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투비 서은광이 롯데 인턴 됐다?” 화제의 사연 알고 봤더니 [비즈360]

가상인간 이어 아이돌까지…기업 홍보도 튀어야 산다

롯데그룹이 제작한 웹예능 콘텐츠 ‘승진왕’의 한 장면. [롯데 유튜브 캡처]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기업의 홍보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주로 TV나 신문 등 매체를 통해 브랜드를 알려왔던 과거와 달리 SNS(사회관계망서비스)가 핵심 소통 창구가 되면서 기업들은 대중의 눈에 띄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자체 캐릭터를 만들어 활용하는 것은 물론 웹드라마, 웹예능 등을 제작해 선보이거나 각종 굿즈와 함께 팝업스토어를 열며 기업에 대한 친근감을 높이고 있다. 몇 년 전부터 가상인간을 홍보대사로 세우는 열풍이 불더니 이제는 사내 아이돌까지 등장했다. 그야말로 ‘튀어야 산다’다.

1990년대부터 본격화된 국내 기업 홍보는 기업 고유의 이미지나 경영이념, 가치를 담은 브랜드 슬로건을 표현하는 것에서 시작됐다. ‘또 하나의 가족 삼성’(삼성)이나 ‘사랑해요 LG’(LG), ‘사람이 미래다’(두산) 등이 대표적이다.

물론 브랜드 슬로건은 여전히 유효하다. 짧고 강렬한 문장 하나는 기업이 나아갈 방향성을 전하는 데 효과적이다. 기억하기 쉽고 이해하기 쉽다.

그러나 콘텐츠가 넘쳐나는 시대에 경쟁력을 갖추느냐는 다른 문제다. 시시각각 변하는 트렌드 속에서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 기업들은 저마다의 신선한 표현법을 고안하고 있다. 특히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해진 만큼 기업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온오프라인 접점을 넓히며 대중과 직접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우건설이 지난해 10월 서울 성수동에 연 캐릭터 ‘정대우’ 팝업스토어 [대우건설 제공]

광고 속 등장인물이었던 회사 캐릭터가 세상 밖으로 나왔다는 게 대표적인 변화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10월 팝업스토어의 성지인 서울 성수동에 캐릭터 ‘정대우’ 팝업스토어를 연 데 이어 지난달에는 국내 최대 캐릭터 행사인 캐릭터 라이선싱 페어에 참가했다. 정대우는 2011년 기업 홍보용 광고를 통해 처음 선보인 캐릭터로 딱딱한 건설기업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최근에는 유튜브·틱톡 등 영상 플랫폼에서 자체 콘텐츠를 제작하는 움직임이 도드라진다. 기업들이 우후죽순 유튜브 채널을 개설한 초기만 해도 이미 제작돼 있는 홍보 영상을 올리는 정도였지만 지금은 플랫폼 맞춤형 콘텐츠를 직접 제작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제품이나 서비스, 핵심 사업 등을 직접 소개하는 데에서 나아가 드라마나 예능, ASMR(자율감각쾌감반응) 등 차별화된 콘텐츠를 제작하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올해 4월부터 아이돌그룹 비투비의 서은광이 출연하는 웹예능 콘텐츠 ‘승진왕’을 유튜브 채널에서 공개하고 있다. 롯데월드, 롯데자이언츠, 롯데면세점 등 그룹 계열사를 차례로 방문해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며 잘 알려지지 않은 직무를 소개하는 형식이다. 현재 4편까지 공개됐는데 누적 조회수가 600만회에 달할 정도로 호응을 얻고 있다.

HD현대그룹이 최근 선보인 ‘못 바이러스 vs. 현대인’ 콘텐츠의 한 장면. [HD현대 유튜브 캡처]

소비자와 가까이에 있는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기업뿐 아니라 B2B(기업 간 거래) 기업에서도 이러한 흐름은 이어진다. HD현대그룹이 최근 선보인 ‘못 바이러스 vs. 현대인’ 콘텐츠가 대표적이다.

HD현대는 지구에 침투한 ‘못(한다) 바이러스’를 고(故) 정주영 창업주가 강조한 ‘임자, 해봤어?’ 정신으로 극복한다는 이야기를 담은 디지털 캠페인을 지난 6월 공개했다.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혁신과 도전이라는 기업의 가치를 소개한 것이다. 누적 조회수는 공개 6주 만에 1033만회를 돌파했다. 지난해 현대중공업그룹에서 사명을 바꾼 HD현대로서는 브랜드 이미지 제고 효과를 누렸다는 평가다.

그뿐만 아니다. 기업의 홍보대사이자 모델로 가상인간을 세워 눈길을 끈 사례도 많다. 가상인간은 인간과 똑같은 모습을 지닌 인공지능(AI) 캐릭터로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들어진 가상의 존재이지만 대중과 상호 작용한다. 브랜드 이미지 구축과 함께 기업의 앞선 기술력을 보여주는 데 효과적이다. 기업이 원하는 이미지를 부여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국내에서는 LG전자가 2021년 1월 일찍이 가상인간 ‘김래아’를 선보였고 신한금융그룹도 싸이더스스튜디오엑스가 만든 가상인간 인플루언서 ‘로지’를 모델로 세워 신선한 자극을 줬다. 삼성전자도 가상인간 ‘샘’을 활용해 마케팅 활동을 펼친 바 있다.

SK이노베이션 계열의 사내 아이돌 팀 위스키(WE-SKI) [SK이노베이션 제공]

조만간은 사내 아이돌까지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은 최근 공식 보도채널 스키노뉴스를 통해 사내 아이돌 팀인 위스키(WE-SKI) 데뷔를 예고했다. 위스키는 SK이노베이션 계열 구성원이 직접 참여한 일종의 ‘아이돌 콘셉트’ 홍보대사다. 사내 구성원으로 아이돌 팀을 꾸리고 음원과 뮤직비디오를 제작한 사례는 SK이노베이션이 처음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의 긍정적인 이미지는 곧 기업의 성장성, 미래 가치로 연결되는 이슈”라며 “대중과의 적극적인 교감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와 인지도를 제고하는 활동에 대한 기업의 관심은 앞으로도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전했다.

ehk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