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귀근의병영터치] 갑질에 등골 휜 '회관병'…민간 전환 '지지부진'

김귀근 2023. 8. 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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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관병 철수 대상 복지회관 100여곳 남아…현역·상근예비역 3~5명씩 근무
5년전 국방개혁 과제, 30여곳만 민간인력 대체…그나마 '공관병'은 폐지돼
대한민국 육군 심벌마크 [육군 홈피 캡처]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국방부가 군부대 복지회관에 근무하는 '회관 관리병'(일명 회관병)을 없애고 민간 인력으로 대체하는 것을 국방개혁 과제에 포함해 추진했으나 지지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군사령부와 군단, 사단, 여단급 부대는 부대원들의 복지 차원에서 주변 민간 식당보다 싼 값의 음식을 판매하는 복지회관을 운영하고 있다.

회관마다 현역 병사 또는 상근예비역 3~5명이 회관병으로 근무하는데, 많게는 8명인 곳도 있다.

6일 국방부에 따르면 현재 군에는 150여개 복지회관이 있다. 복지회관은 해당 부대 이름을 따서 '백마회관', '광개토제일회관' 식으로 불린다.

이 가운데 회관병을 없애고, 대신 민간 인력을 채용하도록 한 복지회관은 130여개로 파악됐다. 공군은 이미 민간 업체에 위탁했고, 해군에는 1개만 있기 때문에 모두 육군 부대 복지회관으로 보면 된다.

국방부는 2018년 복지회관 회관병 민간 인력 대체를 국방개혁 과제에 포함해 추진했으나 이행률은 극히 저조한 실정이다.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회관병 철수 대상 복지회관 중 민간 인력으로 대체한 곳은 30여개에 불과하다.

즉, 아직도 100여개 육군부대 복지회관에서 현역 또는 상근예비역 300~40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가뜩이나 출생률 저하로 병력 부족이 예견된 상황인데도 전투부대에 있어야 할 병사들을 부대 복지회관 회관병으로 배치한 것은 모순이란 지적도 나온다.

2015년 37만명이던 20세 남자 인구는 2025년 23만명, 2040년 14만명 순으로 줄어든다. 이에 현역 자원은 2035년부터 매년 2만명이 부족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추세라면 병력이 2038년 39만6천명을 기록하며 40만명 아래로 내려가게 된다.

국방부 "민간인력 채용 재원 확보 쉽지 않아…민간업체도 중도 포기"

5년 전 회관병 폐지가 국방개혁 과제로 선정된 것은 군의 불합리한 관행을 척결하고 입대한 병사들이 본연의 임무를 수행토록 하자는 취지에서였다.

국방부는 2018년 7월 낸 '국방개혁 2.0, 군내 불합리한 관행 및 부조리 척결 적극 추진' 보도자료에서 GOP 부대 및 도서지역 등 여건이 제한되는 지역을 제외한 복지회관 현역병을 민간 인력으로 대체하겠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군 마트 현역병도 2021년까지 단계적으로 민간 인력으로 대체해 현역병들은 오로지 본연의 임무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나갈 예정"이라고 약속했다.

2018년 국방부 발표자료 [국방부 홈피 캡처]

같은 해 '군 적폐청산위원회'도 2차 권고안을 통해 "복지회관 회관병은 민간 인력으로 대체하고 복무 중인 회관병은 군사특기 및 개인 희망을 고려해 보직을 전환하고, 장병 사적 운용 금지 사항 및 처벌 조항을 포함하여 각 군의 관련 규정 개정"을 요구했다.

당시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이 권고안에 대해 "군 장병이 사적으로 운용되는 사례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도록 꼼꼼하게 관리해야 한다", "장병 사적 운용을 통한 직권남용 사례 등을 조속히 교육하고 인권교육을 강화하라"고 각 군에 지시했다.

