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문' 도경수 "연기·노래? 평생 내가 할 수 있을 때까지" [MD인터뷰](종합)

강다윤 기자 2023. 8. 6.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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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강다윤 기자] "우리 모두가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감정의 폭이나 경험이 쌓이잖아요. 저도 남들과 똑같이 쌓였어요. 저만이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러면서 배우로서 표현할 수 있는 폭도 좀 넓어졌고요."

최근 서울 종로구 소격동 한 카페에서 영화 '더 문'(감독 김용화)으로 극장가에 돌아온 도경수와 만났다.

'더 문'은 2029년, 사고로 홀로 달에 고립된 우주 대원 황선우(도경수)와 필사적으로 그를 구하려는 전 우주센터장 전재국(설경구)의 사투를 그린 우주 생존 드라마다. 영화 '신과함께-죄와 벌', '신과함께-인과 연'으로 '쌍천만' 관객을 끌어모은 김용화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겸했다.

극 중 도경수는 분자 물리학을 전공한 UDT 출신으로 국내 최초 유인 우주선 우리호에 막내 대원으로 몸을 싣고 달로 떠나는 황선우로 분한다. 탐사 대원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황선우는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상황 속 어떻게든 임무를 수행하려 한다.

이날 도경수는 "많이 들떴다. 진짜 오랜만의 영화 개봉이기도 하다. 사전에 영화를 봤기 때문에 관객들이 어떻게 봐주실지 너무 궁금하다. 내가 영화를 봤을 때 선우한테 느꼈던 긍정적인 메시지를 관객들이 느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개봉을 앞둔 소감을 전했다.

'더 문'은 도경수가 군 전역 후 바로 촬영한 작품이자, '스윙키즈' 이후 약 5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이기도 하다. 그는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땐 우리나라에 우주 관련 영화나 드라마 같은 게 거의 안 나왔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게 만들어질 수 있구나'라는 신기함이 제일 컸다"며 "어떻게 만들어질지, 어떻게 촬영할지 너무 궁금했다. 당연히 김용화 감독님 작품이니까 너무 기쁜 게 사실 먼저였다. 군대 안에 있을 때 시나리오를 받았는데 기분이 너무 좋았다"라고 말했다.

한국 영화 최초 유인 달 탐사선을 소재로 한 '더 문'은 제작비 약 280억 원의 여름 블록버스터 대작이다. 올여름 한국 텐트폴 시장의 주역이 된 부담감은 없었을까. 도경수는 "이렇게 큰 규모의 영화에서 큰 역할을 맡는다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됐다. 그래도 오히려 엄청 큰 용기가 생기기도 했다"며 "'아, 내가 이런 큰 작품에서 연기할 수 있는 사람이 됐다'라는 것에서 그 어느 누구도 실망시키지 말고 보시는 분에 공감을 전하는 것에 집중하자는 마음이었다"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선우를 통해서 용기라던지, 희망이라던지. 선우의 그 선함과 에너지에서 저도 위로를 많이 받았어요. 관객들에게 '내가 이걸 왜 포기하려 했지, 나도 한 번 다시 해보자'하는 공감을 드리고 싶은 마음이 가장 컸어요. 그걸 많이 생각했어요. 그리고 열심히 이 큰 규모의 영화에 해가 되지 말자는 마음이 가장 컸어요."

도경수는 '더 문' 촬영을 위해 철저히 준비했다. 무중력 유영을 표현하기 위해 와이어를 중점적으로 훈련했고, 김용화 감독이 보내준 다큐멘터리와 책을 살펴봤다. 우주인들이 물속에서 진짜 우주복을 입은 채 훈련하는 것을 보고 움직임을 참고했다. 뜻을 잘 모르는 우주용어는 외국어 외우듯이 달달 외웠다.

그런 도경수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5~6kg에 달하는 우주복이었다. 도경수는 "체감상 10kg는 넘는 줄 알았다. 일상에서 입어볼 경험이 없으니까, 막상 입어보니 생각보다 엄청 무거웠다. 행동이 많이 제한됐다. 신발도 워커를 신고 우주 신발을 신어야 했다. 또 부피감 때문에 안에 두꺼운 아대처럼 제작된 걸 또 입었다. 그런 것들이 무겁기도 하고 불편하기도 했다"면서도 "한편으론 너무 재밌었다. '이런 걸 살면서 언제 입어보나' 이 생각으로 즐겼다"라고 설명했다.

