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보다 낫네"…월급 100만원 '셰프', 美서도 모셔간다 [긱스]
주방 로봇의 ‘붐’입니다. 현란한 솜씨로 식자재를 볶고, 굽고, 튀기는 로봇이 빠르게 인력을 대체하고 있습니다. 색다른 풍경에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만, 남은 과제를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모든 제품의 상용화 관건은 결국 경제성입니다. ‘요리하는 로봇’은 비용 문제를 해결하고 무사히 우리 곁으로 안착할 수 있을까요? 한경 긱스(Geeks)가 가맹 형태의 대표 업체 로보아르테와 기업간거래(B2B)를 중심으로 사업을 펼치는 웨이브라이프스타일테크 사례 비교를 통해 주방 로봇의 구체적인 성공 조건을 짚어봅니다.
“현재까지 산업계에서 성공한 로봇은 딱 하나, 로봇 청소기뿐입니다.”
그는 로봇 청소기 얘기를 꺼내 들었다. “로봇 상용화의 성공 조건은 세 가지가 있습니다. 없어도 그만이지만 있으면 편할 것, 기술이 현존할 것, 그리고 ‘비싸지 않을 것’입니다. 로봇 청소기는 조건을 충족했습니다. 이를 빼면 로봇의 성공사례는 아직 아무도 못 찾았습니다.” 주방 로봇의 상용화 경쟁력은 아직 해답을 찾지 못했음을 지적하는 해당 내용은 요리하는 로봇 도입을 이끌어 온 스타트업 업계가 꾸준히 고민해 온 주제기도 하다.
해법은 최근 들어 주방 로봇의 대여료가 인건비 이하로 수렴하며 윤곽이 잡히는 형태다. 가격을 유지 또는 인하하며 시간당 작업 능력을 늘리는 것, 해외 진출을 조기에 진행해야 한다는 ‘성공 조건’이 창업가들 손에서 추진되고 있다. 결국 로봇 판매 수익과 매장 확대 사이의 ‘밸런스 찾기’에 성공한 업체가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3000에 120, 리스로'…출발점 선 주방 로봇
2018년 창업된 스타트업 로보아르테는 치킨 브랜드 ‘롸버트치킨’을 운영한다. 연내 70개 가맹점 확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동시에 치킨을 튀기는 로봇을 만드는 기술 업체이기도 하다. 사람의 팔처럼 생긴 롸버트치킨의 원통형 관절 로봇은 끝에 튀김기를 달고 치킨 만들기를 보조한다. 시간당 50마리를 튀겨내는데, 별도 휴식 시간도 필요 없다. 주방 인력을 도와 음식 제작 일부를 담당하는 조리 협동 로봇인 셈인데, 화상 위험이 있는 튀김 작업을 대체한다는 점은 가맹점주를 공략하는 포인트다.
강 대표는 사업 초창기 로봇의 판매 비용을 두고 골머리를 앓았다. 첫 매장 오픈이 2020년 2월 논현동이었는데, 프로토타입 모델 가격이 1억5000만원에 육박했다. 이후엔 천장에 로봇을 매다는 방식으로 단가를 6000만원까지 낮췄고, 다시 테이블 설치형으로 구조를 바꿔 가격 절반을 덜어냈다. 롸버트치킨은 산업용 로봇을 만드는 업체 레인보우로보틱스에서 로봇 팔 공기계를 받아와, 하드웨어(HW)를 재조정하고 소프트웨어(SW)를 입혀 기계를 만든다. 로봇 팔 양산 체계는 로보아르테가 조정할 수 없는 영역이었기에 이런 실험을 이어온 것이다. 결국 월 120만원의 사용료, 3년 약정인 현재의 형태가 자리 잡았다.
고가의 요리 로봇은 7000만원 선으로 여전히 비싸고, 형태나 추가금도 사업장 요구가 모두 달라 제각각이다. 그럼에도 소위 ‘쓸만한’ 기기들이 2000~4000만원대 생산 체계 확립에 성공하며 업계 리스료나 기기 전체 구매가는 대부분 대동소이한 수준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이 시점에서 업체들 전략은 통상 두 가지로 나뉜다. 프렌차이즈 브랜드 운영, 외식 브랜드 대상 기기 납품 중 무엇이 중심 사업이냐에 따라 업체들 방향성이 다른 것이다. 저변 확대와 기능 고도화가 쟁점이다.
