를 비율로 살펴보면 벽면 바깥으로 화장지를 걸어 두는 비율이 뒤로 거는 것에 비해 약 3배 정도 높게 나타난다고 합니다.
화장지의 바깥과 안쪽 어디로 사용하는 게 과연 '정석'일까요. 오목볼록한 모양의 엠보싱이 있는 부분이 바깥 부분이죠. 유한킴벌리 관계자는 "개인의 선택이 우선"이라며 "실제 화장지 사용에 있어서도 바깥, 안쪽을 구분하지 않고 사용하는 경우가 과반에 이른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엠보싱이 있는 바깥쪽으로 사용하면 좀 더 섬세한 케어를 할 수 있다"며 "바깥쪽면을 사용하길 추천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가정 내 휴지통 비치 비중도 낮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유한킴벌리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화장지통 비치 비율은 49%로 2013년(69%) 대비 20% 정도 줄었습니다. 용변 후 화장지를 변기에 버리는 비중이 2013년 51%에서 2021년에는 83%로 크게 증가한 덕입니다. 다만, 10명 중 1명 정도는 일반 물티슈(화장실용 물티슈가 아닌)를 변기에 처리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어 사용상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합니다.
현재 화장지 제조 기술은 더욱더 발전하고 있습니다. 사용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친환경까지 고민하는 시점입니다. 엠보싱을 풀이 아닌 물로 결합시킨 제품까지 등장했습니다. 기존에는 합지용 풀로 엠보싱을 결합시키는 게 보통이었죠. 유한킴벌리 관계자는 "화장지를 물로 결합시킨다는 것은 발상의 전환뿐 아니라 합지풀 대체로 탄소배출량 저감까지 촉진되어 환경 보호에도 기여할 특별한 기술"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지금까지 화장실 화장지에 숨겨진 재미있는 사실들을 알아봤는데요. 가까이 있는 흔한 제품에도 이런 이야기가 숨어있는지 몰랐습니다. 지금껏 휴지를 낭비해오진 않았나 반성도 해 봅니다. 앞으로는 저도 8칸 이내로 큰일을 해결해 보려 합니다. 그렇다면 변기가 막히는 일도 줄겠죠. 모쪼록 더운 여름입니다. 다음에도 재미난 주제로 돌아오겠습니다.
한전진 (noretreat@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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