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잼버리’를 구하라…부산시 1만 명 관광프로그램 준비
윤 “부산 등 관광프로그램 추가하라”
야 “‘전 정부 탓’ 책임회피 변명” 비판
폭염으로 온열질환자가 속출하는 2023 새만금 세계잼버리대회 참가자들에게 부산·서울·경주·평창 관광프로그램이 제공된다. 영국과 미국이 조기 퇴영을 결정하고, 폭염이 계속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조계종도 전국 사찰을 개방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5일 세계잼버리회가 파행으로 치닫자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한국의 산업과 문화, 역사와 자연을 볼 수 있는 관광프로그램을 긴급 추가하라”고 지시했다고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윤 대통령은 한 총리와 이 장관에게 서울, 평창, 경주, 부산에 협조를 요청해 이 같은 관광 프로그램을 신청하는 모든 스카우트 학생에게 실시하라고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또 스카우트 학생들에게 시원한 냉방 버스를 함께 제공해 추억에 남는 한국 잼버리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하라고 당부했다고 김 수석은 전했다.
부산시도 세계잼버리 대회 참가자를 위한 관광 프로그램 개발에 착수했다. 부산관광공사는 “세계잼버리 대회 참가자 1만 명 정도가 숙박할 수 있는 숙소와 주요 관광지를 둘러볼 수 있는 관광코스를 마련할 예정”이라고 6일 밝혔다. 부산관광공사는 앞서 지난달 25일 부산을 먼저 찾은 스웨덴 참가자 1701명과 멕시코 참가자 401명을 대상으로 2030부산세계박람회 개최 후보 도시 부산을 홍보했다. 당시 태종대 다누비열차, 용두산공원, 부산시티투어버스 체험을 지원했고, 한국 음식(K-Food) 문화를 느낄 수 있도록 치킨 특식을 제공한 바 있다.
부산관광공사 관계자는 “우선 부산 주요 관광지를 둘러보는 시티투어 코스를 중심으로 관광프로그램을 짤 계획”이라며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조계종 역시 전국 170여 개 사찰 시설을 잼버리 대원들의 야영이나 숙박용으로 개방한다. 잼버리 조직위원회의 협조 요청이 있으면 전국 24개 교구 본사와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약 147개 사찰 및 종단이 직영하는 한국문화연수원 등에서 잼버리 참가자가 야영이나 숙박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조계종은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대회에 참가한 각국의 청소년들이 남은 기간 보다 편안하게 한국의 전통문화와 역사, 자연을 체험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지원하고자 한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한편 수조원대의 경제효과를 기대했던 잼버리가 준비 부족과 살인적인 폭염이란 장벽에 막히자 정부와 잼버리 조직위원회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기록적인 장마가 계속되면서 야영지 곳곳에 물 웅덩이가 발생한 데 이어 장마가 끝나자마자 연일 35도를 웃도는 살인적인 땡볕 더위가 이어졌는데도 온열 질환자 예방을 위한 대책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조직위가 준비한 시설은 그늘막과 덩굴터널, 샤워장, 급수대 등 수분공급 시설이 전부였다. 그마저도 공사가 늦어져 덩굴터널은 개최 전까지 완공되지 않았다. 온열질환 등으로 지난 2~3일 이틀간 2478명이 병원을 다녀갔다. 여기에 잼버리에 공급된 구운 달걀에서 곰팡이가 나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해당 제품을 전량 회수하기도 했다.
새만금 야영장 내 코로나19 확산세도 심상치 않다.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4일까지 야영장 내 코로나19 확진자는 70명으로 집계됐다. 확진자 중 외국인은 65명이다.
결국 세계에서 새만금 잼버리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자 영국에 이어 미국 스카우트 대표단이 6일 퇴영을 결정했다. 싱가포르 스카우트 대표단도 영국과 미국에 이어 캠프장에서 조기 철수하기로 했다.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대회에 참가한 영국과 미국 대표단 등이 행사장 철수를 결정하면서 잼버리가 파행 국면을 맞았다.
정치인들과 시민·사회단체는 철저한 준비와 일정 취소 등을 경고했지만, 이를 묵살하고 잼버리를 강행한 게 이번 결과를 자초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원택 국회의원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폭염이나 폭우 대책을 철저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어려운 역경에 처할 수 있다”며 “해충과 화장실 등 위생 문제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의당과 진보당 전북도당도 잼버리를 앞두고 “유례 없는 호우와 폭염으로 인해 잼버리가 제대로 치러질지 매우 우려스럽다”며 “대회를 취소할 수 없으면 대회 전 일정을 대폭 수정하거나 야외 행사를 최소화하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전북도의회 역시 지난 6월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안전대책 관련 국비 예산 투입 촉구 건의안’을 채택하고 128억 원의 국비 지원을 요청했으나 정부는 일부 국비만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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