강 대표는 “아직도 로봇이 치킨을 튀긴다는 것에 생소함을 가지는 점주들이 많다”며 “가능하다면 가격 하락을 통해 저변을 확대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로보아르테가 기기 리스로 점주들에게 남길 수 있는 수익은 크지 않다. 그는 “애초에 리스라는 방식은 목돈이 없든 국내 자영업자가 다수를 차지하다 보니 도입한 방식”이라며 “로봇 팔을 받아오는 곳의 단가가 정해져 있다 보니 가격 조정이 쉬운 문제는 아니다”라고 했다. 다만 “주방 로봇이 일단 ‘사용할 수 있는 선’에는 진입했고, 여기서 더 가격을 낮출 수 있느냐의 싸움”이라며 “3년 뒷면 치킨집에서 일반적으로 로봇을 보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피크타임' 막아라…개발 목표는 '시성비' 올리기
최저임금 상승과 업체별 자구책이 겹치며 로봇에 대한 현장 점주 인식이 달라진 점은 호재다. 기계가 사람 일을 전부 대체하지 못한다는 점을 알면서도, ‘아르바이트 1명보다 싸다’는 인식과 함께 100만원대 가격에 거부감을 표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올해 아르바이트생은 시급을 최저임금으로 받을 경우 하루 8시간, 5일 근로를 기준으로 월 201만580원을 받는다. 외식 업장 특성상 주말 및 휴일 근무가 많은데, 이때는 통상임금의 50%를 추가 지급해야 한다. 업계 한 영업 담당 관계자는 “서울에선 주방 아르바이트 하나에 300만원을 줘야 하는 경우도 많은데 지원자가 없기도 하고, 반대로 점주가 가맹 본사에 기계를 놓아달라고 하는 일도 생겨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로봇의 효율성은 여전한 과제다. 인간을 넘어설 핵심 과제는 소위 ‘피크타임’ 때 얼마나 주문을 감당해 내는지에 달려 있다. 덮밥 로봇을 예로 든다면, 점심시간에 몰린 주문 20그릇의 메뉴가 모두 달라도 음식을 늦지 않게 처리하는 능력과 같다. HW 능력만큼 SW의 지시가 중요한 영역인데 현장에선 아직 기능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이는 업장 규모가 크거나 프랜차이즈가 클수록 중요하다. B2B 사업이 중심인 웨이브라이프스타일테크가 로봇의 ‘시성비(시간 대비 생산능력)’에 주력하는 이유다.
웨이브는 직접 브랜드를 운영하기도 하지만, 디저트 카페 ‘노티드 도넛’, 미국식 덮밥 ‘버텍스’, 미국 가정식 브랜드 ‘샤이바나’ 등 30개 이상 F&B 매장에 각종 기기를 공급한 로봇 스타트업이다. 웨이브 역시 기계 가격에 고민이 있었다. 리스비를 월 100만원 수준까지 맞췄지만, 가격을 더 낮춰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웨이브는 지난달 21일 로봇 반도체 ‘F1 보드’ 양산에 돌입한다고 발표했다. 재료 분배 로봇, 쿠킹셀(조리 로봇) 등에 활용되는 장치다. 조리 로봇 경량화와 소형화를 목표로 제작된 해당 반도체는 전력 소모를 줄이고 무거운 처리장치를 빼내 로봇의 가격을 절감시키는데, 장기적으론 현재 로봇 가격의 10%까지 감축시킨다는 계획이다.
다만 작업 능력 강화는 ‘큰 손’ B2B 고객을 속도감 있게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중요한 과제다. 가격대를 유지하면서 작업 효율을 올리는 것은, 대형 외식 브랜드 입장에서 당장 체감할 수 있는 또 다른 형태의 가격 하락이기 때문이다. 현재 웨이브의 총원 32명 중 약 30%가 SW 개발자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난 6월 투자설명회에선 시간당 스테이크 500개를 조리할 수 있는 시연을 펼치기도 했다. 백승빈 웨이브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외식업은 원래 인건비 비중이 높으면서도 자동화가 거의 되지 않은 산업”이라며 “웨이브의 목표도 로보틱스 기술에 기반해 경제성 높은 주방 시스템을 빠르게 보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 큰 구매' 해외 시장, 초기 공략 필수
기기 안착이 시작되고 있지만 갈 길은 멀다. 가맹도, B2B 공급 형태도 마찬가지다. 생존을 위한 활로는 해외다. 업체들은 공통적으로 조기 해외 진출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데, 리스 중심의 국내 시장만으론 단기 수익을 내기 쉽지 않아서다. 단계별 ‘마일스톤(목표)’을 강조하며 외부 투자유치를 활발하게 받는 한편, 미국·동남아·중동 등으로 뻗어나가는 전략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요식업은 투자이익률(ROI)로 따진다면 1년 5개월 안에 창업자금을 회수해야 생존 가능성이 있다”며 “해외는 ROI 회수를 위한 점포별 투자가 훨씬 공격적이다”고 전했다. 코로나19 기간 노동수요 격차가 벌어진 미국이 대표적이다.