와이어 연기 역시 쉽지 않았다. 상상했던 것과 많이 달랐고, 그냥 와이어가 아닌 특수 와이어라는 점도 달랐다. 더군다나 평소에 매달았던 것처럼 1, 2줄이 아니라 5, 6줄을 달았다. 혼자 위아래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앞으로 가면 옆에서 당겨주고 밀어줘야 했다. 타이밍 연습도 많이 필요했고 안전상의 문제도 컸다. 많은 연습과 집중이 필요했다던 도경수는 와이어를 당겨준 스태프들에게 감사함을 표했다.

"유영 장면이 영화에서 잘 표현돼서 저도 놀랐어요. 모니터링을 하면 와이어 줄이 보이잖아요. 이게 과연 어떻게 나올까 궁금했어요. 움직이는 것들이 계속 무중력처럼 표현이 돼야 하는데 그걸 감독님이 프레임 조절도 하시면서. 저도 좀 놀란 부분이 있어요."

그러나 우주복과 와이어만이 끝이 아니었다. 황선우는 달의 뒷면에 조난당한 우주인. 그만큼 도경수가 홀로 감당해야 하는 장면이 많았다. 도경수는 "사실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아예 혼자 가겠구나'라는 생각을 못했다. 시나리오를 볼 때는 대사가 다 있으니까 그런 생각을 못했는데 촬영할 때는 정말 혼자였다"며 "선우가 가진 극한의 감정이 어렵겠다는 생각을 했다. 부담도 됐지만 어떻게 보면 나한테는 도전이었다. 한번 도전해 보자는 마음이 제일 컸다"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달의 뒷면에 조난된 황선우의 감정 역시 일상적으로 경험하지 못했을 부분이다. 직접적으로 간접적으로도 체험할 수 없는 부분을 도경수는 상상으로 채워갔다. 마음속으로 아예 아무것도 없는 장소, 검은 동그라미 안에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고 스스로를 집어넣었다.

도경수는 "현장에서도 정말 고립이었다. 그린 스크린, 블루 스크린이 많이 없었다. 우주선이 실제 사이즈로 너무 잘 만들어졌는데 진짜 좁았다. 그렇게 좁을지 몰랐는데 일단 답답했다"며 "나 혼자 밖에 못 들어갔다. 헬멧을 쓰면 시야도 좀 제한적이다. 그러다 보니 그런 환경이 오히려 좀 도움이 많이 됐다. 우주선 선체도 흔들고 돌리면서 찍었기 때문에 몰입하기 쉬웠고 도움이 됐다"라고 고독했던 촬영장을 회상했다.

그러면서 "외로웠다. 사실 지금까지 작품을 해오면서 배우들의 눈을 계속 보면서 연기를 했다. 그런데 이번에 설경구, 김희애 선배랑 같이 해서 정말 행복했는데 뵌 적이 없다"라며 "김희애 선배는 영화 다 끝나고 제작발표회 때 처음 뵀다. 설경구 선배도 영화 내에서 딱 두 번 뵀다. 그게 제일 아쉬웠다. 나도 현장에서 사람의 눈을 쳐다보면서 연기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감독님이 그 외로움을 많이 달래주셨다"라고 털어놨다.

혼자 연기를 하다 보면 '이게 잘 되고 있는 걸까'하는 의문이 생기지 않았을까. 더욱이 '더 문'은 도경수가 촬영하며 보는 현장과 관객들이 보는 완성된 영화가 확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묻자 도경수는 "항상 있었다. 이 부분이 가장 큰 고민이었다. 영화가 나오면 어떻게 붙을지 너무 궁금했다. 그런데 생각을 해보니까 그런 점이 오히려 자연스러웠던 것 같다"며 "선우는 혼자 고립돼 있고 목소리만 들을 수 있었다. 센터에서는 선우를 볼 수 있고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라고 답했다.

이어 "촬영도 우주선 쪽 촬영을 먼저 거의 다 하고 센터 부분을 뒤에 했다. 그래서 오히려 좀 자연스러웠던 것 같다. 우주선에서 스태프들의 목소리만 들으면서 했던 게 도움이 됐다"며 "사실 센터 분위기가 궁금하기도 했는데 감독님이 센터 편집본을 보여주셨다. 그러면서 좀 맞춰나갔다"라고 덧붙였다.

도경수는 '더 문'이 어떻게 나올지 가장 궁금한 사람 중 하나였다. 그 소통이 어떻게 그려졌을지, 우주가 어떻게 표현됐을지, 자신의 유영이 어떻게 나올지 모든 게 궁금했다. 그리고 그는 지난달 25일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 아이맥스관에서 열린 언론시사회에서 '더 문'을 처음 관람했다. 입이 딱 벌어졌고, VFX에선 '우와, 진짜 김용화 감독님이구나'라는 걸 한 번 더 크게 느꼈다.

