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K-99' 공동저자 "측정결과, 초전도체 특성 확인…상용화엔 10년 더 걸려"
2021년 국제학술지에 발표로 이석배 대표와 인연 맺어…LK-99 자문役
"전력전송 비용 획기적으로 줄여…단, 상용화 10년 더 걸리고 대규모 투자 필요"
"샘플 제작에 꼬박 72시간...학회가 사업가에게 샘플 달라고 하는 게 맞는가"
[서울=뉴시스]윤정민 기자 = 상온·상압 초전도체 'LK-99' 개발 진위를 두고 국내외 과학계가 잇따라 검증작업에 돌입한 가운데 LK-99 논문 원고 공동 저자인 김현탁 미 윌리엄앤메리대 연구교수가 "(LK-99에서) 초전도체에서 나타날 현상을 실험으로 이미 관측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지난 5일 뉴시스와 화상 인터뷰를 갖고 "상온 초전도 현상 이론 논문을 (국제학술지에) 게재한 사람은 전 세계에 저밖에 없다"고 자신하며 이같이 밝혔다.
김 교수는 30여년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기반기술연구소에서 근무한 뒤 지난해부터 미국 메릴랜드주에 머물며 윌리엄앤메리대 연구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2021년 금속에서 전자 간 상호작용 현상으로 초전도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공식을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발표했다. 김 교수는 이 공식을 통해 초전도 현상이 일어나는 임계온도가 달라지는 것을 최초로 규명, 초전도 현상 연구 발전에 기여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이 연구로 김 교수는 LK-99 개발 총괄 책임 격인 이석배 퀀텀에너지연구소 대표와 연을 맺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이 대표가 김 교수의 상온 초전도 이론 강연을 들은 뒤 김 교수에게 LK-99 자문을 요청했다고 한다.
김 교수는 LK-99와 관련해 "완벽하진 않지만 틀림없이 초전도 특징을 띠는 물질이라는 걸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 이유로 "전기저항이 '0'이라는 점, 임계온도 위에 금속처럼 옴의 법칙(전류의 세기는 전위차에 비례하고 전기저항에 반비례한다는 법칙)을 보인다는 점, 금속에서 저항이 떨어지는 쪽으로 전류가 불연속 점프한다는 점 등 샘플에서 초전도체 특징들을 다수 관측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 교수는 현재 LK-99가 완벽하게 자석 위에 부상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연구가 더 필요하다며 실제 상용화까지 이어지려면 대략 10여년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퀀텀에너지연구소 측은 현재 국제학술지 'APL 머티리얼즈'에 논문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김 교수도 내년 3월 예정된 미국물리학회 발표를 위해 10월 중으로 초록(논문 요약본)을 작성할 예정이다.
다음은 김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논문 원고와 관련 영상을 종합할 때 초전도체 특징인 반자성보다는 강자성·상자성 물체일 확률이 높다는 주장이 있다.
"전기 저항이 없고, 마이스너 효과(자기장을 밀어내는 성질)는 물론 임계온도 위에 금속처럼 옴의 법칙을 보인다는 점, 금속에서 저항이 떨어지는 쪽으로 전류가 불연속 점프한다는 점 등 초전도체 특징들을 실험으로 다수 관측했다.
지난 3월 한국결정성장학회지에 연구진들이 LK-99 관련 논문을 올린 게 있다. 해당 논문에서는 전기저항이 '0'에 가깝다는 측정 결과가 수록돼 있다. 이후 아카이브에 올린 논문 중 그 부분에 대해 결정성장학회지 논문 데이터를 인용했다. 그런데 아카이브 논문만 보고 저항이 '0'이 아니기 때문에 초전도체로 볼 수 없다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더라."
-초전도체 물질이라고 인정받게 되면 경제적으로 어떤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가
"대표적으로 전력 전송 인프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예컨대 교류 송전은 임피던스(온저항) 때문에 전력 낭비가 직류보다 많은데 케이블 전송 구간이 길어질수록 전력 낭비가 많아진다. 케이블 선로의 전기 저항을 어떻게 줄이느냐가 관건이다. 현재 극저온에서만 구현할 수 있는 초전도체를 쓰자니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간다. 배보다 배꼽이 클 수 있다. 상온 초전도 물질이 상용화되면 전력 전송 비용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 발전소를 적게 만들 수도 있다."
-퀀텀에너지연구소 측 이야기를 들어보니 시편(샘플)을 만드는 데 정신이 없다고 들었다.