국방개혁 과제에 포함될 정도로 회관병 철수를 의욕적으로 추진했는데도, 5년간 이행률이 저조한 이유를 국방부는 이렇게 설명했다. 회관병을 대체할 민간 인력을 구하기 어렵고, 설령 구한다 해도 봉급 등 감당할 재원 마련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부대 복지회관이 도심에서 벗어나 농촌 등 외딴곳에 있어 인력을 구하기가 어렵다고 부연했다.

설령 부대 복지회관을 민간업체에 위탁했더라도 수익이 나지 않아 업체가 중도에 운영을 포기하거나 아예 입찰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내놓았다.

국방부 관계자는 "부대 복지회관 주변 인구 고령화로 민간 인력 수급이 원활하지 않거나 민간 인력 채용을 위한 수익구조 개선 등 재원 확보가 필요하다"면서 "수익성이 낮아 운영업체의 입찰 미참여 또는 중도 포기 등의 제한점이 있어 민간 전환을 단계적으로 추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방부 청사 [연합뉴스 자료사진]

간부 갑질에 골병드는 회관병…"장군들 수발들러 군대 왔나" 자괴감도

국방부 해명대로 민간 인력 대체가 쉽지 않아 회관병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면 이들의 근무 환경과 인권을 배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된다.

당당하게 병역의무를 이행하고자 군에 입대했지만, 눅눅한 시설의 식당에서 설거지나 하고 원하지 않던 '서빙'까지 하는 임무에 차출했다면 그들의 마음을 지휘관이나 간부들이 헤아려 인격적으로 대우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일부 부대 지휘관과 간부들의 갑질 횡포가 불거져 회관병을 유지하는 국방 정책에 대한 비판과 함께 회관병 인권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9사단 간부들이 회관병에게 16첩 반상 한정식을 비롯해 홍어삼합, 과메기, 대방어회 등 메뉴판에 없는 특별메뉴와 수제 티라미수 등 특별 디저트를 요구했다고 한다.

식사 중 고추를 집어 들고 회관병 이름을 언급하며 성희롱하거나 다리를 다친 회관병이 밥을 먹으러 오지 못하자 "왜 오지 않느냐"고 20분간 윽박지른 적도 있고, 관리관이 회관에 있던 도끼 모양의 플라스틱 장난감이 망가질 때까지 회관병을 때리고 플라스틱 파슬리 통으로 머리를 때렸다고 센터는 밝혔다.

여기에 9사단 상급부대인 1군단에서도 "군단장 등 고위급 간부가 백마회관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손님이 오면 메뉴판에 없는 복어탕, 꽃게탕, 낙지탕탕이, 전복 샐러드, 장어 등을 주문하기도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또 장성급이 예약하면 빨간 냅킨을 '별' 모양으로 접어 새 사기그릇에 얹었고, 대령·원사급은 기존에 쓰던 사기그릇에 빨간 냅킨을 '왕관' 모양으로 접어 얹는 등 계급별로 세팅을 달리했다고 센터는 전했다.

이런 주장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지휘관과 간부들이 회관병을 그야말로 '사병'(私兵) 부리듯 한 셈이다. 지휘관과 간부들의 사적 모임에 과도한 의전이나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은 분명 잘못된 행동이다.

일부 회관병은 "장군들 수발들러 군대 왔나"라는 자괴감을 토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적폐청산위원회 2차 권고안 [국방부 홈피 캡처]

육군은 19개 팀을 편성해 부대 복지회관이 시설 용도에 맞게 운용되는지, 회관병들에게 과도한 의전을 요구했는지, 가혹행위가 있었는지 등을 정밀 감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육군이 모든 부대 복지회관을 전수조사하는 만큼 갑질이나 비인격적 대우 등 횡포를 부리는 곳이 더 나올 수도 있다.

군은 국방마트에 근무하는 병사(마트병)도 민간 인력으로 대체하고 있고, 지휘관 공관에 근무한 공관병은 2017년 9월 편제(198명)를 전원 삭감해 폐지했다. 이에 현재 공관병은 운용하지 않고 있다.

three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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