"유성우가 떨어지고 선우가 선내에서 구르는 장면이 가장 신기했어요. 제가 찍은 분량이 많았는데 '어? 내가 찍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 잘 표현된 장면이 많았어요. 달에서 걷는, 다시 월면차로 뛰어가는 장면이 있는데 헷갈려서 '감독님 이거 제가 찍은 거 아니죠?' 여쭤봤더니 '네가 찍었어'라고 하시더라고요. 감독님이 프레임 수를 조정하고 빠르게 돌리면서 그렇게 만들어주셨어요. 너무 신기했고 내 몸짓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용화 감독은 '황선우는 도경수 아니면 안 됐다'며 도경수에게 엄청난 신뢰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시사회 이후에는 도경수의 연기에 호평이 쏟아졌다. 이에 대해 묻자 도경수는 "일단 너무 행복하다. 너무 행복하다. 진짜 행복하다"면서도 "사실 개인적으로는 영화를 보면서 나 자신의 연기를 봤을 때 항상 아쉬움이 있는 편이다. '저기서는 좀 더 자연스러울 수 있었는데' 아쉬워하기도 하고, '극적인 감정에서는 내가 저런 표정을 짓는구나'라는 걸 느끼기도 한다. 그런데도 너무 좋은 말씀을 해주셔서 일단 정말 행복하다"라고 겸손히 말했다.

그는 "김용화 감독님이 나를 신뢰해 주시는 건 '신과 함께' 때문인 것 같다. 감독님과 엄청 많은 촬영을 하진 않았고 감독님을 많이 보진 않았는데 오래 본 것 같은 느낌이 있었다"며 "촬영할 때도 감독님과 교류를 하면서 뭔가 굉장히 통한다고 생각했다. 이야기하지 않아도 뭘 원하는지 알겠고 이런 걸 감독님도 나도 느꼈다. 그런 '신과 함께' 때의 기억으로 나를 캐스팅해주신 것 아닌가 싶다. 너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더 문'에서는 그것보다 더 재밌게 호흡을 맞췄다"라고 감사함을 전했다.

"감독님은 저한테 진짜 어른이세요. 밝은 모습도 너무 많으시고 장난기 때문에 많이 웃기도 하는데. 감독님한테 많이 배우는 건 겸손이에요. 저한테 '경수야, 항상 같이 겸손하자'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해주세요. 너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 한 사람을 이렇게 좋아하는 마음이 있는지 너무 신기하고 너무 감사하다고. 항상 그분들께 감사하자는 이야기도 만날 때마다 해주셨어요. 저도 사실 가장 생각하는 부분이기도 한데 감독님이 다시 한번 각인을 많이 시켜주셨어요."

2012년 데뷔해 벌써 12년 차, 배우로서는 2014년 개봉한 영화 '카트'를 시작으로 벌써 10년 차가 됐다. 그렇지만 도경수는 여전히 바쁘다. 솔로 앨범도 계획 중이고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도 올해 개봉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배우로서, 가수로서 꿈꾸고 있는 지향점을 묻자 도경수는 "평생 내가 할 수 있을 때까지, 건강하게. 그게 진짜 가장 큰 목표"라며 "배우로서 뭐 이런 걸 하고 저런 걸 해야지 이런 목표는 없다. 가수로서도 내가 이런 장르의 노래를 하자 이런 건 없다. 그냥 진짜 할 수 있을 때까지, 평생, 건강하게. 이게 지금 가장 큰 목표"라고 단단한 마음 가짐을 드러냈다.

끝으로 '더 문'이 어떤 메시지를 전했으면 좋겠는지, 어떤 사람들이 관객으로 함께했으면 좋겠는지 물었다. 도경수는 "'더 문'은 남녀노소 상관이 없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모든 분들이 당연히 포기를 겪고 스트레스도 받는다. 그런 게 없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내가 선우에 대해 느낀 대로만 느껴주시면 좋겠다. 그리고 '더 문'엔 인류애도 있고 용기, 희망, 위로도 있다. 그런 공감을 받으신다면 성공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바람을 전했다.

"그냥, 행복하셨으면 좋겠어요. 모든 분들이. 건강하세요. 제발. 아프지 마시고. 그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더 문'은 지난 2일 전국 극장에서 개봉했다.

[배우 도경수. 사진 = SM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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