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텅빈 하늘…관제탑엔 걱정이 흘렀다[금준혁의 온에어]
다섯 업무 로테이션에 매번 바뀌는 매뉴얼…"이착륙 줄자 업무능력 유지 위해 시뮬레이터로 훈련"
[편집자주] 하루에도 수십만명이 오가는 공항, 하루하루가 생방송입니다. 주인공은 당연히 비행기와 승객입니다. 이 수많은 '설렘'들을 무사히 실어나르기 위해 오늘도 묵묵히 항공사와 공항의 온갖 조연들이 움직입니다. 이들에게서 듣는 하늘 이야기, '온에어'입니다.
(인천공항=뉴스1) 금준혁 박정호 기자 = "고 어라운드! 고 어라운드!"
한쪽 귀는 열고 반대쪽은 헤드셋을 낀 관제사들이 일제히 외쳤다. 일반적인 착륙이 어려울 때 고도를 높였다가 다시 착륙을 시도하는 과정을 말한다. 기수를 올린 비행기가 구름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지상에서 100.4m, 아파트 20층 높이. 시계는 한국시간 오후 3시가 아닌 세계 시간 오전 7시에 맞춰져 있었다. 오늘도 2분에 한번씩 비행기를 띄우는 인천국제공항 관제탑이다.
◇출발 10분 전 조종사와 첫 교신…모든 비행 이곳에서 시작한다
지난 7월5일 인천공항 관제탑에서 국토교통부 서울지방항공청 소속 조성민 항공교통관제사를 만났다. 지난 2009년 입사해 2016년부터 7년째 인천공항에서 근무 중인 베테랑 관제사다.
관제탑은 다섯 개의 좌석으로 구성돼 있다. 이착륙 담당 국제관제석, 지상 차량과 항공기 이동을 통제하는 지상관제석, 항로 허가를 발부하는 허가중계관제석, 타 관제와 협의하는 코디네이터석 그리고 이를 총괄하는 감독석이 있다.
항공기 이륙 10분 전 허가요청 단계에 첫 교신이 이뤄진다. 엔진에 시동을 걸고 지상에서 이동하는 과정, 그리고 이륙까지가 모두 관제사의 몫이다. 쉽게 말해 바닥에 붙어 있는 항공기가 단 1㎝라도 움직이기 위해선 관제사의 허가가 필요하다.
관제사들은 이 업무를 모두 할 줄 알아야 한다. 한시간 반에서 두시간마다 서로 좌석을 바꾸기 때문이다. 관제사 자격증을 획득하고 신체검사, 항공영어구술시험을 모두 통과해야 응시할 자격이 주어지는데 채용되더라도 좌석에 앉기 위해서는 또 2년 가까운 시간을 교육받고 다시 심사를 거친다.
교육이 끝이 아니다. 계속해서 달라지는 항공법 및 관련 규정에 맞춰 끊임없이 매뉴얼을 숙지해야 한다. 좌석에 손바닥 두께의 책이 10권 이상 있는 이유다.
◇하루 평균 1200대 뜨던 인천공항, 코로나19에 적막
코로나19 이전, 인천공항에는 하루 평균 1200대의 비행기가 이착륙했다. 관제사당 많게는 10대의 비행기를 핸들링한다. 여기에 활주로에서 움직이는 차량마저도 비행기와 겹치지 않도록 교통정리를 해야 한다.
오가는 비행기와 승객 수만큼 관제사가 짊어지는 무게는 몇 배로 늘어난다. 그는 "꿈에서도 관제를 하는데 때로는 사고 현장이 보이기도 한다"면서도 "평소 관제 상황을 복기하지만 마음에 담아두려 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한순간에 코로나19로 비행기가 뜨지 않게 됐을 때, 관제사들이 느꼈던 부담감 역시 상당했다. 공무원인 만큼 항공업계 종사자들처럼 고용이 불안정하지는 않았지만 적막한 관제탑에서 자칫 업무능력이 떨어질까 우려했다.
그는 "갑자기 900대, 그다음 날 500대 그리고 그다음 주에 출근하니 200대로 운항대수가 줄었다"며 "코로나19 이후 어느 날 갑자기 항공기 운항이 폭발적으로 느는 거 아닌가라는 걱정이 들었다"고 했다.
조 관제사는 그럴 때마다 스스로를 다그쳤다. "사소한 실수 하나가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업무 특성상 근무 중에는 저 자신을 계속 의심하는 편"이라며 "(코로나19 기간 동안) 시뮬레이터로 훈련을 계속했다"고 기억했다.
◇"마지막 관제 순간까지 무사히 마치는 것이 목표"
하루하루를 긴장감 속에 사는 관제사지만 그중에서 기억에 남는 순간들이 있다.
그는 "활주로에 기름이 새 제거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다른 활주로로 화물기가 기체 문제가 있어 착륙했고 옆 활주로에서는 항공기가 착륙신호가 이상이 있어 고 어라운드를 했다"며 "야간에 사용할 수 있는 활주로 3곳에서 동시에 상황이 벌어졌는데 무사히 착륙에 성공했다"고 했다.
긴급상황에서 최후의 수단은 '빛총'이다. 기본적으로 맨눈으로 확인하고 주파수로 교신하지만 이 모든 게 끊겼을 때 사용한다. 등대에서 빛을 쏴 배를 유도하는 것과 똑같다.
아직 조 관제사도 실제 상황에서 사용해본 적이 없다. 조 관제사는 "마지막 관제를 하는 순간까지 하루하루 안전하게 근무를 끝마치는 것이 저뿐만 아니라 관제사들의 가장 큰 목표"라고 말했다.
rma1921k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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