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없는데 "악! 배가 또" 틈만 나면 설사…고통 벗어나려면

정심교 기자 2023. 8. 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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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심교의 내몸읽기] 설사 A to Z
여름철 날것 음식이나 평소 먹지 않은 음식, 기름진 음식을 먹었을 때, 또는 약제를 복용하는 경우 약에 따라 설사를 '쫙쫙'하는 경우가 많다. 하루에 3번 이상 배변하거나 하루 250g 이상 묽은 변이 나오면 설사로 정의한다. 설사를 계속한다면 화장실에 자주 드나드느라 일상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이런 설사는 누가, 언제, 왜 하는 걸까?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고성준 교수의 도움말로, 설사의 원인과 진단·치료법을 알아봤다.
2주 이내면 감염, 4주 이상이면 과민성 대장증후군 의심
설사는 크게 '급성 설사'와 '만성 설사'로 구분된다. 급성 설사는 보통 2주 이내 설사를 계속하는 경우로, 대부분 세균·바이러스로 인한 감염성 설사가 주된 원인이다. 고성준 교수는 "이 경우 구토·발열·복통이 나타날 수 있는데 노로바이러스, 로타바이러스, 약물, 항생제와 연관된 설사가 대표적"이라며 "대부분 특별한 치료 없이도 저절로 좋아진다"고 말했다.

만성 설사는 보통 4주 이상 지속한다.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따라서 대장내시경 검사를 포함한 진단 검사가 필요하다. 만성 설사 가운데 가장 흔한 원인이 과민성 대장증후군이며, 기존에 사용해온 약제가 원인일 수 있다.

설사는 발생기전에 따라 △삼투성 설사 △분비성 설사 △염증성 설사로 나누기도 한다. '삼투성 설사'는 보통 장관 내에서 흡수가 잘 안되는 고(高)삼투성 물질이 수분을 장관 내로 끌어들여 설사를 유발한다. 삼투성 설사의 대표적 원인은 '약물'이다. 변비약 가운데 고삼투성 물질을 사용하는 약물이 많다. 변비약이 아니더라도 약을 제조할 때 이러한 성분을 섞는 경우가 많아 다양한 약제가 원인일 수 있다. 삼투성 설사는 유발 물질이 없으면 자연적으로 해결된다. 금식하면 설사가 호전된다.

분비성 설사는 세균으로 인한 독소, 담즙산, 지방산, 자극성 설사제 등의 분비 촉진 때문에 발생한다. 장 점막의 구조적 손상 없이 독소 등으로 인해 장내로 수분이 과다하게 분비되며, 콜레라 독소로 인한 설사가 대표적이다. 분비성 설사는 삼투성 설사와 달리, 금식해도 설사를 계속한다.

삼투성·분비성 설사는 염증이 없는데 반해, 염증성 설사는 장 안에 구조적 이상이 발생하면서 생긴다. 염증성 장 질환(크론병, 궤양성 대장염)이 대표적인 질환이다. 허혈성 장 질환, 방사선 장염도 염증성 설사에 포함된다.

이 밖에도 설사를 하루에 3번 이상 하지만 전체 배변량이 정상 범위에 있으면 '가성 설사'라고 부른다. 복부 팽만감을 동반하는 과민성 대장증후군, 직장염, 갑상샘 기능 항진증 등이 있을 때 이런 증상이 생길 수 있다. 배가 아프고, 설사하거나 화장실을 자주 가는 경우는 과식, 맵고 짜며 자극적인 음식이 원인일 수 있다.
혈변·점액변도 있으면 염증성 장 질환 검사받아야
설사의 원인을 감별하려면 설사가 '급성'인지 '만성'인지부터 가려내야 한다. 설사 기간이 2주 이내이면 탈수를 막는 수액 요법으로 해결된다. 급성 설사 땐 진단 검사를 반드시 시행할 필요는 없다. 다만 설사를 4주 이상 지속하면 원인을 찾아보는 게 좋다. 가성 설사는 설사량으로 판별할 수 있다.

감별하기 위한 검사법으로는 혈액검사, 대변검사나 바이러스·세균을 검출하는 검사 등이 있다. 최근엔 대변 속 '칼프로텍틴'이라는 단백질 수치를 통해 염증성 설사와 과민성 대장증후군을 감별할 수도 있다. 필요하면 대장내시경 검사, 조직 검사를 통해 만성·염증성 장염을 감별할 수 있다.

특히 최근 염증성 장 질환 환자가 늘고 있는데 혈변, 점액변, 체중 감소, 염증성 장 질환의 가족력, 다른 종류의 면역 질환이 있는 환자에서 설사가 있는 경우 대장내시경 검사를 해보는 게 진단에 도움 된다. 고성준 교수는 "염증성 장 질환 중에서도 '크론병'은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며 "설사가 4주 이상 지속되면서 혈변·점액변이 있거나 3개월 이상의 복통, 체중 감소가 있으면 염증성 장 질환을 의심해 검사받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설사 때문에 발생하는 전해질의 이상을 교정하고, 설사의 증상을 완화하는 대증 요법은 설사 치료의 기본이다. 급성 설사의 경우, 감염성 설사가 흔해 손 씻기와 예방 수칙을 잘 따르는 게 중요하다. 특히 여름엔 회 같은 날음식을 피하는 게 안전하다. 항생제를 과다 사용하는 건 피한다.

만성 설사는 약물이 가장 중요한 원인이므로 복용 약물이 설사를 일으킬 수 있는지 전문의와 상담해보는 게 좋다. 고성준 교수는 "과거 조선 시대에도 임금님의 대변은 따로 관리해 진찰했을 정도로, 대변은 건강 이상의 척도"라며 "설사를 악화하는 음식은 피하고, 되도록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설사의 정확한 원인을 찾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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