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단불꽃 원은지 에디터&한국여성변호사회 서혜진 인권이사

서울문화사 2023. 8. 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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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 최초 보도, 추적단불꽃의 ‘단’ 에디터 원은지

“저는 도망가지 않아요. 제가 해야 할 일을 꼭 해낼 거예요”

언론이 주목하지 않았던 끔찍한 사이버 성범죄를 대학생 기자가 최초로 보도한 사건이 있었다. 2019년, 모두가 기억하는 ‘N번방’ 이야기다. ‘추적단불꽃’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며 N번방을 잠입 취재한 2명의 대학생은 경찰과 협조해 수사를 이어간 결과 주동자들을 모두 감옥에 보낼 수 있었다. 그리고 2023년, 2명의 대학생 중 1명이었던 ‘추적단불꽃’의 ‘단’ 원은지는 현재 미디어 플랫폼 얼룩소(alookso) 에디터이자 반성폭력 활동가로서 성범죄 피해자와 연대하며 용기 있는 증언을 계속 보도 중이다.

“많은 분이 위의 활동을 통해 ‘N번방 방지법’과 같은 사회의 큰 제도를 만드는 데 기여한 걸 대단하다고 평가해주세요. 감사하고 기분도 좋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지난해 N번방 피해 생존자의 어머니와 만나 이야기를 나눴을 때, 또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물 유포 피해 생존자와 맛있는 음식을 먹고 산책하는 순간이 저에게는 더 크게, 오래도록 여운이 남는 것 같습니다.”

얼마 전, 유엔 인권이사회의 제4차 국가별 인권상황 정기 검토(Universal Periodic Review, UPR)에서 한국 대표로 디지털 성범죄 실태를 연설한 원은지 에디터는 여성 성범죄와 관련해 누구보다 더 열성적으로 활동 중이다. 이미 많은 것을 이룬 듯 보임에도 더 촘촘한 언어로 공공을 설득하는 저널리스트가 되겠다는 욕심을 부리는 그녀는 성폭력 피해자를 돕는 탄탄한 안전망이 마련된 사회를 꿈꾼다. 이토록 지치지 않고 자신이 희망하는 것을 향해 계속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무엇이냐고 묻자 ‘풋살’ 덕분이라는 재미있는 대답이 돌아온다. “제가 건강해야 온라인 기반 젠더 폭력 피해 생존자를 더 열심히, 더욱 가깝게 도와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맞아요. 일종의 심신 단련입니다.”

최근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사이렌: 불의 섬>을 이틀 동안 무려 두 번이나 정주행했다는 원은지 에디터는 기존 미디어에서 보지 못했던 새로운 모습의 여성을 보며 눈물이 핑 돌았다고 고백한다. “한 누리꾼이 자신이 고등학생 때 <사이렌: 불의 섬>을 봤더라면 더 새로운 미래를 꿈꿨을 것이라고 쓴 댓글을 보고 조금 울컥했어요. 느릴지언정 조금씩 세상이 바뀌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저 또한 우리 여성이 더 다양한 모습을 상상하며 꿈꿀 수 있도록 눈물 날 만큼 멋진 콘텐츠를 꼭 만들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모든 친구, 언니, 동생들. 촘촘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우리 함께 느슨하게 연대합시다.”

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 서혜진

“‘여성 최초’라는 수식어가 사라지는 사회”

여성 폭력 사건의 일선에서 피해자의 법률 대리인으로 활약하는 서혜진 변호사.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 등 피해자의 대부분이 여성인 각종 폭력으로부터 피해자를 구제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굵직한 성폭력 사건에는 예외 없이 서혜진 변호사의 이름이 등장한다. 이 밖에 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 대검찰청 양성평등위원회 위원, 경찰청 사이버성폭력 수사 자문단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젠더 폭력이라고 일컫는 성폭력, 가정폭력 등은 한 번의 피해로 그치지 않아요. 제가 만나는 피해자들의 대부분은 오랜 기간 폭력에 노출된 경우가 빈번하죠. 피해자들에게 꼭 해주는 이야기가 있어요.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피해가 발생한 게 아니라고요. 가장 시급한 건 피해자들의 일상 회복이에요. 안타깝게도 피해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기 힘든 것이 현실이에요. 법률 대리인으로서 진정한 피해 회복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해요.”

각종 폭력에 시달리는 여성들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크고 작은 긍정적인 변화가 생기고 있다. 피해자의 편에서 그들을 돕겠다는 조력자들이 늘어났고, 여성은 물론 남성들까지 폭력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이다.

강단 있는 모습으로 피해자의 편에 서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지난 2017년 미투운동 이후 여성들이 사회에서 당했던 차별, 성폭력 등 문제들이 본격적으로 언급됐으나 이를 두고 또 다른 혐오가 생겨나면서 피해자의 의견을 묵인하는 세력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서혜진 변호사는 이 같은 현실에 착잡함을 느꼈다. 동시에 이럴 때일수록 자신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깨달았다. 서혜진 변호사가 더 단단해진 이유다.

서혜진 변호사에게 물었다. 그가 생각하는 ‘여성이 살기 좋은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질문을 들은 서혜진 변호사는 한참 고민에 빠졌다.

“여성과 관련된 이슈가 기삿거리가 되지 않는 세상이요. ‘여성 최초 리더’와 같은 수식어가 언급되는 건 특이한 사례라는 의미예요. 여성이 어떤 위치에 있든 일반적인 사례로 받아들여졌으면 좋겠어요. 특별히 여성이 뭔가를 해서 박수를 받지 않는 세상, 그런 세상이 진짜 좋은 세상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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