"시편을 만드는 데만 최소 3일이 걸린다. 여기서 말하는 3일은 정상적인 근로 시간 기준이 아니라 72시간을 말한다. 완성해도 샘플이 잘 만들어졌는지 테스트도 해야 한다. 그러면 총 일주일 이상 걸린다. 그렇게 만들어도 샘플이 수 ㎎밖에 안 나온다.
그런데 이 과정에 들어가는 비용이 적지 않다. 전 세계에 샘플을 요구하는데 그걸 다 맞추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지금 사실상 빚내고 (샘플을) 만들고 있는 거다."
-연구소를 직접 방문한 적이 없고 2021년 이전에는 이석배 대표와의 접점도 없었다고 들었다. 이 대표 등 연구 참여자 중 일부는 학계에서 활발히 활동하지 않아 이번 연구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학자도 있다. 어떻게 이 대표를 믿고 연구에 함께 참여했는가.
"나는 물리학자다. 이 대표는 화학을 전공했고 사업가다. 학문이 서로 다르다 보니 접점이 없던 건 맞다. 내가 2021년 상온 초전도 이론 논문을 발표했는데, 그해 10월 새통사(새로운 통찰을 모색하는 사람들)라는 커뮤니티에서 그 논문을 강연한 적이 있다.
이 대표가 그 영상을 보고 공부했다며 내게 연락해 자문을 요청했다. 상온 초전도 전문가로서 논문을 쓴 사람은 전 세계에 나밖에 없으니 내게 도움을 요청한 건 당연했다고 본다."
-이 대표가 조만간 언론에 공개할 자리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혹시 그때 한국에 올 계획이 있는가.
"단순히 알리는 자리에는 참석하지는 않을 생각이다. 다만 국가적으로 중요한 일이 있거나 향후 투자를 희망하는 주요 인물이 면담을 요청할 경우 등에 한해서는 한국으로 갈 생각이 있다."
-투자 부분을 언급했는데 앞서 영상들로 선보인 시편이 완전히 자석 위에 부상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상용화를 위해선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뜻인데 향후 LK-99가 상온·상압 초전도체 물질로 입증·상용화되면 그다음 수순은.
"상용화까지 하려면 10여년의 시간이 걸릴 거다. 상용화되면 우선 물질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지을 큰 돈이 필요하다. 대대적인 투자가 있어야 한다."
-사이언스캐스트, 뉴욕타임스(NYT)에 올린 영상 공개가 학계뿐만 아니라 시민들한테도 파장이 컸던 거 같다. 영상은 언제 촬영했으며 공개한 이유도 궁금하다.
"하나(사이언스캐스트에 올린 영상)는 3월 중, 다른 하나(NYT)는 지난주 정도 된다. 모든 연구는 재현성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 만들었다. 이미 앞서 영상을 공개했으니까 가능한 잡음을 줄이기 위해 이번에도 영상을 공개했다."
-반대로 퀀텀에너지연구소 측이 지난 2월 유튜브에 선보인 영상과 관련해서는 '반자성 효과를 보려면 자석을 움직이면 안 됐다. 렌츠의 법칙에 움직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거는 연출이다. 진짜 실험 데이터가 아니다. 초전도체가 되면 그렇게 된다는 뜻으로 설명하기 위해 올린 것으로 안다."
-아직 한국초전도저온학회와의 직접적인 소통이 없다고 들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정부 관계자와의 연락은 있었는지.
"나는 한국물리학회 회원이라 물리학회 회원들과 대화한 적은 있다. 초전도저온학회가 연구소에만 샘플 요청을 얘기했다고 알고 있는데 퀀텀에너지연구소는 기업이지, 학문기관이 아니다. 직원들이 학회에 소속된 사람들도 아니다. 학회는 소속 회원과 관련한 일을 하는 건데 사업하는 사람한테 샘플을 달라고 하는 게 맞는가 싶다. 정부 관계자와의 연락도 아직은 없었다."
-논문 진행 상황은 어떤가. 연구소 측은 'APL 머티리얼즈'에 논문 심사를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외의 계획도 있는가.
"내가 (연구에) 참여하기 전에 연구진이 '사이언스'나 '네이처'에 게재하려고 시도했으나 반려당한 것으로 안다. 그래서 연구 성과를 신속히 인정받고자 미국물리학회지에서 발행하는 APL 머티리얼즈에 투고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세웠다. APL 머티리얼즈도 저명한 학술지다.
"내년 3월에 있을 미국물리학회 발표를 위해 10월에 초록을 작성할 예정이지만 아직 확실히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APL 머티리얼즈도 등재될지 어떨지 아직 모른다.
☞공감언론 뉴시스 alpac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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