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 해부] 지주사 전환한 해성그룹, 다음 숙제는 3세 승계

이은영 기자 2023. 8. 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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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하·한국제지 2일 흡수합병 완료

해성그룹 자회사 세하와 한국제지가 지난 2일부로 합병됐다. 해성그룹은 자회사 간 흡수합병을 통해 시너지를 강화하고 경영 효율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해성그룹은 2020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고 계열사 간 합병 등을 통해 지배구조 개편을 마무리 짓고 있는 가운데, 3세 승계에도 시선이 쏠린다.

해성그룹은 고(故) 단사천 창업주가 1937년 일만상회로 시작했다. 1954년과 1958년에 해성산업과 한국제지에 이어 1977년 계양전기를 설립하고 여러 기업을 인수해 현재 국내·외 11개의 자회사를 두고 있다.

지배구조를 보면 국내 기준으로 해성산업(지주사) 아래에 한국제지, 한국팩키지, 해성디에스, 계양전기 등 4개 자회사가 있다. 올해 3월 기준, 해성산업 지분은 오너 2세 단재완(76) 회장이 28.05%, 3세 단우영(44) 부회장과 단우준(42) 사장이 각각 12.19%, 12.06% 보유 중이다.

그래픽=손민균

사업은 제지 부문과 산업용품, 전장품, 반도체 부품 부문으로 나뉜다. 제지는 복사용지 브랜드 ‘밀크(milk)’를 운영하는 한국제지와 골판지, 종이상자 제조기업 한국팩키지가 있다. 국내 3위 백판지 기업이었던 세하는 한국제지를 흡수합병하고 사명을 바꿨다. 산업용품, 전장품 부문은 계양전기가, 반도체 부품 제조는 해성디에스가 하고 있다.

◇지주사 전환… 지배구조 정리 막바지

해성그룹은 2020년 말부터 지주사 전환을 꾀해 왔다. 해성그룹은 해성산업을 지주사로 두기 위해 지난 2021년 공정거래위원회 심사를 받았고, 지주사 요건을 충족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자회사, 손자회사 간 지분이 얽혀있어 이를 정리해야 했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지주사 계열사들은 서로 출자할 수 없기 때문에 자회사는 손자회사 이외의 계열사 지분을 가질 수 없다.

계양전기는 올해 초까지 같은 자회사인 해성디에스 지분 9.62%를 보유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해성그룹은 올해 2월 계양전기의 투자사업 부문을 떼어내 해성산업과 합병한 뒤 이 지분을 해성산업에 승계해 계양전기와 해성디에스를 완전히 분리했다.

지주사는 금융회사를 지배할 수 없다는 규정도 걸렸다. 과거 해성산업은 골판지 상자 제조업체인 원창포장공업을 인수하기 위해 특수목적법인(SPC) 해성팩키지를 설립했고 해성팩키지가 원창포장공업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에 해성은 해성팩키지의 사업목적에서 금융사업을 지워 골판지 상자 제조기업으로 탈바꿈한 뒤 원창포장공업을 흡수합병시켰다. 합병 후 상호는 원창포장공업이 됐고, 원창포장공업은 지난 2021년 한국팩키지에 흡수합병됐다.

상장 자회사에 대한 지주사 지분이 부족한 문제도 있었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지주사는 상장 자회사의 지분을 20% 이상, 비상장 자회사 지분을 40% 이상 보유해야 하는데 2021년 당시 해성산업의 계양전기 지분은 18.07%, 해성디에스 지분은 8%에 불과했다. 해성산업은 현물출자 유상증자를 통해 주식을 추가로 확보했다. 현재 두 상장 자회사에 대한 해성산업의 지분율은 각각 34%다.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위치한 해성1·2빌딩. /해성산업 제공

경영 효율화를 위한 자회사 간 합병도 진행했다. 지난해 해성테크놀로지를 해성디에스에 흡수합병한 데 이어 지난 1일엔 세하가 한국제지를 흡수합병했다. 사명은 한국제지로 바뀌었다. 이로써 한국제지는 인쇄용지, 특수지와 백판지 제조업을 통합해 운영할 수 있게 됐다.

해성그룹은 “계열사를 통합해 시너지를 창출하고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며 경영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한국제지의 지속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하고 기업가치를 올려 주주가치를 극대화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 장남 부회장·차남 사장 체제… 승계는 안갯속

단재완 회장이 고희(古稀)를 넘겨 팔순을 바라보고 있는 가운데 3세 승계는 아직 오리무중이다. 장남이 주식 지분과 직책에서 조금 앞서고 있지만, 아직 단 회장이 보유 중인 주식이 많아 향방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단우영 해성그룹 부회장. /조선DB

지주사 지분은 올해 3월 기준 장남과 차남이 각각 12.19%, 12.06%를 보유하고 있다. 오너 일가의 계열사 지분을 보면 계양전기는 장남이 1.89%, 차남이 1.87%를 보유 중이다. 한국팩키지와 해성디에스는 똑같이 5.03%, 1.09%씩 보유하고 있다. 단 회장은 28.05%에 달하는 지주사 지분과 한국팩키지 개인 지분 10.07%, 계양전기 개인 지분 5.97%를 보유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두 형제는 미국에서 대학을 나온 뒤 삼일회계법인에서 컨설턴트로 일하다 2008년 장남 단우영 부회장부터 한국제지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단 부회장은 한국제지 재직 당시 복사용지 브랜드 ‘밀크’를 론칭했고 2년 만에 부사장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이후 한국제지 사장을 거쳐 2020년 해성산업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같은 시기 단 사장도 함께 해성산업 사장 자리에 올랐다. 두 형제는 현재 해성산업 기획조정실에 몸담으며 주요 계열사 부회장·사장으로서 경영 전반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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