강 대표는 “미국 점주들이 리스 방식의 기기 취득을 원치 않고, 일시불 결제를 선호한다는 점에서 놀랐다”고 했다. 배경엔 아르바이트생 고용에 대한 어려움 등이 꼽힌다. 미국 역시 인플레이션 여파로 최저임금이 상승세다. 코로나19 기간의 이탈 노동력은 350만 명 수준이었는데, 숙박업과 식음료 업계가 직격타를 맞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어졌던 ‘킹달러(달러화 초강세)’가 한국 기깃값을 떨어트린 점도 한몫했다.
중동 시장을 노린 웨이브는 현지의 ‘메가 브랜드’를 노리고 있다. 지난 3월엔 사우디아라비아 투자부(MISA)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현지 공략을 시작했는데, 대가족이 많은 중동 특성상 다양한 외식 브랜드가 경쟁 구도인 점을 포착했다. 미국 진출은 하반기로 준비하고 있다. 동남아 시장도 관심이다. 로봇 피자 브랜드 ‘고피자’처럼 코로나19 이후 폭발적으로 현지에서 성장한 사례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다. 동남아 시장 성공은 저비용 구조 점포 경영에서 기반한다는 점에서 로봇 스타트업들이 자신감을 표한다.
참 한 가지 더
데니스 홍의 ‘로봇 개발 5계명’
데니스 홍 UCLA 교수는 휴머노이드 로봇 ‘다윈 OP’, 이족 보행 로봇 ‘아르테미스’ 등 여러 로봇을 개발해왔다. 유명 로봇 공학자의 또 다른 취미는 요리다. 그는 과거 미국 요리 프로그램 ‘마스터셰프’ 등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리기도 했다. 2019년 우아한형제들이 요리 로봇 개발 프로젝트를 제안하자 그의 관심은 쏠렸다. 4년간의 개발 결과물은 두 달 뒤 공개 예정이다.
홍 교수는 프로젝트에 착수하며 원칙을 세웠다. 서울대 청년 푸드테크 토크콘서트에서 공개된 ‘YORI 프로젝트 5대 철학’을 보면, 새로운 주방 로봇 개발을 목표로 둔 그의 고민이 묻어난다. 먼저 홍 교수는 ‘새로운 기술의 응용보다는, 먼저 음식이 맛있고 건강해야 한다’ ‘먼 미래에 쓰일 시스템이 아니라, 실제 사용될 수 있는 현실적 개념은 무엇일까’를 따졌다고 밝혔다. 당장 적용 가능한 기술을 찾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다음 철학은 곧바로 현재 로봇 제작 업체가 지닌 고민을 반영한다. ‘한가지 요리만 만드는 로봇이 아니라 (거의) 모든 종류의 로봇을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은 홍 교수가 제시한 세 번째 철학이다. 그는 또 ‘사람이 요리하는 방식을 흉내 내는 로봇이 아니라, 로봇을 위한 요리 방법을 고민한다’고 네 번째 철학을 제시했다. “현재까지의 주방 로봇은 사람의 손짓을 모방하고, 사람이 쓰는 식기를 잘 사용하는 방법을 구현하고 있다”며 “로봇은 로봇만의 요리 방식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가 ‘기존의 요리 방법, 요리 도구들이 사람을 위한 것이라면, 기계를 위한 요리 방법과 도구들은 어떨까?’를 다섯 번째 철학으로 밝힌 이유다. 홍 교수는 “최근 인공지능(AI)이 대세라고 해서 개발의 모든 영역에 AI를 녹일 생각은 없다”며 “요리하는 로봇은 엄청나게 대단한 기술보다는, 일단 맛있어야 함을 잊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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