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세대를 살리자] ②멕시코 전역에 진행된 마약 교육, 큰 변화를 가져오다
마약 관련 사망자, 2021년 104명에서 캠페인 이후 올해 24명으로 '뚝'
"마약 예방 교육이 호기심 조장? 정보 숨기는 건 아무런 도움 안 돼"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슈팀 = 7만1천949명.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가 집계한 2020년 기준 코카인과 마리화나(대마초), 엑스터시 등 주요 약물 오남용으로 인해 치료받는 멕시코 국민의 수다.
같은 해 멕시코 당국 등에 압수된 마약은 마리화나 157.7t, 암페타민 18.9t, 코카인 21t 등 200t에 이른다.
특히 최근 들어 멕시코를 포함한 미국, 캐나다 등 북미 지역에서 펜타닐 등 마약성 진통제인 오피오이드 과다복용으로 인한 사망자가 늘고 있다고 UNODC는 우려했다.
이처럼 꾸준히 증가하는 약물 제조·유통, 이로 인한 사망자 발생, 좀처럼 뿌리 뽑히지 않는 마약 카르텔 조직 등 각종 마약 문제로 골머리를 앓던 멕시코에서도 최근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마약을 하면 해로워'(Si te drogas, te dañas)라는 슬로건 아래에 멕시코 전국 중·고등학교에서 진행된 대규모 마약 예방 교육 캠페인이 그것이다.
지난달 17일(현지시간)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에 있는 교육부 청사에서 연합뉴스 취재진과 만난 레티시아 라미레스 아마야 멕시코 연방 교육부 장관은 "아이들이 마약 유혹에 빠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교육"이라며 "우리에겐 약물 남용을 막을 기회가 아직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4월 17일부터 석 달간 진행된 이 캠페인에는 전국 국공립·사립 중고등학교 6만2천309개교 가운데 90% 이상이 참여했다. 교사 82만4천874명, 학생 1천153만5천630명이 힘을 보탰다.
학부모를 위한 매뉴얼과 학생을 위한 매뉴얼을 각각 1천만부, 100여만부를 제작해 배포했다. 매뉴얼에는 '좀비 마약'으로 알려진 펜타닐을 비롯해 마리화나(대마초), 메스암페타민 등 주요 약물을 비롯해 술과 담배 등이 가진 위험성과 특성, 부작용이 세세하게 담겼다.
멕시코에서 대규모의 마약 예방 캠페인이 열리기는 이번이 최초라고 한다.
지난해 9월 부임한 아마야 장관으로서도 처음 맞이하는 대규모 프로젝트인 셈이다.
1984년 초등학교 교사를 시작으로 교육계에 발을 디딘 그는 "모두가 마약 문제에 관해 관심을 가져야만 하는 상황에서 시작된 프로젝트"라며 "아이들에게 마약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데 이번 캠페인의 방점이 찍혔다"고 말했다.
그는 "보건복지부, 대통령실과 공조해 시작한 캠페인이지만 관건은 결국 교실에서 오가는 이야기"며 "학생들이 약물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습득한 뒤, '마약을 할지, 말지' 스스로 판단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형식상으로 그치는 교육이 아니라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관련 수업을 듣지 못했다면 인터넷으로 공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고, 가정에서 자녀의 공부를 도울 수 있도록 부모용 매뉴얼도 만들었다.
지난 6월에는 전국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마약 예방을 주제로 한 골든벨 퀴즈 행사를 열기도 했다.
그는 "최근에는 우리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입증하는 결과도 나왔다"고 자부했다.
멕시코 교육부에 따르면 대표적인 마약 우범 지역인 '소노라주'에서 마약으로 인한 연간 사망자가 2021년 104명이었지만 올해의 경우, 캠페인 종료 시점인 지난달 17일 기준 24명에 그쳤다.
전체 사망자 가운데 마약으로 인한 사망자 비율도 같은 기간 0.41%에서 0.26%로 줄었다.
그는 "멕시코에서는 사탕처럼 포장된 마약이 많다"며 "이것이 달콤한 간식이 아닌 몸에 해로운 마약이라는 사실을 이번 캠페인을 통해 널리 알린 결과"라고 자평했다.
마약 예방 교육이 되레 약물에 대한 호기심을 조장할 수 있다는 일부 우려에 대해 아마야 장관은 "정보를 숨기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과학적으로 도출된 정확한 사실을 시민들에게 잘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고 반박했다.
청소년 마약이 사회적인 과제로 떠오르기 시작한 한국에 대해서도 "중요한 사실은 교육의 중심에 학교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예방 교육에 있어 학교를 중심으로 두되 가정과 지역 사회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야 한다"며 "동시에 마약 치료 전문 기관과 시설이 확충돼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shlamaz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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