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아이 꿈 이룰 천금같은 기회죠"…장애인 창업 돕는 '중기부 가치만드소'
스마트팜 환경제어 시스템으로 원격으로 재배 상황 관리
(제주=뉴스1) 이민주 기자 = "우리 아이 꿈이 농부예요. 농산물을 재배하고 상품화해서 판매도 하는…그런데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들 같은 경우는 창업이라는 게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아무것도 모르고 도전하기에는 리스크도 크고요. 차근차근 배워가면서 우리 아이 꿈을 이뤄줄 수 있는 정말 소중한 기회예요."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아라동에 문을 연 발달장애인특화사업장 '가치만드소'에서 만난 김모씨는 내일 있을 버섯 침봉작업 준비를 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버섯 배지 관리가 잘 돼야 입상과 발아도 잘 된다며 스마트팜 내부가 한눈에 보이는 휴대폰 CCTV 화면을 보여줬다.
4일 오전 찾은 발달장애인특화사업장 가치만드소 내부는 버섯 재배로 한창일 것이란 예상과 달리 한산했다. '농사일에는 쉴 틈이 없다'는 말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에 의아한 것도 잠시 센터장이 내민 스마트팜 관리 앱 화면을 보자 고개가 끄덕여졌다.
가치만드소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달 제주에 문을 연 발달장애인특화사업장이다. 중기부는 2020년부터 발달장애인특화사업장 구축·운영 사업을 통해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경제적 자립을 위해 창업 교육 및 운영 노하우와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제주 센터인 이곳은 중기부가 총사업비 28억원을 들여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경제적 자립을 위해 표고버섯을 재배하는 스마트팜으로 구축했다. 톱밥 표고버섯의 1회전 생육기간은 최단 27일이 소요되며 연간 10~12회전이 가능하다. 센터에서는 연간 8.4톤의 표고버섯을 생산·판매해 연간 1억7000만원 내외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입구를 기준으로 왼쪽에 교육장 등이 있는 관리동(237㎡)이, 오른쪽에 버섯재배사(385㎡)와 작업동(104㎡) 등이 있다. 관리동 내부에는 회의실과 창업교육실이 있어 기초 교육과 기술 교육 등을 실시한다.
버섯재배사는 커다란 비닐하우스 형태의 가설건축물로 돼 있으며 비닐하우스 내부에 창고를 연상케하는 6개 재배실이 있다. 내부는 버섯이 잘 자랄 수 있는 15~23도로 유지된다.
눈에 띄는 것은 재배실 앞마다 붙은 '스마트팜 환경제어 시스템'이다. 이 기기에는 디지털 디스플레이가 부착돼 있는데 현재의 기상대와 각 재배실의 온도, 습도, 이산화탄소 농도 등이 표시된다. 스마트팜 관리 앱으로 재배실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도 이 시스템 덕분이다.
이날은 버섯 수확후 20일간 가지는 '휴면기간'이었는데, 센터 입주자 김씨는 7일 있을 '침봉작업'을 앞두고 배지 관리에 한창이었다. 버섯 배지 입상과 발아 전 필요한 필수 작업인 '침봉'은 배지 안에 수분과 영양분을 주입해 새로운 버섯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작업이다.
김씨는 "농사를 모르는 사람들은 가만히 두면 농작물이 자라는 줄 알지만 계속 관리를 해줘야 하는 게 농사일"이라며 "밤이고 낮이고 재배실을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팜을 활용하는 만큼 발달장애인의 돌봄 부담 완화나 경제적 자립 기회를 제공하기에도 제격이라는 평가다.
이날 김씨는 스마트팜 관리 앱을 사용하는 법을 보여줬다. 앱에서는 재배실 CCTV를 보거나 온·습도 등 온실 환경을 제어할 수 있다. 습도가 낮으면 원격으로 버튼 하나로 물을 줄 수도 있고 수일간의 관리 기록을 '누적자료' 탭에서 확인할 수도 있다.
김씨는 발달장애를 가진 중학생 자녀의 '농부가 되는 꿈'을 이뤄주기 위해 가치만드소 입주를 결정했다. 입주한 지는 한달여지만 센터 오픈 전부터 아이와 함께 창업기초교육, 놀이경제교육, 직무훈련, 스마트팜 관리 교육 등 받으며 준비한 기간만 1년 이상이다.
김씨는 "아이가 내년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있어 진로 고민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들의 경우 특히 자립이 어려워 사업이 생길 때부터 관심을 갖고 참여하게 됐다"며 "처음에는 창업이라는게 막연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점점 수업을 받으면서 꿈으로 가는 길이 뚜렷해진다는 것을 느꼈다. 생소했던 스마트팜도 버섯이라는 작물도 친숙해졌다"고 설명했다.
최종 목표는 발달장애인인 아이가 창업으로 경제적 자립을 이뤄내도록 돕는 것이다. 센터는 스마트팜 농업뿐아니라 과정을 통해 생산된 제품의 판매, 공공판로, 농협·임협 공판장, 제주특산품 판매장 입점 등의 판로 지원도 돕는다.
김 씨는 "평범한 아이들은 이것저것 본인이 해보고 싶은 일들에 도전해보고 실패도 하며 꿈을 찾아간다"며 "센터는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들에게도 여러 길을 겪어볼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곳인 셈이다. 아이가 나중에 어떤 길을 갈지는 모르지만 센터에서의 경험을 양분 삼아 길을 찾아갔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전했다.
센터도 입소자들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적극 지원에 나설 예정이다. 표고버섯에 국한된 지원 사업을 딸기 재배나 곤충사육 등으로 다양화하고 사후관리를 위한 프로세스 마련에도 힘을 쏟는다.
현수진 가치만드소 센터장은 "센터에서 창업 교육이나 지원을 실시하는 부분도 중요하지만 그들이 퇴소한 뒤의 프로세스나 관리도 중요하다"며 "프로그램을 다양화하고 세부 운영에 필요한 절차나 서식을 표준화하는 작업을 해나가려 한다. 매뉴얼을 통해 체계적이고 표준화된 관리시스템 마련이 주요 추진 목표"라고 설명했다.
minj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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