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드론보트 피격에 식량·에너지가격 다시 들썩이나
하락세 유가도 상승세 진입 국면
노보로시스크 피격에 변동폭 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식량가격은 물론 유가까지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최근 원유 수출항구를 보유한 러시아노보로시스크가 드론 보트 공격을 받자 경기 둔화로 하락세이던 에너지 가격이 들썩이는 양상이다.
6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지난달 세계식량가격지수는 123.9로 전월(122.4)보다 1.3% 올랐다. 우크라이나가 흑해를 통해 곡물을 수출할 수 있도록 보장한 ‘흑해곡물협정’이 파기된 영향이 크다.
올해 3월 127.0까지 떨어졌던 세계식량가격지수는 4월 소폭 반등했다가 5월 하락세로 돌아섰고 지난달 다시 상승했다. 품목별로 보면 곡물과 육류 유제품 설탕 가격은 하락했으나 유지류 가격은 상승했다. 지난달 유지류 가격지수는 한 달전보다 12.1% 오른 129.8을 기록했다.
곡물협정 종료로 해바라기씨유 가격이 크게 오른 데 따른 것이다. 대두유와 유채씨유도 주요 생산국의 생산 전망이 불확실해지며 가격이 올랐다.
반면 곡물 가격지수는 125.9로 0.7% 하락했다. 밀 가격은 캐나다와 미국의 가뭄 여파까지 더해 9개월 만에 상승했다. 쌀은 인도의 수출 제한으로 가격이 상승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의 흑해 주요 수출항인 노보로시스크가 우크라이나의 원격조종 자폭무인정(드론 보트) 공격을 받자 국제 곡물가격이 더 들썩인다. 러시아 국방부는 현지시간으로 3일 밤 우크라이나 드론 보트 두 척이 크라스노다르주 노보로시스크 해군기지 공격을 시도했다고 밝혔다. 러시아군에 점령되지 않은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약 640㎞ 거리인 노보로시스크까지 드론 보트를 보냈다는 것이다.
러시아 해군 상륙함이 피격돼 예인되는 영상도 공개됐다. 뉴욕타임스(NYT)는 동영상에 등장하는 드론 보트의 외형이 우크라이나가 최근 공개한 무기인 마구라 V5와 비슷하다고 보도했다. 마구라 V5는 시간당 48마일(약 77㎞)을 이동해 500마일(약 800㎞) 바깥의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공식적으로 공격 여부에 말을 아끼고 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노보로시스크항) 공격은 흑해를 통한 러시아산 곡물 수출 중심지를 타격하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짚었다. 러시아는 자국과 카자흐스탄산 원유를 세계 시장에 수출하는데 노보로시스크 항구를 사용해 왔다. 러시아 해상 무역의 17%가 이곳을 통해 이뤄진다.
드론 보트가 노보로시스크항을 공격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국제곡물시장에서 밀 선물 가격은 한때 부셸(곡물 중량 단위·1부셸=27.2㎏)당 6.47달러로 2.8%가량 급등하기도 했다.
국제 에너지 가격이 다시 들썩일 가능성도 있다. WSJ에 따르면 노보로시스크항은 전 세계 원유 수요의 2.5%에 해당하는 물량을 수출할 수 있는 설비를 갖췄다. 카자흐스탄산 원유는 하루 150만 배럴이 노보로시스크를 통해 수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전문가들은 거래가 가장 활발한 브렌트유가 향후 배럴당 1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는다. 국제 유가는 경제 활동 둔화로 수요 감소세가 강했던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시기에 크게 하락했다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가파르게 올라 여러 차례 배럴당 120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각국 중앙은행이 잇따라 금리를 올리면서 경기 둔화와 원유 수요 감소 전망이 나오자 유가가 일시 진정됐다.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 속에 값싼 원유를 시장에 내다 판 것도 유가 하락의 한 요인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다가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OPEC+(플러스)의 감산 지속으로 공급이 부족해지리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지난 6월부터 유가가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 3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9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2.59%(2.06달러) 상승한 배럴당 81.55달러에 거래를 마치기도 했다.
주요 투자은행들은 유가가 당분간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본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브렌트유 가격이 올해 말까지 배럴당 86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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