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시선] '대마불사'…빅테크는 죽지 않았다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김태종 특파원 = 바둑에서 '대마(大馬)는 죽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다.
큰 무리를 이룬 말이 상대방으로부터 공격받더라도 남아있는 돌로 반격해서 쉽게 죽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 바둑 용어는 거대 기업이나 큰 금융기관은 망하지 않는다는 의미로도 쓰였다. 큰 금융기관이나 기업이 망하면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정부가 구제에 나서면서 결국 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회사 설립 이후 승승장구하던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는 1년 전인 지난해 2분기 사상 처음 매출이 줄어드는 역성장에 직면했다.
매출의 대부분을 광고에 의존하고 있는 탓에 경기 침체 우려로 기업들이 광고 지갑을 닫을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매출이 감소했다.
여기에 2021년 회사 이름을 페이스북에서 메타로 바꾸면서까지 쏟아부은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우려는 커졌다.
지난해에만 메타버스에 쏟아부은 금액은 100억 달러(13조원)에 달한다.
300달러를 훌쩍 넘던 주가는 지난해 11월 80달러대까지 추락했다. 시가총액도 2천억 달러 수준으로 쪼그라들며 시총 순위에서도 20위 밖으로까지 밀렸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알파벳(구글 모회사), 아마존과 함께 이름 붙여진 '빅테크'(거대 정보기술 기업)가 아니라는 관측도 나왔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은 지난해 1, 2분기 매출이 한 자릿수 성장에 그쳤고 수익을 내지 못하고 손실을 기록했다.
경기 침체 우려로 고객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3, 4분기에는 순이익을 내긴 했지만, 시장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구글은 지난해 말부터 비상이 걸렸다. 사람처럼 묻고 답하는 AI 챗봇의 시장 선점을 챗GPT 개발사 오픈AI에 내주면서 이를 등에 업은 MS의 도전에 직면했다.
MS가 오픈AI의 AI 기술을 앞세워 자사의 검색 엔진에 탑재하면서 구글이 지배하고 있던 검색 시장에 도전장을 낸 것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구글은 심각한 위기 경고를 뜻하는 '코드 레드'를 발령하고, 3년 전 회사를 떠난 공동 창업자들에게 SOS를 쳐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
구글, 아마존, 메타가 위기에 직면하면서 한때 시장을 지배했던 이른바 '팡'(FAANG)의 전성기가 끝나고 애플과 MS의 '투톱'이 시장을 지배한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침체기였던 지난 1년을 뒤로 하고 빅테크는 다시 일어섰다.
메타는 지난 2분기 월가의 전망을 상회하는 성적표를 꺼내 들었다. 1년 전보다 매출은 11% 늘어났고, 순이익은 16% 증가했다.
매출이 두 자릿수 성장을 한 것은 6분 기만에 처음이었다. 80달러대까지 떨어졌던 주가도 올해 들어 오름세를 지속하며 300달러를 회복한 상태다.
시가총액도 10위권 내에 다시 진입했다.
여기에 트위터(현 'X') 대항마로 새로운 소셜미디어(SNS) 스레드를 내놓으며 인기몰이를 예고하고 있다.
아마존도 2분기 매출이 11% 증가하며 두 자릿수 성장 궤도에 올랐다. 주당 순이익은 월가 예상치의 약 두 배를 기록하며 시장을 깜짝 놀라게 했다.
구글 역시 2분기 매출이 1년 전보다 7% 증가하고, 주당 순이익도 월가 전망치보다 7.5%를 상회하면서 MS 도전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켰다.
이들 빅테크가 다시 일어서기까지에는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이 있었다.
아마존과 메타의 경우 지난해와 올해 모두 각각 2만7천명과 2만1천명을 해고했고, 구글도 1만2천명 감원했다.
이런 대규모 인력 감축은 처음이었다.
수익이 나지 않는 사업은 축소하며 비용을 절감했다.
메타는 올해를 '효율성의 해'로 정하고 인력 감축과 함께 메타버스를 관장하는 '리얼리티 랩스'의 일부 프로젝트를 중단했다.
아마존의 경우 버지니아주 북부 알링턴 인근 내셔널 랜딩에 추진한 제2 본사의 2단계 사업을 무기한 연기했고, 구글도 직원 복지를 축소하며 허리띠를 졸라맸다.
여기에 수년 전부터 준비해 온 AI 기술을 기존 제품에 탑재하며 경기 침체 우려를 극복해 나갔다.
불과 1년 전과는 확 달라진 빅테크다. 그야말로 '대마불사'다.
그러나 다른 보통의 '대마불사'와 다른 점이 있다면 이들 '대마'는 외부의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 '불사'의 길을 찾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taejong75@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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