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완 경북교육청 주무관, 학교시설 수선주기 기준마련
[안동=뉴시스] 류상현 기자 = 경북교육청이 지난달 13일 전국 최초로 '학교시설 수선주기 기준'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최근 3년 간 516교의 학교시설 공사에 대한 수선 이력 자료를 조사하는 방대한 작업이 진행됐다.
기준의 객관성을 위해 기존 문헌 분석, 기술직 전체 분임 토의, 전문가 조사 등을 거쳐 총 79개 항목으로 설정된 수선주기 기준이 마련됐다.
이 정책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정책 입안자인 안승완 주무관(6급)에게서 들어본다.
-이 연구를 하게 된 배경은 뭔가.
"지역별, 학교별 시설환경의 차이가 많은 게 큰 문제다. 게다가 학교 시설 업무는 폭증하는데 이를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관리할 인원은 턱없이 적어 시설물 관리에 허점이 커지고 학생 안전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시설 업무는 얼마나 늘었고 인원은 얼마나 부족한가.
"경북의 경우 1992년 이전에 지어진 낡은 학교건물이 63.2%에 이를 정도로 많다. 시설사업 투자 예산은 2013년 2591억원이던 것이 올해는 1조1415억원으로 340.5%나 늘었다. 그런데 이를 관리할 기술인력은 144명에서 현재 173명으로 20% 증가에 그쳤다. 이런 여건으로는 교육시설 환경을 개선하고 유지하기가 어렵다."
-사업량이 폭증했다고 하나 일반인에게는 잘 와 닿지 않는다.
"설계와 공사관리 업무가 강화되고 각종 발주청 주관 의무가 늘어났다. 특히 학교 시설안전에 관련된 사업이 대폭 늘었다. 석면 제거, 내진 보강 등의 안전 관련 사업, 그린스마트스쿨, 공공문화체육시설·주차장·전기차 충전시설 설치 등의 학교복합시설 사업 등 전에 없던 사업들도 자꾸 생기고 있다. 학교통합정보시스템(에듀빌), 시설물정보관리종합시스템(FMS), 올바로시스템 등 각종 시스템 관련 업무도 늘었다. 장애인편의시설, 어린이놀이시설 등의 업무도 새로 생기고 급식실, 방과후학교, 돌봄교실, 다목적강당, 시청각실, 도서실, 어학실, 교과교실제, 기숙형 공립고 사업, 화장실 현대화, 이중창 개선, 외벽개선, LED조명 설치, 스프링클러 설치, 태양광설치, 냉난방기 설치, 공기청정기 설치 등 20~30년 전에는 생각도 못했던 사업들이 생겼다.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BF) 인증, 각종 에너지 관련 인증(녹색인증, 제로에너지등급, 에너지효율등급) 업무, 교육시설법 등이 신설되면서 교육시설 전반의 재난 및 안전, 그리고 유지관리 업무가 강화되고 안전인증, 안전성평가 등의 업무도 신설됐다. 기타 건축기획 및 사전기획 등 사업에 대한 사전검토 업무도 강화돼 시설행정 처리 절차도 늘어났다. 이밖에도 늘어난 업무는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수선 주기 기준 마련이 왜 필요한가.
"먼저 시설물 수명을 늘일 수 있다. 또 건물의 수리·보수가 예상된 시기에 이뤄져 예산편성이 쉬워지고 예산을 갑자기 책정하는 일이 줄어 비용 절감 효과가 크다. 현재 전국 교육청은 중장기 계획에 의한 특정사업을 제외하고는 재료 등의 손상이 발생 될 때마다 보수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건물이 적절한 유지보수를 받지 못하면 부식 등으로 약해지고 공기질이 나빠져 학생들의 건강과 안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수선주기에 맞는 보수로 수준 높은 환경이 유지되면 학습 의욕과 학업 성취도도 높일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지금까지 이런 기준이 없었나.
"매우 어렵고 여건도 되지 않은데다 과거에 없던 새로운 시설자재들이 자꾸 나오기 때문이다."
-학교시설 개선 때 어떤 사항을 가장 고려하는가.
"당연히 안전이다. 노후로 자재가 파손되면 학생들이 위험해진다. 휘발성유기화합물, 석면 등 유해물질이 나오지 않거나 함유되지 않아야 한다. 마감재는 형태, 색감, 질감도 살펴야 한다. 학교 구성원과 지역민들의 요구도 반영해야 한다. 일반교실과 급식실, 돌봄교실, 다목적강당, 시청각실, 도서실, 어학실 등의 공간 특성에 따라 자재도 다르기 때문에 이런 것도 고려해야 하고 학력향상에도 도움을 주도록 해야하므로 매우 복잡하다."
-현재의 학교시설 개보수에는 어떤 문제점이 있나.
"표준적인 유지관리시스템에 따른 것이 아니라 손상이 발생하거나, 예산사정 혹은 정부정책에 따라 보수 내용이 결정되는 등 체계적이지 않고 비합리적인 투자가 많다. 수선주기가 없으니 주관적인 판단에 따라 수선이 결정되기 때문에 이권이 개입할 여지가 있고 지역별, 학교별 격차를 발생시킨다. 수선주기가 설정되면 학교 관리자들은 이를 기반으로 개보수 예산을 편성하게 되고 학부모나 외부인들도 학교시설의 수선 상황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이권개입이 쉽지 않고 학교별 시설 격차도 줄어든다."
-국내에 수선주기를 규정한 법령이 없나.
"조달청 행정규칙, 공동주택관리법 정도가 있다. 조달청규칙엔 판매물품의 내용연수만 있고 공동주택관리법은 장기수선계획의 수립기준을 규정하고 있지만 학교시설과는 자재가 많이 달라 적용 가능한 공종(품목)이 많지 않고 학교라는 특수성이 반영되지 않아 적용이 힘들다."
-이번 수선주기가 정해진 것 가운데 특별히 의미가 있는 품목이 있다면.
"화장실 개선, 2중창, 바닥재, 승강기, 방화문 등이다. 생활편의와 안전에 직결되는 품목이라 의미가 크다."
이번 수선주기에서 화장실 개선은 15년, 2중창은 20년, 바닥재는 15년, 방호문은 15년으로 정해졌다. 이들 품목을 포함한 79개 품목의 수선주기가 이번에 새로 정해졌다.
-끝으로 특별히 하고 싶은 말은.
"학교시설의 수선 필요도를 지속적으로 평가하고, 관리체계와 예산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spri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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