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 못 구해 정신질환자 입원시키러 울산까지…'부산서 병원 찾기 힘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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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또 오셨네요."
경찰은 부산지역 정신병원에 정신질환자 응급 이송을 요청했지만, 병상을 구하지 못 한 탓에 울산까지 이동해야 했다.
부산에는 365일 24시간 정신질환자 응급 입원이 가능한 병원은 부산시립정신병원 1곳뿐이다.
지난해까지 정신질환자 주말 응급 입원을 도맡은 사상구 한 대형병원도 의사 1명이 그만둔 이후로 계속해서 빈자리를 채우지 못해 더이상 입원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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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원 거부 사유 과반이 '병상 부족'…"1명당 4시간 소요" 치안 공백 우려
(부산=뉴스1) 노경민 기자 = "부산에서 또 오셨네요."
울산의 한 정신병동에 근무하는 의료진이 부산에서 온 경찰관에게 물었다. 경찰은 부산지역 정신병원에 정신질환자 응급 이송을 요청했지만, 병상을 구하지 못 한 탓에 울산까지 이동해야 했다.
정신건강복지법 제50조에 따르면 정신질환자로 추정되는 자가 타인에게 해를 끼칠 위험이 있을 경우 정신의료기관에 응급 입원을 의뢰할 수 있다.
가정 등에서 정신질환자가 가족 등을 위협하는 경우 경찰은 이를 막기 위해 현행법을 근거로 위급 환자를 정신병원에 긴급 이송시킬 수 있다.
부산은 사건 발생 시 지구대가 먼저 상황을 파악하고 부산경찰청 '응급입원 현장지원팀'에 상황 보고를 하면, 지원팀에서 현장에 나가 환자 상태를 파악한 후 병동으로 응급 이송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현장지원팀이 출범했지만 여전히 '병상 구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부산에는 365일 24시간 정신질환자 응급 입원이 가능한 병원은 부산시립정신병원 1곳뿐이다. 야간에만 별도로 운영하는 곳은 2곳인데 평일이나 주말에만 운영하고 있다.
야간에 운영 가능한 병상은 12개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마저도 경찰이 이송시키는 환자만을 위해 비워둘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동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정신과 의원에는 입원시킬 수 없다.
병원마다 '정신과 의사 모시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까지 정신질환자 주말 응급 입원을 도맡은 사상구 한 대형병원도 의사 1명이 그만둔 이후로 계속해서 빈자리를 채우지 못해 더이상 입원할 수 없게 됐다.
부산 한 경찰서 생활질서계 경위는 "현장 경찰관들이 가장 대응이 어려운 환자가 정신질환자"라며 "야간이나 주말에 응급 요청이 들어오면 갈 병상이 없어 진땀을 뺀다"고 말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전국 정신질환자 응급입원 의뢰 대비 거부 비율은 2019년 2.8%, 2020년 7.0%, 2021년 6.9%로 나타났다. 2021년의 경우 2020년과 비교해 거부 비율은 약간 줄었지만, 의뢰 건수 자체가 2000건 이상 많아 거부 건수도 훨씬 증가했다.
부산의 경우 2021년 6%에서 2022년 7%로 증가했다. 전체 응급입원 거부 건 가운데 병실 부족(코호트 격리 사유 포함)으로 입원이 거부된 비율은 2021년 11.4%에서 2022년 58.6%로 뛰었다.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는 더더욱 응급 입원이 어려운 게 현실이다. 정신병원의 경우 내·외과 전문의가 상주하는 곳이 많지 않아 정신질환자가 특정 지병이 있으면 약 처방 등 치료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입원이 거부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요즘같이 코로나19 확진자가 증가할 땐 병동이 코호트 격리 조치돼 입원시키기도 어렵다는 게 현장지원팀 경찰관의 설명이다. 부산에서 병상을 찾지 못할 때가 수두룩한데 울산, 경남까지 병원을 찾으러 다니고 있다.
정신질환자 입원은 강력 사건을 선제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치안 역할을 한다. 응급입원이 지연될수록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어 지역사회의 치안 공백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현장지원팀에서 근무하는 박용오 경사는 "보통 환자 1명을 입원시키는 데 4시간 정도 걸린다"며 "하루에 5명 입원시키면 총 20시간이 걸려 퇴근이 늦어질 때도 많다"고 말했다.
부산의 한 생활질서계 경위는 "서울시의 경우 지난해 최초로 경찰, 지자체, 의료기관이 합동으로 24시간 정신응급합동대응센터를 운영 중"이라며 "부산에서도 병상 및 의료진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자체에서 추가 예산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blackstamp@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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