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소재업계, ‘양극재 핵심’ 전구체 생산 국산화 활발
중국 수입 의존도 97.5%…미국 IRA 시행에 ‘탈중국’ 움직임
배터리 소재 업체들이 잇따라 배터리 양극재 핵심 소재인 전구체의 국내 생산 능력 강화에 힘을 싣고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에 따라 중국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배터리 수요 증가에 대응해 전구체를 안정적으로 조달하려는 목적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LS그룹과 하이니켈 양극재 회사 엘앤에프는 연내 새만금 국가산업단지에서 전구체 제조 공장 착공에 들어간다. 투자 규모는 1조8402억원이다. 이 공장에서 2025∼2026년 전구체 양산을 시작하고서 증산을 지속해 2029년 12만t을 생산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LS그룹 지주사 LS와 엘앤에프는 전구체 사업을 위해 합작회사(JV) ‘LS-엘앤에프 배터리솔루션’(가칭)을 설립하기로 했다. 합작사는 LS 55%, 엘엔에프 45% 지분의 공동 경영 체계로 운영된다. 두 회사는 합작사를 통해 전구체 제조와 판매는 물론 전구체 생산에 필요한 황산니켈과 리사이클링 분야까지 양극재 사업을 위해 폭넓게 협력할 예정이다. 구자은 LS그룹 회장은 지난 2일 투자협약 행사에서 "황산니켈, 전구체, 양극재로 이어지는 산업 가치사슬(밸류체인)을 순수 국내 기술로 구축해 한국 배터리 산업의 미래 성장을 선도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배터리 소재 사업을 공격적으로 키워가는 포스코그룹은 중국 전구체 업체 CNGR(중웨이·中偉)와 함께 경북 포항에 니켈과 전구체 생산 공장을 짓기로 했다. 이를 위해 포스코홀딩스와 배터리 소재사 포스코퓨처엠은 지난 6월 CNGR와 이차전지용 니켈 및 전구체 생산을 위한 합작투자계약(JVA)을 체결했다. 포스코퓨처엠은 작년 11월 준공해 가동 중인 전남 광양 양극재 공장 인근에 연산 4만5000t 규모의 전구체 공장 건설도 추진 중이다.
포스코그룹은 광양에 배터리 원료, 중간소재, 양극재를 모두 생산하는 ‘배터리 소재 풀 밸류체인 클러스터’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LG화학은 코발트 생산기업인 중국 화유코발트와 손잡고 2028년까지 1조2000억원을 투자해 새만금 국가산업단지에 전구체 공장을 건설한다. 올해 착공해 2026년까지 1차로 5만t 양산 체제를 갖추고, 2차로 5만t 생산 설비를 증설해 연산 10만t 규모 전구체를 생산할 계획이다. 두 회사는 새만금 공장에 메탈을 정련하는 설비를 만들어 전구체 소재 황산메탈도 생산할 예정이다. SK온은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중국의 GEM(거린메이)과 전구체 생산을 위한 3자 합작법인인 지이엠코리아뉴에너지머티리얼즈(지이엠코리아)를 설립하기로 했다. 3사는 최대 1조2100억원을 투자해 새만금 국가산업단지에 연산 5만t 규모 전구체 공장을 짓는다. 올해 안으로 착공해 2024년 완공이 목표다.
전구체는 배터리의 ‘심장’인 양극재 재료비의 약 70%를 차지하는 핵심 원재료다. 니켈, 코발트, 망간, 알루미늄 등을 결합해 만든다. 그러나 전구체 공급을 대부분 중국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IRA가 시행에 들어가면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국산화할 필요성이 커졌다. IRA 시행으로 미국에서는 배터리용 광물이 일정 비율 이상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나라에서 추출 또는 가공된 전기차에만 보조금 혜택이 제공된다.
전구체는 IRA 지침상 북미에서의 제조·조립 필요성이 큰 배터리 ‘부품’이 아닌 핵심 광물에 준하는 ‘구성 소재’로 규정됐다. 이에 미국과 FTA를 맺은 한국에서 생산해도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최근 국내에 생산시설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5월 이차전지용 16개 원료·소재 중 10개 품목의 ‘1위 수입국’이 중국인데, 특히 전구체는 중국 의존도가 97.5%에 달했다. 무협은 "배터리 주요 원료·소재인 전구체 등을 대부분 중국에서 조달해 이들 원료의 수입 증가가 대중국 무역수지 악화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성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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